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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환 Mar 26. 2016

내가 그 영화가 언짢았던 이유

스포일러 얼럿

이 글에는 현재 상영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치명적인 스포일러들이 많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지않는 표현이 많을수도 있습니다.







엇그제 요즘 화제인 <배트맨대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보고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맨 오브 스틸>도 재밌게 봤기때문에, 큰 기대를 걸었지요.


결과적으론? 전 그 영화에서 크나 큰 실망밖에 얻을수있는게 없었죠.


1. 배트맨의 성향

분명 이 영화는 여기저기서 프랭크 밀러의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영향이 보여집니다. 그리고 시기상으로 봤을때, 2대 로빈 제이슨 토드가 조커에게 사망한 뒤인 <패밀리의 죽음>의 이후 시점일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것을 증명하는것이 영화 도중 나오는 로빈의 낙서된 수트입니다.


그것과 영향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간 영화에서 불살주의로 표현된 배트맨 치고는 꽤 살상을 많이 하고, 그토록 싫어하는 총기도 사용합니다. (물론 살인용이라기보단 진압용 가젯에 가깝죠)


여기서 첫번째 아이러니가 생기게됩니다. 그간 구축해놓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고, 새로운 방식의 배트맨이 등장했습니다.


배트맨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있지만 언제든 나빠질수있는 캐릭터입니다. 그게 캐릭터의 딜레마고, 불살은 일종의 배트맨 캐릭터의 고뇌라고 볼수있어요. 근데 여기서는 그런 선이란게 없습니다.


이건 뭐 관점과 해석의 차이라고 볼수있겠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그저 보는사람이 받아들일수밖에 없겠죠.


영화속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을 위험요소로 생각합니다. 그를 증명하기위해서 오프닝부분에서 <맨 오브 스틸> 시점의 다른 버전을 보여줍니다. 슈퍼맨과 조드 장군이 싸우는 장면의 다른버전이지요. 브루스 웨인 소유의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거나 다칩니다.


그런데 그런것치고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영화속에서는 서로 너무나도 처절하게 싸우지만, 무언가 명분이 없습니다. 위협으로 생각하지만 죽이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명분까지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더더욱 이해가 안되었던것은...

이 부분은 분명 처절하지만, 슈퍼맨을 응징하려고하는 이유로는 무언가 불충분하다.


2. 결국 싸움은 벌어지지만


아마 이 부분이 중점일텐데, 결국 명분이고 뭐고 배트맨과 슈퍼맨은 싸우게됩니다. 슈퍼맨은 그 와중에 협박당해서 싸우러가게되죠. 근데 그 "대단한" 싸움의 끝이 참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배트맨이 끝을 내려는 순간, 슈퍼맨은 마사 켄트를 구해달라는 의미로 이야기하고, 배트맨은 왜 그 이름을 말했냐며 이성을 잃습니다.

엄마 이름이 마사 웨인이거든요


...


그렇게 죽이려고 크립토나이트를 모으고 만발의 준비를 하던 배트맨은 금새 누그러지고 꼭 구하겠다는 약속까지합니다. 이 사람 문제가 뭔지 모르겠네요.


3. 렉스 루터


이건 분명히 말해둘게요. 모든 배우들은 연기를 잘했습니다. 당연히 제시 아이젠버그의 렉스 루터 배역도 열연을 다했죠. 다만 한량에 가까운 모습에 아무런 이유없는 광기는 기존에 알고있는 그런 렉스 루터에대한 이미지와는 조금 빗겨갑니다. 어떻게보면 렉스 루터는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단, 빌런과 히어로 그 어느 언저리에 있는 슈퍼맨 최대의 적수라고 볼수있습니다.


슈퍼맨이 인간이 아니고, 신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고 본인조차도 고뇌하기도 하는 선한 히어로의 모습을 띄고있다면, 렉스 루터는 그 완전히 반대의 위치에 있고, 인간이고, 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싶어합니다. 그런데 외계인 하나가 인간들에게 추앙받죠. 그런걸 견딜수없는 열등감으로 집착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주죠. 물론 new 52 런칭 이후에는 조금 설정이 바뀌었지만.


어쨌거나, 어느정도 생각할수있는 그런 캐릭터성이 아니라 무슨 조커처럼 바뀌었습니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제스쳐를 하고, 그런 와중에 대부분의 비밀을 알고있죠. 심지어는 저스티스 리그가 될 멤버들의 정체를 모두 알고있습니다. 엠블럼까지 그려가면서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전무한 상태에서 거의 모든 상황의 흑막으로 나오는데, 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나오기전에 슈퍼맨 영화가 하나가 더 나왔었어야죠.


그리고 배트맨이 DC코믹스에서 "탐정" 성향을 가지고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렉스 루터가 대놓고 티내면서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준비한걸 아무것도 눈치 못챘다는 부분도 조금 우스워요. 게다가 이미 배트맨의 정체도 알고있었겠죠.


증오를 한다면 왜 증오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게 문제라고 봅니다. 고작 종반부에서 몇마디 대사처리라뇨. 어쨌든, 극중에서 렉스루터는.


4. 둠스데이


조드 장군의 시체를 이용해서 둠스데이를 연성해버립니다.


실제로 "둠스데이" 캐릭터는 큰 매력이 없긴하지만, 슈퍼맨을 죽였던 캐릭터로 유명합니다.

이는 충실하게 영화속에서 재현됩니다. 다만 별 매력도 없는 괴물덩어리로, 그저 원더우먼이 멋있게 등장하고, 트리니티(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가 멋있게 싸움을 하게 만들려는 플롯상의 장치 이외의 것은 아닙니다. 그 스위치를 끄는 마지막 단계는 슈퍼맨의 동귀어진이죠.  (그런데 대체 렉스 루터는 둠스데이가 죽일수없는 괴물이란걸 알았을때,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요?)


근데 여기서 좀 웃기는게 뭐냐면, 이 영화는 겨우 슈퍼맨이 나오는 두번째 영화입니다. 한 세네번째에서 조치해도 될 전개가 지금 나오고있어요. 캐릭터에 애정이 붙기도전에 죽인단말이죠.


물론 엔딩에서보면 죽음 자체는 중요한게 아닙니다.


5.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


영화속에서 보면, 렉스 루터가 이쁘게 폴더를 만들어서 아이콘까지 지정한 파일에서 등장할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 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웃기는게 뭐냐면 시기상으로 이게 좀 엉뚱한 부분에 가깝다는거죠. 마블영화로 치면 이게 마지막에 가있어야됩니다. 근데 둘의 싸움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와중에 떡밥을 뿌립니다 그것도 매우 조잡하게.


마지막에 브루스웨인/배트맨이 원더우먼에게 "메타휴먼을 모아야겠다" 라고 얘기하면서 이유에 대해서 묻습니다. 근데 이 이유마저도 굉장히 석연치않게 끝냅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우스갯소리로 이 둘이 형제인줄 알았다는 드립도 있습니다.

6. 맨오브스틸


그리고 나쁜게 하나 더 있는데, <맨오브스틸>은 굉장히 호불호가 심한 영화였습니다. 액션만 나오는 멍청한 영화일수도 있었고, 액션만큼은 어마어마한 영화라고 볼수도 있었죠.


그런데 <저스티스의 시작>은 사실상 액션도 온갖 불친절한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전작보다도 액션이 인상깊지는 않습니다.


7. 촛점이 안맞는다


이 영화의 관점이 자주 흔들리는 이유가 뭐냐면, 주인공이 '배트맨'과 '슈퍼맨'인데, 서로의 시점을 약간씩 오가는데 이게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한 영화속에서 움직인다기보단 두편의 영화가 물과 기름처럼 섞인 셈이죠. 결국 이부분은 양쪽의 설명도 부족해서 더더욱 허술해보입니다.


8. 뜬금없고 의욕만 찬 여러 장면들


그래요, 마블의 경우는 그래도 차곡차곡 쌓아서 "어벤져스"라는 결과물이 나왔고, 4월에 "시빌 워"라는 결과물도 기다리고있습니다. 근데 <맨 오브 스틸> 다음이 <저스티스의 시작>이에요. 꼭 시빌워가 아이언맨1편 뒤에 나오는꼴이죠.


어쨌거나, 미래의 장면에서 플래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미래시점에서 브루스웨인에게 경고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너무 일찍 왔나?"


위에서 언급한 파일부분도 연출이 유치하거나 불친절해서 이해할수없습니다. 코믹북 팬들이나 눈치채겠죠. 저게 왜 나오는지 이해못하는 관객도 많았을거에요.


그리고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인, 배트맨이 미래 혹은 대체역사를 "꿈"으로 체험하는 부분도 플래쉬때문에 실질적으로 있을수 있는 미래라고 가정됩니다. 그리고 그 꿈에서는


9. 다크사이드



다크사이드 떡밥을 뿌려요.. 둘이 싸워도 시원찮고 거기다가 둠스데이까지 끼얹었는데 꿈 내용도 그렇고, 렉스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도 그렇습니다. 벌써부터 다크사이드 떡밥을 뿌립니다. 아마 <저스티스 리그>의 빌런은 다크사이드일거에요. 믿어도 좋을겁니다.


이쯤되면 솔직히 얘기해서 이스터에그 종합선물이라기보단 정력이 남아도는 노망난 사람을 보는것 같습니다. 혹은 다음시즌 내지도 않을거면서 떡밥만 날리다가 다음시즌이 안나오는 OCN드라마같죠


너무 지나칠정도로 한 영화에서 많은 정보를 뿌립니다.


근데 잊지않아야될것은, 이 영화는 이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입니다. 두번째요.


소니가 <스파이더맨3>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저질렀던 실수는 너무 야심차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했던 부분입니다. 세계관 구축과 떡밥도 좋지만 일단 그것때문에 영화가 조잡해지지는 말아야겠죠.

워너는 아마 소니나, 가깝게는 <그린랜턴>으로 망했을때의 교훈같은걸 아무것도 배우지못한것처럼 보입니다.


10. 그러니까 하고싶은 말은?


저는 배트맨으로 나온 거의 대부분의 미디어의 팬이고, 전작도 재밌게봤습니다. DC의 확장 유니버스에 매우 관심이 많아요. 다만 <저스티스의 시작>의 경우 순서가 너무 빨랐습니다. 배트맨 솔로무비를 먼저 찍던가 맨 오브 스틸2를 찍었어야됐습니다.


마음이 너무 급한건지 둘만의 이야기만 해도 한편으로 부족한 판인데, 캐릭터들은 거의 불타듯 소비되고, 감정선도 다소 이상하며 이상한 방식으로 갈등이 해결됩니다. 영화 한편 끌고가기도 어려운판에 한 2018~19년에나 나올 영화에 대한 부분을 빚지고있는셈이죠.


그나마 좋은 부분이요? 원더우먼이요.

원더 우먼이 등장하면서 나오는 OST는 매우 멋집니다. 캐릭터도 멋있고 그냥 다 멋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코믹스 덕후고,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컸습니다. 마블의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맛보고싶었죠.


<저스티스의 시작>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좋은 점도 참 많습니다. 근데, 나쁜점이 그걸 다 없애버리는 꼴이에요.


잭 스나이더답게 비주얼은 좋지만 너무 난잡합니다. 시나리오가 어딘가 이상하기도 해요.


<저스티스 리그> 1,2편이 이미 잭 스나이더로 내정된 상태인데, 그러지 않기를 바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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