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과장과 허언으로 얼룩진 사업
요즘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진실보다 더 강한 건 검색창과 댓글창의 힘이다.
조금이라도 사실이 아니면 순식간에 ‘팩트폭격’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특수한 업종, 좁은 시장을 무기로 버텨왔다. 대중의 관심이 적으니, 과장된 말도 의심 없이 퍼 나르기 좋다.
해외였다면 전문 기자들이 이미 파헤치고, 줄소송으로 난리 났을 일들이다.
수십 년간 국내에서 회사를 운영했지만,
매출과 법인세 내역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건물은 점점 높아지는데,
그 안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그런데도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 ‘한국 산업의 희망’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인터넷 어딘가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홈페이지 속 회사는 더 화려하다.
실제 사무실보다 몇 배는 넓은 공간,
억지로 미소 짓는 외국인 기술자들,
그리고 “글로벌 혁신”이라는 문구.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의 정석이다.
하지만 채용사이트를 보면 현실은 냉정하다.
계약직 공고가 줄줄이 올라오고,
버티다 못해 탈출한 이들의 리뷰가 이어진다.
그리고 곧이어 내용증명과 명예훼손 고소장이 날아든다.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라는 그들의 한숨은, 이 회사가 만든 또 하나의 ‘공포 마케팅’이다.
물론 나도 자유롭지 않다.
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나 또한 그들의 과장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어느 날, 누군가 내 기획 아이디어를 보고 말했다.
“그 기업, 괜찮아 보여서 입사 결심했어요.”
순간 뿌듯했지만, 이내 묘한 불편함이 스쳤다.
그 사람의 인생을,
내가 만들어낸 ‘환상’ 속으로 끌어들인 건 아닐까.
이곳의 일원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진실을 조금씩 포장하고 꾸민 건 아닐까.
가끔은 내 보고서와 기획서에 담긴 문장들을 되돌아본다.
‘과연 여기엔 진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묘하게도 그 질문이,
요즘 내게 가장 무거운 실사(實査)가 되어 돌아온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쉽게 믿어선 안 된다. 의심하고 더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대중 앞에 내보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메시지는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설계·제작·연출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로고와 영어 이름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라.
진짜 ‘글로벌’은 언어가 아니라 태도와 투명성, 그리고 오랜 시간 다양한 변화 속에서 지켜온 기업 문화와 가치다. 조직과 당신의 합이 맞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다만 레고 조각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헛다리를 짚거나 속아 무너져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묻자 — 나는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