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의 마케팅
우리 동네에는 '예스마트'라는 작은 마트가 있다. 사실 마트라고 하기도 애매한, 동네 슈퍼마켓 정도의 크기다. 삐뚤삐뚤 손글씨로 쓴 가격표가 붙어 있고, 빛바랜 인쇄지가 파격 할인을 알리고 있다. 겉보기엔 후줄근한 가게인데 늘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바로 옆에 널찍한 롯데슈퍼가 있을 때에도 늘 사람이 많았다. 아니, 예스마트에 사람들이 줄 서서 계산할 때, 롯데슈퍼에는 그 넓은 매장에 직원 한두 명과 나뿐인 적도 있었다. 얼마 전, 롯데슈퍼는 문을 닫았다.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인지 예스마트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다.
롯데슈퍼가 사라진 자리에는 또다시 큰 할인마트가 들어왔다. 하지만 예스마트에는 여전히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앞다리살이 한 근에 3500원!" 정육코너 아저씨(코너라고 해 봤자 가게 안쪽의 작은 쇼케이스 냉장고이고, 사실 야채나 과일까지 모두 담당하신다)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할머니가 "아이고, 깜짝 놀랐네!" 하신다. 아저씨는 "놀라셨어요?" 하시더니, "가격이 너무 싸서 놀라신 게 아니라 제 목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셨어? 너무 싸서 놀라신 줄 알았네. 다음부터는 신호 보내고 외칠게요잉."하고 넉살스레 덧붙인다. 마트 안은 어느새 장 보러 온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로 가득 찼다.
"단호박은 다 똑같이 4000원인 거야?" 하는 할머니의 말에 "예, 그러니까 제일 실한 놈으로다가 가져가셔." 하며 맞장구를 치는 것도 아저씨 몫이다. 화장품 가게나 옷가게를 갈 때면 직원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상하게 아저씨의 너스레가 싫지 않다.
언택트 시대, 우리가 바라는 건 정말 '대화의 단절'일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고, 정겨운 대화가 그립다. 계산대에서 흘러나오는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립을 위해 바코드를 제시해 주세요'보다, "자, 지금 다시 외칠게요. 신호 보낸 겁니다. 앞다리살 한 근에 3500원!" 하는 외침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