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면 편의점 영업관리자는 뭐해요?
입사 이후 3번째 맞는 설이다. 이번 설 선물세트 특판은 다행히 목표 달성을 했다. 내가 잘해서 한건 아니고, 팀장님이 특판을 받아오신걸 내 점포에 매출을 등록해서 마무리 잘할 수 있었다.
편의점 영업관리자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 세트를 팔아야 한다. 편의점에서 무슨 선물세트지?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절 선물 세트 그걸 판다. 한우, 홍삼, 스팸, 기름, 참치, 샴푸, 과일 등 각종 명절 때 판매하는 선물 세트말이다. 대부분 알고 있는 건 진열해서 판매하는것만 생각할텐데, 주문을 받아서 택배로 발송하는 상품들이 있다. 명절 선물세트 판매는 보통 택배발송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작년에 판매된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점포별 할당 금액이 정해진다. 예를 들면 올해 설 명절 나의 목표 금액은 약 600만 원이었다. 600만 원 치 선물세트를 어떻게 해서든 팔아야 되는 것이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도대체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를 어떻게 저만큼 팔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격적인 메리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데 굳이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를 사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하는 선배들을 보며 존경을 넘어 경이로웠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가격을 원가 수준 가격으로 내려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팸선물세트가 49,900원이라면 최대한 싸게 해서 30,000원에 판매를 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해도 인터넷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했는지만 편의점 필살기인 10+1, 5+1 행사가 적용되면 인터넷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가격을 후려쳐서 지인 또는 업체특판 주문을 받아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공단지역에 있는 업체에 선물세트 책자와 명함을 주고, 가격을 맞춰드릴 테니 단체주문을 본인에게 하라고 하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과 택배받는 사람 명단을 넘겨주면 알아서 우리가 택배까지 책임지고 확인해주 겠다고 하는것이다. 설마 누가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직원들 선물세트를 주문하겠어 하겠지만 의외로 이렇게 해서 하는 경우가 꽤 많다. 선물세트 관련된 업무를 우리에게 위임하는 셈 치는 것이다.
공단지역 특판을 성공해본적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특판을 성공한 적이 있다. 올해는 건강기능 식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100만 원가량 설선물세트를 판매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법인회사를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100만 원가량 홍삼을 팔았다. 올해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었는지, 가격을 물어보더니 주문을 해주지 않았다. 팀장님이 매출을 찍어준 게 있어서 나도 그리 아쉽진 않았다.
명절 연휴 들어가기 전까지 개인 SNS에 선물세트를 인터넷 가격으로 맞춰줄 테니, 필요한 사람은 연락해 달라고 계속 홍보했다. 그래도 운 좋게 몇몇 친구들이 연락이 와서 구매를 해주었다. 물론 목표 금액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팀장님이 찍어준 특판 덕에 이번 명절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편의점 설 선물세트 판매에 대한 내 생각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회사에 보이는 매출을 높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 영업이익을 가져다주는 금액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업관리자들은 판매할 때 적정 매가로 판매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가격을 후려쳐서 거의 원가 수준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익이 남을 리 없다.
보이는 숫자 매출만 찍히는 이런 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직원 고생만 하고 회사에 영업이익은 남는 게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아마 수십 년간 이렇게 지내왔듯 앞으로도 아마 이렇게 계속 흘러갈 듯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판매를 할 거면 원가를 싸게 가지고 와서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마진율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건 어려워 보인다.
이번 2월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설명절 선물세트 판매도 중요했지만, 명절 이후 바로 발렌타인데이라서 데이행사 준비하는 것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절이 끝났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발렌타인데이도 목표금액만큼 열심히 팔아야 한다. 올해도 많은 남자들의 여자들의 고백과 사랑을 듬뿍 받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