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된 ‘브레이킹 배드’는 내가 본 미드 중의 단연 최고였다.
일단 설정 자체가 매우 탄탄하다.
어찌 바른생활만을 하던 사람이 저런 무법천지인 마약 세계에 입문할 수밖에 없었는지의 명분이 확실하고 그다음은 이제 어떡하든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대가 쩔게 한다.
그들의 어리 부리 한 면은 사실 '우리 같아도 아마 저럴 것이다'라는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가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이 능력자가 나오는 영화는 통쾌함을 선사해서 인기가 있지만,
평범하고 찌질한 인간이 약간의 반전으로 겨우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해결되면 일단은 주인공과 함께 안도한다.
고구마같이 답답하고 속이 타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
왜 결과가 너무 궁금 하고 어떡하든 저 딱한 인간들이 저 세계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니까.
‘인간 수업’을 보면서 ‘브레이킹 배드’를 떠올렸던 부분이 사실 범죄자가 주인공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그 점이 사실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왜 자꾸만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니까.
사실 범죄자가 처음부터 범죄자는 아니지만 자꾸 그 행위에 대해 합리화를 시키니 문제다.
자꾸 그의 행위를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당연히 주인공이니까 이해하려는 부분 말이다.
사실 돈이 저렇게 많이 생긴다니 흑심이 살짝 생긴다. 물론 저렇게 많이는 필요 없다.
작은 욕심 정도 생긴다.
그러니까 저런 일은 하기 싫지만 돈 욕심은 생긴다는 말이다.
주인공 화이트도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돈만 모이면 그만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알 수 없는 욕망 덩어리가 되어 있는 자신과 마주할 것이고 또 주변에서 그를 내버려 두지 않게 된다.
내 뜻대로 계획은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그 정도가 되면 절제가 잘 안 된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교 화학교사 화이트는 16살 고등학생 아들과 40이 다 돼서 늦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주택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기에 방과 후 세차장에서 시간당 알바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다리를 다쳐 몸이 불편한 상태. 아내의 여동생이 그의 남편과 가끔 집에 오곤 한다.
처남은 실력 있는 강력계 형사다. 마약에 관련된 범죄자를 주로 잡는다.
어느 날 세차장에서 이유 없이 기절을 한 화이트는 깨어보니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었다.
그는 괜찮다며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왠지 의사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이를 저지한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나온 결과는 폐암 말기였다.
그러지 않아도 몇 달째 기침을 달고 살았다.
그는 마음이 급해진다. 자신은 이제 겨우 50대에 접어들었고 아내와는 10년 차.
40대에 접어둔 아내는 출산을 몇 달 앞두고 아들은 이제 대학도 가야 되는데 폐암이라니.
지금도 대출금 갚으면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는데 6개월도 못 산다니.
그것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많은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문다.
며칠 후 처남이 마약상들을 잡아들이면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TV로 보게 된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쌓여 있는 것을 유심히 보는 화이트.
그는 처남이 마약상들을 잡을 때 체험을 해주겠다는 말에 자처해서 따라나선다.
사건 현장에서 유유히 도망을 치는 제자였던 제시 핑크 맨과 눈이 마주친다.
저녁이 되자 그는 제시의 집으로 찾아가 약을 만들자고 제안을 한다.
자신은 약을 만들고 제시는 판매를 해서 돈을 벌어보자고.
평생 화학자로서 평범하게만 살아온 화이트는 실제로 굉장히 실력 있는 과학자였다.
그의 친구는 화이트가 실험하던 것을 토대로 ceo가 되어 어마어마한 부를 얻었고 현재 화이트는 생활고에 찌들어 살고 있다.
그는 아주 간단한 원리만으로 마약이 만들어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기구들을 훔치고 캠핑카를 대여해서 사막에서 만든다.
과히 최고의 화학자답게 90%의 결정체로 만들어진 물건은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약을 찾는 사람이 늘자 그들은 양을 더 늘리고 조금씩 돈을 만져본다.
그러나 마약의 세계는 너무 거칠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고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시체를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런데 그 둘 중에 한 명이 살아났고 그가 도망을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지만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아마도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나무에 부딪혀 기절한 그를 끌고 제시의 지하실에 가두고 그 둘은 이 문제에 대해 며칠을 두고 고민을 한다.
보통 사람이 이런 세계에 입문하면 모두가 이 두 인간처럼 어리 부리하고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인지 감당하기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을 사서 만드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일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결정하기 힘든 문제는 죽은 사람은 증거를 없애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살려두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위험해질 것이고 죽이자니 그건 또 쉬운 일인가.
그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남자 친구일텐데...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단순히 약만 만들면 돈을 만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며 계속해서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은 계속해서 벌어진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증거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돌아다니고 반응하며 이야기는 점차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으로 깊게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