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 윤필은 한국일보 기자로, 연재해 오던 부고 기사를 모아 <함께 가만한 당신>을 출간했다.
저서로는 <가만한 당신 2014>,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겹겹의 공간들>이 있다.
책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35명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 책은 성과 인종, 직종을 떠나 자유와 평등의 신념을 놓지 않고 관습에 맞서는 다양한 삶을 소개한다. 그런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아갔는지 작가 또한 치열하게 이들의 정보를 조사해 알려준다.
저자는 삶과 죽음을 사실적으로 서술할 뿐, 그 외에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35명 중 몇 명만 살펴보아도, 이 책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루저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마이런 벨덕(1929-2016)은 죄를 짓지 않고 누명을 뒤집어쓴 이들을 위해 변호하기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에서는 “이상주의적 기질의, 물고 늘어지기의 영웅”(p.117.)이라고 소개한다.
예화로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인을 지목했다. 그러자 재판에서 벨덕의 끈질긴 반대 심문에 시달려 화가 난 피해자는 “그런 일을 겪은 뒤 사는 게 어떤 건지 아느냐”라고 따졌고, 불덕은 “(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게 어떤 건지는 아느냐”라고 반박했다.(p. 118.)
이 부분에서 그가 범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세상을 나아지게 하려면 맞설 만한 이유가 있는 한 끝까지 맞서는 도리밖에 없다.”라고 말했다.(p. 122.)
누군가를 대변해 주는 변호사로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마르코 판넬라(1930-2016) 이탈리아 급진당 정치가로 조국 이탈리아를 근대로 급진적으로 이끌고자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분투했다. 그는 “정치란 무엇보다 창조적이어야 한다”(p. 211.)고 말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시민들에게 마리화나를 공짜로 나눠줘 3개월 징역을 받고, 재정 정책에 항의해 로빈 후드로 분장하고 시민들에게 14만 8000달러를 나눠준 적도 있었다. 그는 그 돈이 ”이탈리아 국민에게서 정당들이 훔친 돈“이라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디서 나온 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p. 212.)
말년의 그는 폐암과 간암 진단을 받았지만 애연가였던 그는 입원도 마다하고 친구들과 굴뚝처럼 담배를 피우며 ‘말보로’ 담뱃갑에 적힌 ‘smoking kills(흡연은 살인)’라는 문구 뒤에다 ‘if banned(만약 금지된다면)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킬킬대곤 했다고 한다.(p. 214.) 인간미와 정치에 대한 열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정치가로 보인다.
35명 다양한 주인공들을 통해 삶의 고통과 기쁨과 강렬함을 맛볼 수 있다. 전작과 달리 왜 ‘함께’과 붙었을까? 그들과 함께 우리도 삶과 죽음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삶의 태도나 관점을 함께 바라보며 나누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삶은 소중한 것이고 의미 없는 죽음은 하나도 없음을 내포한다.
그들이 살아 있었을 때 그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이제 앞으로 우리도 그들처럼 죽는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까? 책에는 태어난 연도와 사망연도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을 ‘이야기를 전해주는 택배기사’로 칭하며, 사실 전달에만 치중한다. 35명의 삶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