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상류사회를 꿈꾸며 자신의 음악도 포기하고 20여 년을 살면서 자신조차 잊고 살았다고.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살아왔다고.
그러나 그녀의 앉을 곳을 마련하기 위해 걸레질을 하는 선재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자신한테 이렇게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조차도.
그러면서 자신의 죗값을 온전히 다 받겠다고 한다.
남편이 불륜이라고 경찰과 함께 선재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차분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다 밝혀지고 나니 그들 앞에서 떳떳하게 포옹하는 모습.
그리고 그전에 누군가 미행할 거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손을 꼭 붙잡고 데이트하는 모습.
혜원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그들은 비리를 꼭 쥐고 놓지 않는 그녀의 흠집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의연하게 행동하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끝에 잠깐 권력을 다시 거머쥐나 싶더니 모든 것을 정리하고 검찰에 자진해서 조사를 받는다.
‘밀회’가 남녀 간의 사랑만이 그려졌다면 자칫 삼류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는 다르다.
한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고 가장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해 그동안 이뤄 놓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깨달았기에 오히려 선재에게 고마워한다.
그들의 사랑보다도 그녀의 깨달음이 이 드라마의 포인트인 듯싶다.
그리고 선재와 나누는 대화 중 20년이나 연상의 여인과 사랑을 하는 남자에게 남들의 시선에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본인들이 그 사랑에 솔직하니 전혀 도덕적 근거나 윤리적 잣대가 소용이 없었다.
남의 일을 함부로 불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무슨 사업 파트너에 서로 합이 보이지 않는 결혼생활이 오히려 더 꼴 보기 싫었다고 할까?
저렇게 살 바에는 대체 왜 사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결혼이라는 굴레가 죄의식을 만들고 남들의 시선만 신경 쓰는 삶이라면 뭔 의미가 있는 걸까?
자신을 속여 가면서까지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면 벗어나는 게 맞고 그들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특히 초반부에 천재 피아니스트 선재의 명연주에 몇십 년 동안 잊고 있던 혜원의 기억세포를 하나둘씩 깨우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초반부에 피아노 연주가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혜원의 예술인으로서의 본능을 깨워주고 몇십 분이고 선재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고 그들의 연주에 몰입하는 연기가 너무나 완벽해서 보는 내내 푹 빠져들었다.
그저 제목만으로 뭔가 자극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예술로 승화시키며 실지로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순수한 사랑이어서 드라마가 드라마 그 이상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두 배우의 명연기가 내 피부에 밀착된 스키니처럼 어떤 틈도 내게 허락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서 비로소 김희애라는 배우 연기에 찐 팬이 되었다.
그녀의 성숙된 연기와 중년미가 유난히 아름다웠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몇 년을 안 봤는데 너무 순수했던 드라마라서 더 좋았다.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자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내 가장 소중한 자아를 찾아가는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