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목이 감옥에 들어가고 대신 그 자리에서 잠시 호황을 누리다가 독사에게 당하고 길거리로 나앉는다. 삥을 뜯어 유흥비로 쓰고 양아치 생활을 영위하다가 친척 이모가 귀가 솔깃한 제의를 하자 번개같이 서울로 향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그의 아들. 10살인 아들이 그 앞에 나타나자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사는 주제에 아들을 떠안기 싫어 몇 번을 버리려고 수를 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본의 아니게 다시 아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은 기차에 몸을 싣고 함께 떠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네가 뭔데 내가 알 바 아니다. 마침 그의 아들은 깊이 잠이 들었다. 그는 그래도 아들 지갑에 돈 몇 푼을 넣어주려다가 자기보다 돈이 더 많자 만 원을 슬쩍한다. 그리고 이내 자는 아들을 내버려 둔 채 짐을 챙겨 나간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지 창밖에서 자는 아들을 다시 보려는데....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 여자의 눈빛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표정 그러면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뭐에 끌린 것일까? 난생처음 본 여자가 무슨 상관이라고 알 게 뭐야?
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그는 자석에 끌려가듯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와 그의 아들을 버리지 않고 함께 생활하기로 한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녀를 보자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것. 그건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평생 양아치 같은 건달 생활이 몸에 밴 그는 술 마시고 사람들 괴롭혀 삥 뜯어먹고 사는 것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그럭저럭 하루살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을 뿐이었다.
그저 그렇게 별 희망도 없이 살던 그에게 어느 날 한 동네에 피아노 학원이 생기고 그 집에 아들은 그의 아들과 나이가 같고..
그의 엄마는 그때 그 여자다.
무슨 인연일까? 그렇게 한낱 한시 기차에서 만나 한 동네에서 살게 되었다.
조직에서 버림받은 그. 몇 달 치 방세 달라고 달달 볶는 주인아저씨. 그래도 먹고 살 방법은 있다. 시장에 나가 깔세를 받으며 생활비를 벌면 게임이나 술값으로 돈을 날리고 여전히 방세도 잘 못 내고 산다. 하루는 시장에서 싸움이 난다. 더 이상은 깔세를 낼 수 없다며 난리 블루스를 치는 아줌마.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허공에 날리며 다 가져가라고 소리를 친다. 바닥에 떨어진 천 원짜리를 악착같이 줍고 있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 여자.
그는 눈이 마주치자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리고 아는 누님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잔 시켜놓고 내 가슴이 왜 이러냐고 가슴을 잡아 뜯는다.
피아노 원장 진혜림
한창 잘 나가던 남편을 잃은 미망인. 두 아이의 엄마. 피아노 레슨으로 생계를 버티기로 마음먹고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한다. 서울 집을 정리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근데 저기 저 남자 왠지 수상하다. 기어코 가방을 들고 자는 아이를 놓고 가버리는 저 남자. 저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을 때 창밖에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벌을 줄 수가 있어요? 아이가 가엾지도 않아요? 당신이 가버리면 이 아이가 너무 슬퍼할 거예요.. 제발 그러지 말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본다.
부산으로 이사와 피아노 학원 인테리어를 하느라 바쁜 그녀. 어떡하든 전과 같은 부유한 환경만은 못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그녀 또한 남편을 잃은 슬픔이 컸다.
갑자기 그 젊은 나이에 가버린 남편. 그녀는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자녀들을 위해 울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더욱이 남편의 누나와 남동생이 찾아와 간접적으로 돈을 바랄 때는 얼마간은 입을 다물고 있을 정도의 돈을 준다.
조용하고 침착한 그녀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느 드라마처럼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리고 가엾은 여자다. 그러나 어디에도 의지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너무나 가냘프지만 더 가엾은 아이들을 위해 강한 엄마가 된다. 피아노 학원을 차린 것도 어떡하든 생계를 위해서였다.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들 경호. 모든 게 불만이고 분노의 대상이다.
그래서 양아치 아들인 한 재수가 그의 화풀이에 딱 적격이다. 거지새끼라며 그를 팬다.
같은 서울에서 같은 날 이사 와서 같은 반이 되었다. 경호는 잘 사는 집의 아들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 환경이 바뀐 것이 용납이 안돼 화가 나 죽겠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