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도 나 자신조차도
불륜- 파울루 코엘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철저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끊임없이 대화로 들려주는 듯해서 그녀의 숨겨진 내면세계를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쩔 때는 내 일기를 읽는 것도 같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그녀가 자연과 우주와 만나는 장면에서 파울루 코엘료가 산티아고 고행을 통해 얻어낸 환희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우주의 아주 미세한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론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정해놓고 그것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내 놓치고 만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실수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이쪽에서 보면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너무 달콤하고 거부할 수 없이 치명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보면 그것은 너무나도 도덕적 관점에서 괴롭히는 특성이 있다.
이쪽에서는 잃는 것이고 저쪽에서는 얻는 것임에는 분명한데 이쪽저쪽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 때문에 갈등과 고민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다.
과연 잃는 것은 무엇이며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둘을 비교 분석했을 때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가 분명한데도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한 쪽을 선택한다. 왜? 인간은 너무나 본능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이며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찌 됐든 간에 파울루 코엘료는 그녀가 불륜이라는 명백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가 겪는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쾌락과 또 다른 고통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 인생에서 또 한 인간으로서 겪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그녀에게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새해를 앞두고 남편과 떠난 여행지에서 예정에 없던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그녀의 모든 의문과 불안은 자연과 우주를 통해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어쩌면 불륜은 그처럼 예정하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전혀 예기치 않은 놀라운 사건이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전 수많은 두려움과 걱정을 하지만 이미 시작되었을 때는 바람의 힘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경험을 통해 그녀는 그전의 그녀가 아닌 새롭게 태어난다.
그녀는 불륜이라는 엄청난 사고를 쳤다.
그것도 마치 몇 십 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단숨에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오직 그 순간의 쾌락만을 쫓았다. 그게 그냥 그녀 자신만 두고 본다면 어떻게 죄가 되는가.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이 정해놓은 수많은 규범과 약속과 관습만 아니라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2023년을 바라보는 현재 많은 가치관들이 변하고 있고 50년 전, 30년 전 사고방식과는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누구에게나 비밀 한 두 가지는 다 있다.
우리는 그 비밀을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있고 또 그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게 뭐란 말인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개인적 자책감과 사회적인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지키고 살아가지만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낱 우리 인생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밝혀진 일들이 속속들이 많아서 안 사실이지만 밝혀지지 않고 숨겨진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녀는 땅을 짚으며 자신의 죄책감을 모두 씻어버린다.
스스로 자신을 용서했다.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그녀는 3차원과 4차원 사이에서 자신의 일은 그리고 자신은 정말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이고 그래서 자신이 그토록 고민하던 그 문제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순리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둬도 된다고.
그런다고 내가 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나일뿐이라고.
그 어떤 것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올가미로 조일 수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