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일본 여성 유리코는 3년 전쯤 우연히 비가 막 쏟아지는 날,
비를 피해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갔다가 한국 남자와 15분 동안 대화를 나눈다.
그 남자는 한국 공주에서 도쿄로 여행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이후 유리코는 계속해서 그 남자가 생각이 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3년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그 남자를 만나러 한국에 온다.
3년 전, 그 사람의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다시 만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말 잘 알아볼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유리코는 정말로 그 남자를 초밥집에서 단번에 알아본다.
한편 그 남자 석영은 일본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일본여배우를 흠모하고 있었는데 유리코를 보고 그 여자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둘은 만남을 이어간다.
어느 날 유리코는 석영이 3년 전 그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석영은 자기는 일본여행을 간 적이 없는데 왜 자꾸 유리코가 3년 전이라는 말을 하는지를 의아해한다.
관객들도 석영이 그 남자인 줄로만 알았다.
유리코처럼
그래서 그 사실을 알자 멘붕이 왔다.
이제 어떡하지.?
내가 기억하는 그 남자인 줄 알고 만났는데 그가 아니라니.
내가 기억하는 그 남자가 있기는 있는 건가.
우린 어쩌면 어떤 무의식의 기억으로 내 사랑을 찾아다니는 건 아닐까?
유리코는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어 일본으로 떠난다.
한편 석영은 유리코를 잊지 못하고 일본으로 그녀를 찾아간다.
여자는 남자에게 '오기를 기다렸다'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물 흐르듯이 따라가면 된다.
영화를 보는 취향은 다 다르겠지만 가끔은 짱구를 굴리는 것이 귀찮고 지겨울 때도 있다.
요즘처럼 빡빡한 나의 일상에서 짱구를 굴리는 것은 사절. 절대 사절이다.
하여 난 이 영화가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젠 자극적인 영화를 보는 것도 신물이 난다.
이미 이 세상이 영화보다 더 자극적이지 않은가.
전쟁도 나고, 물가도 , 금리도 , 오를 때로 쑥쑥 잘도 오르고, 오르라는 월급은 안 오르고
지진도 나고.....티브이나 유튜브.. 등등
자극적인 것이 아주 천지빽갈이다.
그냥 이 세계를 잊고 흑백영화의 묘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나마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이 설레는 기분 좋아지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동안 이런 기분이었다.
한 가지
영화 속 한옥의 정갈함이 좋았다.
그 부분도 이 영화와 닮았다.
정갈한 영화.
나는 정갈하다는 말을 최애 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너무 강력하게 좋다는 아니지만
정갈한 기분으로 지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
두 가지
왜 흑백영화인가.
1. 어떤 기억을 붙잡고 그 느낌을 쫓아가는 희미한 느낌
2. 정확하지 않은 기억
3. 이미 과거가 돼버린 시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
3. 과거 회상
4. 어릴 때 무성영화의 맛을 다시 느끼는. 한 가지 색이 주는 오롯이, 오직
5. 희미한 기억
6. 답답한 기분
7. 끝날 때까지 끝이 안 보이는.
가지가지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잘 안 먹는데 그날은 할인권도 있고 해서 오리지널 맛으로 시켰다.
영화 보다가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오리지널맛이 제일 맛있게 느껴지다니.
오랜만에 가장 오래 기억하는 맛을 시켜서 더 맛있었나 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