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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 펄 Apr 27. 2023

한밤의 즉흥 잔치국수

만만하면 만만하게 했어야지..

러닝머신을 하면서 유튜브 채널 '차박'을 보는 것이 버릇이 된 요즘.

즉석에서 국수를 삶아서 유부 넣고 간단히 잔치국수를 해서 먹는 것을 보니,

갑자기 야식으로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 진다.

밤 11시가 다 된 그 시간에 나는 잔치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멸치육수에 소면만 삶아 간장만 양념해서 넣고 간단히 먹으려던 나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냉장고에 겨우 남아 있는 재료 정리도 할 겸.

내 맘대로 멸치와 황태 대가리로 국물을 우려 내고

소면 삶고,

유부가 없어서 대신 어묵 볶고,

당근, 표고버섯, 양파도 볶고,

청양고추, 파, 마늘은 간장 양념장에 넣고,

마지막에 김가루와 쑥갓도 올렸다.

쑥갓도 처치곤란이었는데 이래 올리니 우동 느낌도 난다.

계란도 없고 호박도 없어서 그 빈자리를 채울 겸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거 다 넣다 보니,

야식요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다 벌려나서 수습도 안된다!

영화 '아메리칸 허슬 '처럼 갈수록 일이 점점 꼬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잔치국수가 이리 손이 많이 갔었나 싶은 게 이래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해 먹은 건가(?) 싶은 생각조차.

다 올리고 국물 붓기 전에

몇  컷 찍었다.

몇 년 만에 집에서 만들어본.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대략 손이 더 많이 가고

대신 푸짐하고(?)

다양한 맛을 내는 잔치국수!

단연 여태 먹은 잔치국수 중 최고로 맛있긴 했지만


"만만하면 만만하게 했어야지....


다행히 남편이 맛있게,

후루룩 뚝딱 먹어준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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