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출근할 때나 운동할 때는 포니테일로 묶은 단정한 헤어스타일. 일하는 우먼 파워. 활동가에 럭셔리한 복장. 동그란 쌍꺼풀에 다부진 입술. 노처녀이지만 관리를 잘한 탓으로 나이보다 동안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똑 부러지는 말투 그리고 명품만을 입던 그녀. 그러나 그녀의 새로운 삶. 두 아이의 아줌마가 돼서는 웨이브 단발을 하고 밥풀과 음식물이 묻어있는 늘어난 상의를 입고 남편 트렁크 사각팬티를 입고 있다. 무릎이 늘어난 운동복 바지는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외출할 때 주로 입는다. 남편 부부동반에 갈 때 입을 변변한 옷 하나 없다.
학력 : 서울대 법대 졸업
직업 : 여 변호사. 어릴 때 부모를 일찍 여의고 오직 죽어라 공부해서 보란 듯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돈이면 간이라도 빼 줄 요량으로 살아온 인생이다.
특기사항: 운명의 장난인지 한참 잘 나가던 유망 변호사 교통사고로 저승행. 뭔가 착오가 있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1980년대 아주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과 얼마 후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더 증오했다.
능력도 없고 몸도 약한 엄마 때문에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마저 하늘나라로 가자 그녀는 오롯이 혼자 이 모든 현실을 꿋꿋이 버티고 자신만을 믿으며 살게 된다. 엄마 장례식장에서조차 영어 단어를 외우며 의지할 거라고는 오직 실력을 다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20여 년이 흐른 후 그녀의 삶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아주 윤택해 보인다.
방이 여러 개 있는 럭셔리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고 기사까지 있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 있다. 해결되기 힘든 사건도 그녀의 손에만 가면 뭐든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 보고 해결하는 능력 있는 해결사다.
그러나 오직 돈과 이성만 있을 뿐 피해자의 고통이나 감정은 그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변호사. 돈에 환장한 속물일 뿐이다. 본인은 그 사실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조차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눈치이다.
오직 돈과 권력만이 그녀 인생의 목표일 뿐 그 이외의 것들은 관심 자체. 아니 관심이 있어야 되는 이유를 모를 뿐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그녀에게 갑자기 차 사고가 나고 그로 인해 그녀는 50년이나 일찍 죽게 된다.
저승에 가기 전에 그녀에게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을 발견한 저승사자들은 그녀의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달 만 대신 살아 준다면 다시 그녀의 삶을 찾을 수 있다는 제의를 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뭐 뾰족한 수가 없는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는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이 이제야 제대로 꽃이 피려는데 지금 죽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달 동안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로 하고 기계 앞에서 손을 올리고 숫자를 거꾸로 세는 동안 그녀는 무의식의 세계로 갔다가 다시 의식의 세계에서 깨어난다.
눈을 뜨는 순간 모든 게 180도 변해버린 현실에 그녀는 경악한다. 자신이 가장 경멸하는 푹 퍼진 아줌마에 밥만 축내는 할 일 없어 보이던 아줌마로 한 달을 살아 줘야 하다니.
웬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가 그녀의 남편, 아침마다 만 원씩 뜯어가는 왕 싸가지 딸,
그래도 툴툴대는 이 가짜 엄마를 가장 많이 챙겨주는 어린 아들까지.
졸지에 찌그러진 그녀는 현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시시때때로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기 일쑤다. 가족이라는 사람들도 낯설고 동네 아줌마 경비 아저씨 등등 모르는 사람들이 일일이 그녀를 보고 아는 체를 하지만 그때마다 전과 다른 그녀를 보고 조금씩 고개를 갸우뚱한다.
없는 살림에 알뜰살뜰 절약하며 살아온 그녀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처음에는 웬 청승이냐며 비웃었다. 여태 고고한 척 잘난 척 살아오던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경멸을 당하는 자리에 서보니 억울하고 짜증 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전의 버릇이 나오는 것을 꾹꾹 참는 것도 일이다. 일에는 어떤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오직 이성적으로 대했던 그녀는 그래서 피해자는 어떻게 되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 그만이던 버릇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 줄도 알게 된다.
바로 딸의 성추행 사건으로 자신이 최근에 맡았던 사건과 거의 유사한 피해자 엄마의 입장이 직접 되어버린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자 부들부들 떨고 자신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자신이 그동안 너무 많은 죄를 서슴없이 짓고 살아왔음을 깨닫자 뒤통수 맞은 듯 정신이 확 깬다.
인간이 아닌 감정이 없는 괴물로 살아왔던 자신의 지난날을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래서 딸의 사건에 당당하게 맞선다.
“돈이 없으면, 대출이 많아도 참아야 된다고 누가 그래.”
이 말이 기억에 남고 감동을 주는 대사였다.
딸은 고마워한다. 그녀는 점점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만 느껴진다. 가족을 떠나는 게 왠지 못내 아쉬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일이 조금씩 틀어지면서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지만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그녀는 어느새 가족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얼마 후 그녀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면서 이 가족과는 영영 바이바이.
너무나 헤어지기 싫은 가족들을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쯤 그들은 비행기 안에서 재회를 한다. 물론 그녀만 기억하는 그들의 가족이지만
단연 그들과 행복한 상상을 관객에게 맡긴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주목할 부분은 배우 엄정화의 감정 씬이다.
늘 그녀는 우는 장면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배우다.
전에 드라마 ‘12월의 열대야’를 정말 재밌게 봤다. 아직도 너무 슬프고 좋았던 드라마로 기억한다. 근데 너무 오래돼서 잘 생각이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