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자기전에 마실 물을 늘 두던 자리에 두었다.
그러자 두 아이가 경쟁하듯 물을 마시러 나왔다.
늘 첫째에게 치이는 6살차이나는 동생이 가여워 나도 모르게 첫째가 오는 길을 살짝 막았다.
그때부터 딸아이는 자기는 물도 먼저 먹을 수 없는거냐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우는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애기가 먼저 물을 마실수도 있지 그게 울일인가?
아이는 들으라는 듯 더 크게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을 달래주지 않으니 흑흑대며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순간 어린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속상한 일이 있어도 엄마는 나를 절대 달래주지 않으셨다.
오히려 우는 나에게 모진말을 퍼부우며 화를 내셨다.
그래서 어린나는 매일 안고자는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고 눈물을 훔치곤했다.
그 작은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딸아이의 모습과 꼭닮았다.
나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첫째를 안아주었다.
미안해. 내일은 우리딸이 물 먼저 마시자. 꼭 끌어 안은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베시시 웃으며 나에게 꼭 안겼다.
어느 육아서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직 아이들은 뇌발달이 덜 되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바라는 도덕적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큰애가 애기가 물을 먼저 마실 수 있게 배려해주면 좋은거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해서 나쁜애는 아니라는 것을.
말로 조근조곤 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내가 몸으로 막았으니 제딴에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아직 부족하고, 다정한 엄마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
더 공부해보고 우리딸을 이해해볼께.
그리고 어린시절의 나도 보듬어 줄게.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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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_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