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J, 나를 만드는 것들 - 2
장면을 포착하는 일, 전략을 짜는 일
사진을 찍을 때와 마케팅 전략을 짤 때, 나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무엇을 찍을지, 어떤 구도를 잡을지, 빛은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먼저 관찰한다.
마케팅도 다르지 않다.
‘무엇’을 보여줄지,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지’를 고민한다.
사진이 남긴 습관
나는 원래 사진을 좋아했다.
여행길에서 마주친 간판, 바람에 흔들리는 노을빛, 골목 끝을 지키는 한 대의 차.
그 순간을 두 눈으로만 기억하기엔 아쉬워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나를 멈추게 했고, 잊힐 뻔한 장면을 오래 바라보게 했다.
브랜드와 얽히던 시간
그러다 리테일 자동차 산업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게 됐다.
그때 나는 지금처럼 광고 퍼포먼스만 맡지 않았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나가는 시승차 관리 같은 현장 업무부터, 뉴스레터·웹사이트 운영, PPL 모니터링,
시장 트렌드 조사, VoC 분석, 오너 인터뷰까지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활동 전반을 다뤘다.
마침 그 시기는 소형 전기차가 막 시장에 등장하던 때였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00km대에 불과했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장거리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심에서만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였다.
사진이 전략이 되다
당시 나는 브랜드 차량을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기록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단순한 시승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가 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그렇게 내 사진은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고, 브랜드는 내 일상 속 장면에서 살아 움직였다.
사진은 순간을 흔들어놓고, 마케팅은 마음속에 이야기를 남긴다.
둘 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작업이었다.
사진과 마케팅, 닮은 두 시선
사진은 빛과 색을 다루고, 마케팅은 메시지와 경험을 다룬다.
다르지만 닮아 있다.
둘 다 장면을 설계하고, 그 장면이 사람의 감정을 흔들도록 만든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와 더 밀접하게 얽히게 됐다.
사진과 자동차, 그리고 도시 거리의 언어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내가 본 것이 전략이 되고, 전략이 다시 경험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