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것을 해내야만 비로소 평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반대로 가만히 있을수만 있다면 그걸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S.B. Hugh
'오만가지' 라고 한다. 하루에 인간은 약 5만가지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즐거운 생각이 아닌 걱정과 불안, 분노 같은 것들일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꽤 자주 '속이 시끄럽다'. 우리의 내면의 평온은 도대체 언제 올까. 언제 오는지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내면의 평화와 행복은 즉시 우리에게 온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스님들은 종일 산 속에서 지내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하고 앉아있는데 10년을 저렇게 보내도 지루한 게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걸까. 불교철학에서는 번뇌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곧 행복에 이른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걸까. 불행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 거기서 행복을 만끽하려면 더 나아가야 하는거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오랫동안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그동안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스트레스와 걱정거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넘어서 내 모든 사고와 감정 등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져서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함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완벽하게 우리 스스로를 우리가 이해하고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생각해보면,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오만가지' 생각과 번뇌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고요한 평화와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절에 들어가서 속세를 떠나야만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욕심과 고민을 다 포기해버리는 게 과연 정말 행복해지는 길인가. 이에 대한 내 대답은 'No'이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충분히 '가만히 멈춰서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욕심과 고민을 다 포기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외면하지 않고 모든 욕심과 고민을 가장 투명하고 명료하게 이해하고 직면해야만 우리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가만히 멈춰서있는 것'을 바탕으로만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가 향할 삶의 방향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일단 멈춰서라. 가만히 멈춰서 서있을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서 퍼져오는 평온과 고요한 기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그 상태로 경기장에서 물러난 채 열외된 병사처럼 무한정 서있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기민하게 우리 스스로의 욕구와 생각,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는 오히려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고 열심히 하나라도 더 끌어모으고 쌓아가는 대다수의 현대인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날카롭게 삶이 어디로 가야할지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멈춰서보자.
P.S) 가만히 모든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주위의 소리, 공간의 감각, 내 신체의 리듬, 호흡, 내 감정의 동요, 생각의 범람, 모든 것을 바라보는 연습은 처음에는 10초로도 충분하다. 10초도 잘 안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치는 있다고 본다. 일단 10초, 그 후에는 30초, 1분, 그게 10분이 되고 나중에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니 10초만 시간을 내어보기를. 그 10초에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고요함이 찰나라도 느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