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이상한 이유는 맞춤법 문제가 아니다?
사실 글이 이상하다고 해서 전체가 문제일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서너 개 정도인 어색한 문장 탓에 느껴지는 위화감이 글의 신뢰도(완성도)를 약간 떨어뜨렸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완벽한 글도 없고, 100% 완결성을 확보한 글을 쓸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완벽함을 추구하자는 뜻은 전혀, 1도 없습니다. 또한 글의 성격이나 분야에 따라서는 다소의 오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전제하고 싶습니다.
문장을 틀리는 양상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다양하다면,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틀렸다기보다는 어색하다, 실제로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정도의 의문이 든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이상하다 싶은 부분은 수많은 작법서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몇몇 유형의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작법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피동태로 쓰지 마라!’
만약에 매력적인 여성이나 남성이 있을 때 주변 친구들에게 보통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 있잖아. 노리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글로 쓸 때는 ‘누구 있잖아. 엄청 많은 사람에게 노려지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씁니다. 혹시 평소 대화를 하면서 ‘야, 너 노려지고 있대’라고 하는 분은 아마도 없으시겠죠.
그 외에도 제가 평소에 글을 읽으면서 찾았던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 내총관이 얼굴이 돌려져 땅바닥에 ->내총관의 얼굴이 돌아가(며) 땅바닥에
2) 이강인을 놓친다면 안수광은 대구지부장으로부터 큰 실망을 받으리라. ->이강인을 놓친다면 대구지부장은 안수광에게 크게 실망하리라.
3) 그렇게 꼬맹이를 구하러 갔던 일은 마지막에 내가 꼬맹이에게 구해지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꼬맹이를 구하러 갔던 일은 마지막에 꼬맹이가 나를 구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요즘에는 맞춤법이 틀린다, 이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하고, 블로그에 맞춤법 검사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찾아볼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입니다. 위의 예에서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나요?
물론 요즘에도 인터넷을 보면 아직도 낳고 계신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문장 관련 책이나 전문가들의 저서, 칼럼을 봐도, 글쓰기 강좌의 수업 내용의 목차만 봐도 겹치는 항목이 대부분입니다. 더 깊이 있는 내용, 예를 들면, '은(는)'과 '이(가)'의 뉘앙스 차이 같은 내용은 읽어도 잘 와닿지 않습니다.
사실 이 글의 취지가 틀리지 않게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잖아요.
전문가들이 집필한 책도 작정하고 뒤져보면, 틀린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고,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국어 수호의 사명감에 불타오를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출판업계 특성상 많은 부분이 외주로 돌아가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얼마든지 발생합니다.
저는 역자 교정이라고 해서, 교정을 거친 원고를 받아서 원서와 처음 제가 작성한 번역 원고를 비교하면서 다시 검토합니다(가장 공부가 되는 부분입니다). 다음 편에 나올 내용이지만, '으로부터', '경우'가 뒤덮고 있기도 하고, 모든 접속사를 '이므로'로 통일한 교정도 봤고요(진짜 책 전체의 모든 접속사가 이므로였습니다). 심지어는 굳이 다시 번역을 하신 건지 오역으로 교정된 원고를 본 적도 있고 말이죠. '~의 ~의'나 의미 없는 이, 그, 저 붙이는 정도는 애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실용서 쪽이라서 문학은 어떠한지 잘 모릅니다.
번역자, 교정자, 편집자라는 삼각편대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서로 놓치는 부분을 보완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지만, 현실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훅 하고 지나가 버립니다.
'와, 이거는 큰일 날 뻔했는데'라고 하거나 '이건 좀 아닌데' 혹은 '도대체 왜 틀린 곳은 놔두고 엉뚱한 데를 굳이 고친 거지'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배우는 부분도 많습니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검정과 검은색의 차이 같은 것이죠.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듯하네요.
첫 번째, 평소에 말하듯이 쓴다.
버벅거리거나 실수로 엉뚱한 말이 나올 수는 있어도 놀라울 정도로 이상한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평소에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 점검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정말 글이라는 단 한번도 써보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쓰고 싶고 첫 시작이 부담스럽다 하시는 분은 내고 쓰고 싶은 내용을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아예 녹음을 하는 것이죠.
아, 물론. 녹음이 더 어색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좀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성공하시면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궁금하네요.
두 번째, 아는 것만 쓴다.
모르는 단어는 일단 전부 배제하고 내가 정말 아는 단어만 쓰는 것이죠. 혹시 글은 쉽게 써야 한다,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써라 같은 얘기 들어보셨나요?
다만 한자어나 고사성어, 속담, 관용 표현 등의 뜻이 내가 아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 해서 의사소통의 구성 요소에 관한 이론이 있습니다(언어적 요소 (말의 내용): 7%, 음성적 요소 (목소리 톤, 속도 등): 38%, 비언어적 요소 (표정, 몸짓 등): 55%). 언어적 요소가 7% 밖에 되지 않아서 내가 아는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보통 특정 장르에 많이 쓰이는 표현이나 마치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듯이 특정 위치에 반드시 박혀 있는 표현만 피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 내가 잘 쓰지도 않는 낯선 표현을 굳이 끌고 올 필요는 없잖아요.
세 번째, 짧게 쓴다
소설 창작 기법 자료를 보다가 '주어 + 목적어'로 구성된 문장으로 전체의 줄거리를 쓰시오라는 항목을 발견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은 뿌리를 뻗기 시작하면 갈 데까지 가 버립니다. 핵심만 빠르고 간결하게 쓰고, 다음에 내용을 확장하는 것이죠. 아, 브레인스토밍이네요.
어떤 작가님 집필 방식을 보니까, 기승전결의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관련 에피소드로 확장하면서 작품을 쓰시더군요.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는 앱도 쓰시는 듯하고요.
당장 저한테 필요한 방법이네요. 글을 쓰고 보니 그러네요. 오, 나이스?
네 번째, 잘 쓰려고 하지 말자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잘 쓰고 말고 할 게 있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뭐든 시작하면 잘하고 싶어 하는 생물입니다. 굳이 못하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세 번째랑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초고를 쓰는데 비유도 하고, 감정 표현도 하고, 장면 묘사도 하고, 자료 조사로 알게 된 전문 지식도 좀 넣고... 하, 숨이 막히네요.
초짜가 이게 되겠냐고요.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안 그럴 것 같으시다고요. 막상 쓰기 시작하면 머릿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내가 봤던 드라마, 영화, 소설 등 온갖 기억들이 끼어듭니다. 사실 글이 막히는 진짜 이유는 잠재의식에 얌전히 누워있던 기억들 탓일지도 모릅니다.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라 블로그 글 하나라도 일단 완성이 되어야 수정을 하든, 보강을 하든 할 수 있잖아요.
좋은 문장이나 표현은 그다음 문제가 맞습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들이 맞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한자어를 줄여라(의외로 한자어는 줄이면서 영어 외래어에 관대한 면모를 보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피동형을 쓰지 마라 등 다 맞는 말인데.....
뭐가 됐던 완성된 원고가 있어야죠.
그러고 보면, 목표 의식도 중요하겠네요.
내가 뭘 쓰고 싶은지,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저처럼 부업?).
결국 선택과 집중인 건가요!?
이전에 썼던 글은 되도 않게 똥폼을 잡고 쓴 글 같아서 다시 썼습니다(2024년 8월 13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