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무살짜리 상주

어른이 되는 술

by 에콘

한참 손님들이 차 있는 시간인 저녁 10시 반,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바에 들어왔다.


남자는 검은 정장에 검은 타이를, 그리고 오른 팔에 검은 두 줄이 그어진 완장을 차고 있었다.


더벅머리에 여드름 가득한 얼굴은 그 손님이 어쩌면 미성년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그를 가장 구석자리진 바 테이블로 안내한 후에 메뉴판을 주며 인사했다.


- 오늘 처음 뵙는 것 같네요?


그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아, 네... 제가 술을 잘 몰라서...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영락없는 청소년이었다. 나는 그에게 너무 동안이시라 나이를 확인하고 싶다했고, 그는 주민등록증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올해로 딱 스무살이 된 갓난어른이었다.


-달달한 걸 원하실 경우 위스키를 먼저 접하시는 것보다는 차라리 칵테일이 나으실 것 같네요.


나는 부드러운 어조로 그에게 칵테일을 보여주었고, 그는 잭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먹어봤어요. 맥주 한 잔이랑 이거로 주세요.


주문을 받은 후 나는 곧장 온더락 잔을 꺼내며 잭콕 먼저 제조하기로 했다.


잭다니엘 1.5 oz

콜라 150ml

그리고 레몬 슬라이스를 컵 안에 넣고 휘저어 준 후 스틱으로 탄산 거품을 일으킨다.


하얀 거품이 살짝 올라온 검은 칵테일을 코스터 위에 올려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옆자리의 많은 다른 손님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여가며 내가 내미는 잔을 두 손으로 받았다.


-기억하는 맛이 맞는지 한 번 드셔보세요.


그는 내 말에 잔을 입으로 가져가 맛보더니,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아요. 이게 더 맛있어요.


그의 말에 나는 웃으며


-다행이네요. 맥주 바로 드릴게요.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우자 그의 옆에 앉아있던 단골 J가 술이 오른 목소리로 그에게 말거는 것이 들렸다.


-그... 팔에 찬 거 바깥에서는 빼는게 좋아.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방해될 수 있잖아.


-아, 예.


덩치 큰 중년의 말에 스무살 어린 손님은 바로 완장을 빼서 주머니에 황급히 넣었다. J는 더 이상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시원한 맥주잔을 내밀며 말했다.


- 천천히 드시고 필요한 거 있음 불러주세요.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았지만 구태여 더 묻지 않기로 하고 다른 손님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바 한쪽에 앉아있던 단골 C가 내게 물었다.


-저 손님은 어떤 사연입니까?


그는 이제 막 서른살에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재치가 있었고 매너가 있어서, 한 달에 두어번 정도 밖에 안 왔지만 난 그를 꽤 환영했다.


-크게 묻지 않았어요. 시간이 필요해서 왔을 것 같아서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물었다.


-두 줄이었나요?


-네. 두 줄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마시던 술을 크게 벌컥였다.


11시 반이 넘어가자 J를 포함해 대부분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12시 자정이 지나자 어느새 바에는 스무살 손님과 C만 남아있었다.


둘은 8석 정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말없이 몇 잔을 들이켰다.


스무살 손님은 어느새 맥주만 몇 잔을 더 들이켜서 얼굴이 빨개져 있었으나, 핸드폰도 보지않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자 C가 말했다.


-형님, 저 분께 마티니 한 잔 제가 사고 싶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티니를 만들었다.


우리 바는 사실 칵테일이 주 메뉴가 아니다보니, 이런저런 메뉴에선 대체레시피가 진행되는데 마티니도 그 중 하나다.


칵테일 잔에 얼음을 미리 올려 쿨링한다.

보드카 1oz

마티니 1oz

를 얼음 4알 들어있는 쉐이킹컵에 넣은 후

젓지않고 두 번 흔든다.

그 후 쿨링한 칵테일 잔의 얼음을 빼고 거기에 붓는다.

올리브 두 알.


C는 내가 칵테일을 만드는 사이 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하며 말했다.


-나도 참 그랬던 것 같아요, 형님. 어른이 되고싶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안 되고 싶다고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저는 어머니가 일찍 가셨는데, 그 때 제가 처음 얻어먹은 술이 마티니였어요.


그는 계산 한 후 내게 말 하나만 전해달라고 한 후, 바를 떠났다.


스무살 손님은 자신이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마티니 하나가 새로 와있자 당황해 내 얼굴을 봤다.


- 아까 저 옆에 사장님이 사셨습니다. 말 한마디 전해달라 하시더라구요.


어린 손님이 칵테일잔에서 시선을 떼 날 바라보았다.


- 어른이 되어버린 것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하셨어요.


바에 홀로 남은 어린 손님은 그 말을 듣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한참을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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