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Jun 17. 2023

행운이와 30년 추억

우리 집 행운아

   30여 년 전 소래포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너여러 행운이 들 중에서도 얼마나 볼품이  없었으면 누구 하나 거들 떠 보지 않을 정도로 남루하고 온몸이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싸구려 화분은 한쪽 모서리가 톱니바퀴처럼 깨저서 자기를 치료해 주지 않으면 마치 주인아저씨의 심장이라도 찌를 것 같이 노려 보는 것이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런 너를  내가 구제해서 정성 들여  씻기고 새 화분으로  몇 번이나 갈아입혀 준 지  20여 년 만에 겨우 일반적인 행운이 들 처럼 쳐다볼만하게 되었고, 이제는 키도 무럭무럭  자라서 하늘을  찌를 듯하고, 겨우 붙어 있는 잎사귀 마저 쭈글거리던 것이 새순이 돋고 기존 잎도 활기를 되찾아 풍성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보답이라도 그간의 고마움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옛말 그대로 "복이 많은 사람들도 공덕을 평생 많이 쌓아야만 한번 볼까 말까 한다"는 "행운목의 진하고 풍부한 향기와 아름답고 웅장한  그 꽃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크고 진한 선물로 안겨 주었다.


  보기만 해도 눈부시고  탐스러운 꽃 자체의 우아함 과 집안 가득 몇 일째 퍼지고 있는 풍부하고 진한 향기, 이를 뭐라 인간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언어로는 부족한 듯하다.


     고마운 선물을 우리 가족에게 준지 겨우 2~3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행운이 네가 처음 우리 가족과 만났던, 너에게 가장 우울하고 불행했었던 그때처럼 시름시름 앓다 남루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까 봐 우리 가족 모두의 맘이 너무도 아프단다.


   이번에는 뿌리에서 분리되는 몸과 뿌리의 경계 부분부터 허물을  벗 듯 껍질이 힘없이 벗겨지고 서서히 기운을  잃어 가더니, 한순간에 주춧돌 몸체까지 마르고 썩어 가는구나.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시차를 두고 우리네 인간사와 똑 같이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너의 몸도 힘없이 세상과 작별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네 인간들은 그 긴 기간 동안 함께하고 보살 핀 보람 없이 영원히 우리네 욕심쟁이 인간들과 함께 하지 않고 가려고 한다고 식물인 행운이 너한테 마저도 내려놓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원망한다.


  세상과 작별해 가는 너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너를 만난 지 20여 년.


   이제는 너에게도 너의 선택권을 존중해 여기까지가 인연이었구나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을 하고 세월의 약처방을 받아 잊어가며 정을 떼는데"라는 생각으로 위로하며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살아 가는데 하물며 긴 세월 정이 들었다 한들 식물인 너를 못 잊을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너와도 헤어질 결심으로 자포자기 상태일 때,  행운이 너는 나름대로 무슨 미련이 남았던지 아무런 흔적도 기척도 표현도 우리네 인간들한테는 보이지 않고, 그 썩어가는 좁고 어둡고 깊숙한 엄마, 당신의 품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인내해서 새벽녘 아침 햇살처럼 영롱하고 찬란한 이슬방울 같은 삼 남매를 꼭꼭 숨겨 잉태하고 있었을까...


  어느 날 아침  행운이에게 마지막 물이라도 한 바가지 주려고 물바가지를 들고 가서 보니 다 썩어 문들어진 엄마 행운이 품속에서 진짜 이슬방울처럼 보이는 파란 새 봉우리기 하늘을 향해 발길질을 하듯 올라와 방긋 인사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신비스럽고 반갑던지...


  지금은 저 먼 하늘나라에서 너와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겠지만, 그때는 어머니를 향해 "어머니 행운이 가 새끼 낳았어요! 그것도 세 마리나 낳았다고요  빨리 와서 보세요"라고  큰소리로 불렀던 기억...


  친 자식들 나아 키울 때도 자식들 좋은 일 생겼으니 동네 사람들한테 자랑 좀 하시라고 하면 말할 줄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시고 자랑 한번 안 하시어머니가 행운목 새싹 튼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자랑하시던 어머니가 새삼 생각난다.


   80년 넘게 살아오신 분도 아마 행운이가 준 선물, 진하고 풍부한 향기와 우아한 자태의 꽃은 아마도 평생 처음 만나셔서 그리 하셨을 거다.


  그렇게 예쁘고 건실하게 새롭게 탄생한 아이 셋은 아무 탈 없이 내가 게으르고 건만증이 심해서 그 흔한 영양제는 물론이요 물마저도 제때 맞춰 주지 못했지만도 10여 년을  무럭무럭 더 자라 이제는 다시 10여 년 전기 휘양 찬란하던 그 엄마 행운이의 모습을 다시 보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 많은 세월이 흐르던 시간 속에  행운이 네가 우리 식구가 될 때 갓 돌을 지났던 아이는 물론 그 사이 여자아이도 한 명 더 태어나서 4 식구가 되었고, 너의 보이지 않는 행운함성  덕택으로 그 아이들은 공부도 잘했고 건강하게 잘 자라 이제는 어였한 성인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성실하게 행복해하며 잘 살고 있단다.


   이는 아마도 너희 행운 이들이 보이지 않게 뿌려 준 행운의 좋은 집안 분위기 때문일 거야!!!


   영양제도 물도 제대로  못 줬어도 너의 자리만큼은 항상 우리 집의 명당자리 인 현관문 정면에 고정 자리를 만들어 줘서 우리 모든 식구들이 너를 보며 매일매일 조석으로 너의 이름처럼 행운의 희망을 갖게 되었을 테니까.


   행운이가 우리 집에 온 지 30여 년  이제  비록  원래 엄마 행운이 내 어머니와 같이, 인간이나 식물이나 시간이 흐르면 원점으로 회귀하듯이 친숙했던 이들과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고 저먼 미지의 세계로  떠나버려서 그때의 엄마행운 이는 아니지만 너의 엄마가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 그 우아했던 꽃망울과 그 고급지고 풍부한 향기를 다시 한번 우리 가정의 영원한 만사형통을 위하여 또 보내 줬으면 하는 우리네 인간의 욕심이 잘 자란 너희들을 보면 자꾸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이제는 머지않은 날에 반드시 이러한 희망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 즉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오지 않더라도 아쉬움 없는 희망 기다림의 여유를 가져 보련다.


   그러면서 이제는 30여 년을 함께 한 행운이를 우리 가족의 모든 비밀을 혼자만이 평생 간직한 체 믿음직하게 묵묵히 지켜준  동반자로, 배신에 욕심에 찌든 인간들보다 몇 천만 배나 좋은 평생 우리 가족 동반자와의 좋은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하련다.


   그동안 게으르고 건망증 많은 주인 만나 아파하고 서운했을 너의 마음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제 나도 버리지 못하고 살아온 인간사 욕심을 모두 내려놓았으므로 행운이 너희들의 두 번째 선물을 기대가 아닌 그 시절 진하고 풍부했던 향기와 우아한 꽃의 아름다움을 추억하고 회상하며 즐겁게 너희들에게 정성 담긴 물이라도 꼭 잊지 않고 충분히 주련다.


   여러분도 혹시나 행운목과  같은 식물들과 동거 중이시라면 하찮은 미물이라 여기시지 마시고, 인간사 욕심으로 행운을 기대하지 마시고, 행운이 오지 않더라도 욕심을 버리시고 느긋하게 추억을 기다리며 행복하세요.


인생사 뭐 있습니까?....


   나이 60에 속세의 욕심을 버리는 참 인간으로 돌아오게

가르침을 깨우쳐 준 많은 행운이 들에게 고맙고 감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