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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 Feb 13. 2022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내 집 마련기#2

청약을 못 넣는다면 그냥 사버리지 뭐

“너 어제 청약됐다고 엄청 기분 좋더니 오늘은 왜 먹구름인데?” 상황에 따라 얼굴색이 변하는 건 있을법하다.  

“뭐야, 힘든 일 있어...?”

 필명을 Merry라고 지을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니 먹구름 색을 한 나의 얼굴에서 동료들은 쉽게 꼬인 일을 알아챈다.


“그니까, 청약을 지금 해지하면, 앞으로 배우자도 청약 금지라고? 야, 너 앞으로 소개팅 나갈 때 너 청약 7년간 제한이라 신혼 특공도 못 넣고, 나랑 혼인 신고하면 연좌제로 묶여서 그쪽도 청약 못 넣는다고 꼭 고지해라, 그거 말 안 하면 사기죄다. 푸하하하”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투를 기대한 건 아닌데, 더 심란해졌다.

“메리씨, 너무 낙담하지 말어. 청약 그거 희망고문이야. 이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동료와 나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부동산 고수의 말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자의적인 해석까지 하고야 마음이 놓인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도 아니면 모’라는 관용어는 이럴 때 힘을 발휘한다. 부동산 고수 팀장의 조언이 더해질수록 확연해졌다.

“그래, 난 이번에 꼭! 내 집 마련을 할 거야.”

불현듯, 주말을 반납하고 성실히 일하지만 재테크와 담을 쌓아 항상 제자리걸음인 부모님을 보며 난 아끼고 모으고만 살지는 않을 거라 다짐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래, 재테크도 열심히 해서 일과 여유를 병행하자. 즐기면서 사는 거야.”

 결국 당첨됐었던 청약은 포기했다. 그때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부동산 유튜버들의 조언과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 브리핑을 매일 출퇴근길에 들었고, 퇴근 후 여가생활은 모두 부동산 관련 서적 읽기, 부동산 카페에서 정보 구하기, 관심 지역 임장 하기로 바뀌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까마득했던 내 집 마련은 내가 이룰 수 있는 목표로 바뀌어갔다. 내가 해 낼 수 있는 영역 말이다. 쏟아지는 부동산, 대출 규제로 물 건너 가버린 내 집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건만 잘 맞춘다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대출사업들도 있었다.

 우선 융통할 수 있는 내 자산규모를 파악했고, 그다음으로 매월 감당 가능한 대출이자 범위 내에서 매수 가능한 금액의 아파트를 골라냈다. 세 번째로 광역교통계획을 보며 향후 지하철, 고속도로 개통으로 생활권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물색했다.

 그렇게 서너 군데의 아파트를 골라 동네를 직접 걸어 둘러보기도 하고, 부동산 중개소에 들러 아파트 내부를 보기도 했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더 적은 금액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데 처음 해보는 큰 금액이 오가는 결정이고, 내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인생 전반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매수 결정이 어려웠다. 둘러봤던 곳들은 나쁘진 않았지만 썩 ‘이곳에 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혼집을 장만한 후 부동산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친구가 내가 눈여겨보고 있던 아파트 분양권을 상담을 받으러 가자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곳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지만 신도시 경계선에 위치해 곧 교통이 좋아진다 하여 점찍어 두고 보던 곳이었다. 그 동네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막막했다. 그러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않은가. 시간이 흐를수록 정겨운 동네의 느낌이 좋았다.

‘왠지 이곳에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이제 나는 한 집의 주인이다.

 청약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세에 눈이 열렸다. 집 보는 눈, 땅 보는 눈, 어쩌면 사람을 보는 눈도 좋아질지도.

 반전은 기대하지 않은 삶을 이야기한다. 유약한 어린 시절을 지나 경찰이 된 지금도 누가 상상했을까. 깨진 청약으로 집을 장만한 지금의 삶을 누가 상상했을까. 인생은 모른다. 하나 한 가지는 기억한다. 머무르지 않으면 도약한다는 것을.


 집을 계약한 그때의 나이가 스물아홉이다.

실패와 실수를 도약과 성공으로 이끌기에 매우 충분한 지금의 내 나이는 갓 서른하나이다.

상상한다. 또 다른 반전을.

“메리야, 그렇지, 잘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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