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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Jul 01. 2017

인간은 신이 될 것인가?

인류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ㅣ 과학서평 



세 개의 혁명이 있었다. 첫 혁명은 지금으로부터 약 7만 년 전에 일어났다. 인지혁명이다. 두 번째는 1만 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 세 번째는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인지혁명은 인류 역사의 시작을 알렸고,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높였으며, 과학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걱정할 만큼 인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리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15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처음 출연한 사피엔스는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7만 년 전부터 다른 인간 종을 멸종시키기 시작했다. 인지혁명이란 이 시기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이다. 전설, 신화, 신, 종교가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그것은 허구와 뒷담화를 바탕으로 한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와 의사소통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아르헨티나의 암각화. 1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남긴 이 손자국은 허구와 집단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사진='사피엔스' 중에서>


동시에 허구는 집단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했다. 성경의 창세기,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 신화, 현대 국가의 민족주의와 같은 공통의 신화는 집단적 상상력에서 나왔다. 그것으로 인해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뒷담화의 임계치가 150명 정도라면 허구는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심지어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으로 임계치를 확장했다. 일대일 결투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를 이겼지만, 집단과 집단의 대결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으면 대규모의 협력도 불가능하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사피엔스만 다른 개체와 유연한 방식으로 협력한다.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한 이유는 불멸의 영혼이나 특별한 종류의 의식이 아니다. 바로 협력이라는 구체적 능력 덕분이다. 여기까지가 전작 「사피엔스」의 핵심이다. 동시에 여기부터가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의 시작이다 


◇ 세 개의 혁명사피엔스의 승리


그렇다면 지구를 지배한 인간은 평화로운 삶을 영위했을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냥 그러지 못한 게 아니라 ‘너무’ 그렇지 못했다. 인간은 생명뿐 아니라 종 전체의 사멸을 가져올 수도 있는 도전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인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위험은 기아, 역병, 전쟁이었다.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 기아, 역병, 전쟁을 이겨낸 인류는 이제 불멸, 행복, 신성을 꿈꾼다. 호모 데우스, 인간은 신이 될 것인가. <사진 출처=위키백과>


기아는 인류 최대의 적이었다. 고대는 물론 최근까지도 인간은 항상 영양실조와 굶주림에 처할 수 있는 상태로 살았다. 1692년부터 1694년까지 단 2년 사이에 프랑스 전체 인구의 15%가 굶어 죽었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사치스러운 삶을 영위할 때였다. 이듬해에는 에스토니아에 기근이 닥쳐 인구의 5분의 1이 죽었고, 핀란드와 스코틀랜드에서도 비슷한 비율의 인구가 죽었다. 굶어 죽었다. 우리도 1970년대 들어서야 ‘보릿고개’에서 벗어났다. 


인류를 위협하는 두 번째 적은 역병이었다. 도시는 인류 문명의 산실인 동시에 전염병과 감염병의 이상적인 번식처였다. 14세기 창궐한 흑사병은 2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유라시아 인구 4분의 1이 넘는 목숨을 뺏어갔다. 18세기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하와이 제도의 전체 인구는 50만 명에 달했다. 유럽인들의 몸에 있던 각종 병원균이 휩쓸고 지나간 뒤 하와이 인구는 7만 명으로 줄었다. 비극은 20세기에도 계속됐다. 1918년 1월 프랑스의 참호에서 시작된 스페인 독감으로 1년 동안 무려 5,000만 명에서 1억 명이 숨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4,000만 명이었다. 


세 번째 위협은 전쟁이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상수였다. 오히려 평화가 변수였다. 지구는 거대한 정글이었다. 두 국가가 오늘은 평화적으로 지냈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로 내일부터는 전쟁 상태로 돌입했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 관계를 그대로 두고 10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다면 당장에라도 전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신의 영역을 벗어나 '신이 되려는 인간'을 살핀다.  <사진 출처=www.ynharari.com>


◇ 기아·역병·전쟁을 진압한 인간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인간이 이런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물론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이제 자연의 불가해하고 통제 불가능한 폭력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 이제 어떤 신이나 성자에게 이 문제들에서 우리를 구해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기아, 역병, 전쟁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대개는 잘 막아낸다.”


지금도 배를 곯는 사람이 하루 수억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제로 굶어 죽는 사람은 소수이다. 2010년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총 100만 명 정도였던 반면, 비만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에 달한다. 


역병 역시 여전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대부분은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 1967년 1,500만 명이 천연두에 걸려 200만 명이 죽었지만, 2014년에는 천연두에 걸리거나 죽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에이즈 역시 발병 10년 만에 죽음의 병에서 만성 질환으로 바뀌었다. 


전쟁과 테러도 평화를 갈망하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상존하더라도 한 나라의 군대가 다른 나라의 군대를 격파하고 나라를 점령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인류는 “기아, 역병, 전쟁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이에 필요한 과학기술과 제도를 만들었으며, 대개는 잘 활용한다.  


<호모 데우스> 홍보 이미지. 


◇ 불멸·행복·신성으로신이 된 인간  


기아, 역병, 전쟁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면 인류는 무엇을 할까?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지난 시기 인류를 괴롭히던 이 문제를 진압하고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이전까지 신의 영역이었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를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차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을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非)유기체 합성.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생명공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암호를 고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생화학 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팔다리까지 자라게 한다. 사이보그 공학은 유기체를 비유기적 장치와 융합한다. 노화와 죽음은 점차 기술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기술적 문제는 과학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섬칫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非)유기체 합성. 사진은 영화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나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는 참이다.” 


저자가 전작 「사피엔스」를 마치며 한 말이다. 「호모 데우스」는 이에 관한 논의를 더 깊고 확장한 책이다. 순서와 관계없이 꼭 함께 읽어보시길. 


호모 데우스! 정녕 인간은 신이 될 것인가. 누구도(유발 하라리조차)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간은 이미 신의 영역에 도전했고,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성공을 거두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구글의 생명연장 프로젝트 책임자인 빌 마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나에게 500살까지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by 책방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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