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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Aug 19. 2015

느리게 쓸 것

<소설가의 일>에서 김연수가 말하는 글쓰기 비밀 5


소설가 김연수는 말합니다. 생각하지 말라고, 일단 쓰라고. 또 이렇게 말합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무엇보다 느리게 쓰라고. 왜냐하면 평생을 써야 하니까.


<소설가의 일>은 얇은 책이지만 밑줄을 많이 쳤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밑줄 긋지 않은 곳이 오히려 적을 정도니까요. 소설가가 되는 비법? 있습니다. 김연수는 '매일' 쓰라고 말합니다. 이 두 개의 문장은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다음에.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소설가 김연수.


작년 8월에 <소설가의 일>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고요(그리고 이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김연수와 하루키가 닮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닮은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가로서의 명성뿐 아니라 꽤 실력 있는 번역가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산문집 <소설가의 일>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닮았습니다. '일상성'으로서의 글쓰기를 강조하는 하루키도 '매일'을 강조했습니다.

 

얼마 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다시 뒤적거렸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비교하면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김연수가 말하는 글쓰기의 비밀 다섯 가지를 정리를 정리했습니다.



#1. 생각하지 말고 일단 써라 


"그러니 생각하지 말자. 구상하지 말자. 플롯을 짜지 말자. 캐릭터를 만들지 말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라. 컴퓨터가 있다면 거기에 쓰고, 노트라면 노트에 쓰고, 냅킨밖에 없다면 냅킨에다 쓰고, 흙바닥뿐이라면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집어서 흙바닥에 쓰고, 우주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다면, 머릿속에다 문장을 쓰자."




#2. 실패를 두려워 말자


"그렇다면 이 삶도 마찬가지다.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지금 초고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은 소설가에게 필요한 말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자는 것이다."




#3. 쓰고, 다시 써라


"그래서 소설가에게 필요한 동사는 세 가지다. 쓴다, 생각한다, 다시 쓴다. 소설가는 제일 먼저 '쓴다'. 그다음에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쓴다'. 소설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소설 쓰기라는 동사가 있다면, 그런 뜻이어야만 한다. 누군가 '소설 쓰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먼저 글을 썼고, 지금은 그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라는 뜻이어야만 한다."




#4. 문장을 사랑하라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수없이 많은 책을 썼다. 거기에 무슨 새로운 내용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새로 쓸 수 있는 건 오직 문장뿐이다."




#5. 느리게 써라


"내 경험으로 보자면, 하루에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세 시간 동안 최대한 느리게, 거의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느리게 글을 쓴다. 쓰려는 소설 속 인물과 세계에 대한 정보를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를 맛보며 덤으로 독특하고 구체적인 디테일들도 찾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일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십 년을 넘기기도 하고, 때로 평생을 다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귀스타브 플로베르나 레오 톨스토이나 제임스 조이스가 한 일, 그러니까 소설가의 일이다."



는 하루에 세 시간씩, 5매만, 느리게 써 보자고 권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작가는 '하루에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소설가처럼 전문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삼십 분도 투자하기 어렵더군요.


다만 느리게 쓰고(누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 걸요), 실패를 두려워 말고(성공하려고 쓰는 것도 아닌 데다가),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라(생각한다고 더 잘 쓰지도 못하니까요)는 작가의 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고전만 읽으면 다 성공할 수 있다는 요지의 책을 써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도 있지만(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압니다. 성공한 모든 사람들이 고전을 읽어서 성공한 게 아닌 것처럼, 고전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하기 위해 고전을 읽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게 어떤 책이든(고전이면 더 좋겠지만) 매일 1시간씩, 50페이지 정도씩, 느리게 읽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매일' ''의 중요성을 떠올립니다.

                                                                                                                                                                          by 책방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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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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