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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Oct 16. 2024

[영국 D+3] 뭘할지 모를때는 우선 갑니다, 갤러리

Wasabi / Philippe Conticini / 자연사 박물관/ 책


 어제까지만 해도 뭘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갑자기 정리가 됐던 아침.


 여전히 시차 때문에 중간중간 눈을 뜨고, 새벽 5시에 일어났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정신이 맑아 기분은 상쾌했다.


 아침에 5-6시까지 솟아오르던 생각들을 다 정리하고, 오늘 해야 할 것들을 정해놓고 나니 해가 떴고, 나는 샤워를 한 후 방금 3일차까지의 글을 썼다. 더 잃어버리기 전에 다이어리처럼 하루를 기록해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동한 내가 써왔던 글보다는 좀 더 가벼운 어조로 이어나갈 것 같다.


 머리 말리는 것도 까먹다가 다시 쓰고, 머리 말리고 다시 쓰고, 하다 보니 어느덧 9시.

 사실 원래는 9시까지의 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스케줄을 잡아놨었는데 오늘은 오롯이 글에 집중했다. 단, 마지막 남은 양심처럼 뉴스는 옆에 틀어두고.


 내가 요즘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영어 공부 스타일은,


1. 6시 30분 정도: 단 한 문장이어도 좋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말들을 한번 생각해 보고 - Chatgpt로 한번 돌려본 다음 - 가장 내 입에 붙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꾼다 - 그리고 단어장 앱에 아카이빙


2. 아침에 언제 해도 상관없으니, 나가기 전 아카이빙 한 단어장 (되도록) 모두 누적 복습하기 (5번 정도만 읽어주고, 말해본다)


3. 하루를 보낸다.


4. 생활하면서 썼던 문장들 중 맘에 안 들거나 더 잘 다듬고 싶은 문장들을 자기 전에 생각하고 다시 아카이빙 해두기



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도 안 하고 듣지도 않고 집에서 가만히 있는다면 영어가 늘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니, 우선은 최대한 많이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근데 밖에 나가면 돈이라서 가끔은 최대한 돈이 덜 드는 방법으로 하고 싶은데. 아직은 잘 그 방법들을 잘 모르겠으니 우선은 모두의 희망 넷플릭스라며 보류.



1. 늦은 아침을 마치고 얼른 자연사 박물관으로,
근데 이제 맛집 투어를 곁들인




 이래저래 글 쓰고, 가족들과 통화하고, 머리 말리고 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지체되어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박물관 앞으로 갔다. 근데 아니 웬걸,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밥도 먹고 디저트까지 부시러 갔다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갤러리 투어가 아니고 맛집 투어다)


 오늘따라 아침 날씨가 너무 추웠다.


 런던의 날씨는 비가 오던 안 오든 항상 비가 온 난 후의 추운 가을 날씨 같다고 생각하면 쉬운데, 코끝과 발끝이 시리는 그런 서늘한 추위 같다. 대체적으로 단열이 약한 나는 금방 몸이 추워지는 편이라 무엇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고 근처 'WASABI'에서 치킨 커틀릿 카레 덮밥을 먹었다. 가게 문을 열어놔서 추웠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 외로 음식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따뜻했다. 한국에서도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익숙한 맛. 하지만 카레가 확실한 일본식 카렐이다. 그래도 좋았다. 오랜만의 밥이라니.



 

오랜만에 따듯한 밥, 기분좋게 따뜻해서 좋았다



 그리고 분명히 밥도 든든히 먹어놓고는, 왠지 출출한 속을 달래러 케이크 같은 달짝지근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오늘의 나의 목적은 자연사 박물관인데! 더 멀리 가면 또 가기 싫어져 다른 곳으로 돌아갈 게 뻔하니 (나란 사람..) 근처 카페 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홀린 듯 들어갔다. 그리하여 소개하는 어쩌면 오늘의 주인공,



Philippe Conticini - South Kensington · 24-25 Cromwell Pl, South Kensington, London SW7 2LD, United Kingdom              

3.7 ★ · Patisserie





초코 크림이 가득 차있다



  체인점인지는 몰랐는데, 찾아보니 체인점 이었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버터 풍미가 좋은 빵이 취향이라면 백 프로 좋아할 집이다. 나는 혀가 아릴 것 같은 단맛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버터 향을 워낙 좋아해서 근래에 먹은 빵집 중에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평점은 낮다. 근데 어제 실패한 케이크집도 리뷰는 4.5였다. 속지 말자 리뷰.


 


2. 날씨가 좋아서 기분은 좋아. 근데 여기 입구가 어디죠,
런던 자연사 박물관









 흔하지 않은 해님이가 나온 오늘!


 하늘이 아주 예쁜 날이었다. 어제는 흐리고 때때로 비 오더니 오늘은 해가 떴구나. 해님이는 기분상 일주일에 한 번쯤 나오는 것 같다. 저녁에 확인해 보니 내일은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역시 이런 런던 날씨.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하다.


 자연사 박물관에 거의 다 왔는데, 이게 웬걸 Central Entrance가 굳게 닫혀있었다. 아뿔싸.

 그렇게 한참을 고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한 미국 분이 입구는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봤다.


 "Sorry, I'm lost, too."


 미안합니다. 알려주지 못해서.

 저는 적합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문을 못 찾겠다.. 집에 가야 하나, 하고 멍하니 회피를 하며 하늘을 보고 있는데 웬일인지 사람들이 저 옆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따라가다가 만난 열린 다른 문. 역시 인생은 한쪽 물이 닫히면 다른 한쪽 문이 열리는구나.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사진 속 빨간 대문 너머에 또 다른 길이 있다, 여기가 문입니다!




3. 또 올 건가요 자연사 박물관,
- 인생에 한 번 만이라면 오겠지만 두 번은 안 올 것 같습니다




 일단 건물이 너무 예뻐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기대감이 차오르다가 막상 들어가니 허탈해지는 이상한 박물관이었다. 나쁜 건 아닌데, 기대보다는 아니라고 해야 하나. 가장 예쁜 건 입구의 아주 거대한 뼈들.





단언컨대, 자연사 박물관 최고의 볼거리는 이 뼈가 분명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 건물은 예전에는 궁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나 커다란 집에 예전에는 누가 살았을까.


사실 나는 공룡관을 제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볼게 많이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가장 재밌었던 것은 티라노사우루스 모양이 포효하는 인형이었는데, 제법 실감 났다. 고 앞에서 제일 오래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어떤 꼬마친구는 공룡을 보고 엄마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인간은 똑같구나. 나도 꼬맹이었다면 저 공룡 보고 분명 울었다.





 사실 나는 나는 박제된 동물을 보는 것이 좀 늘 거북한 편인데, 이 박물관은 이름에 걸맞게도 너무 많은 동물 박제가 있어서 그다지 오래 보지는 못하고 나왔다. 그게 실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라 와보기는 했는데, 건물이 예쁘고 로비가 아름다웠다는 것 밖에는 생각이 안 나던 박물관.


 그렇다, 두 번은 안 올 것 같다.





4. 드디어 책을 샀어요 - 파친코





 소소한 수확이 하나 있다면 박물관 근처 서점에서 책을 1권 샀다는 것!


 사실 집에 하나 심지어 똑같은 모양으로 있는 책이 있는데 이번에는 짐이 무거워 아쉽게도 도무지 들고 오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책을 읽는 순간을 늘 좋아해서 영어로도 책을 깊게 읽고 싶다는 꿈이 늘 있었고, 요즘 계속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나고 해서 숙소 근처 도서관도 가고 그러다가 - 결국은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을 사고 말았다는 그런 이야기.


 책 이름은 파친고.

 차근차근 읽어봐야지.


 그리고 책장을 보다 신기해서 찍은, 런던 서점에 있는 BTS 책.  


 펼쳐보지는 않고, 사진만 찍어왔다.





5. I failed to pick the right Cereal of Lidi.. ㅠ, ㅠ





 아 영국은 맛없는 게 더 많지,라는 걸 의외의 곳에서 깨달았던 오늘의 순간.

 숙소 근처 LIDI에서 시리얼을 샀는데 이렇게 맛없을 수가 있나 싶은 맛이었다.


 — 그나저나 시리얼이 맛없을 수가 있나? 시리얼인데..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린다. 경찰 차인지 응급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치안은 우리나라만큼 좋지 않은 (것이 아주 분명한)


 런던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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