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마 Oct 22. 2024

[영국 D+5] 우울할 때는 맛있는 거 먹고 전시 보러

본격적인 뷰잉시도 / 샌드위치/ The Wallace Collection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의미를 찾게 되는 날이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영국이 그럴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이,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이, 혹은 나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도 꿀꿀하고, 어제 대충 먹은 탓인지 배도 고프고 해서 아침에 호스트 분께 물어 빨래를 처음으로 깔끔히 널고, 방도 조금 치우고. 조금은 상쾌해진 기분으로 10시쯤 밖에 나왔다.


 사실 오전에 부모님께 전화를 했는데 괜스레 청승을 떤 것 같아 죄송했다. 부모님은 과년한 딸인데도 아직도 딸의 매사가 걱정이시고, 나는 과년한 나이인데도 부모님이 늘 걱정되고 애틋했다. 나에게 사실 가족은 언제나 굉장히 큰 의미를 차지하곤 했고, 그런 가족의 품을 떠나 여기에 있다는 것이 가끔은 스스로에게 되묻는 이유가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지난 5일 내내 질문을 해도 답을 잘 모르겠다.

 그저 지금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게 남아서,라는 불확실하고도 확실한 그런 문장뿐이었다.




1. 금강산도 식후경부터,




조금 매장이 더러웠지만 맛은 있었다! 추천하는 'JOE & THE JUICE'






 처음에 들어갔을 때 너무 다들 바빠 보이시니 정신이 없어서 아무 고민도 없이 가장 맨 앞에 있는 샌드위치를 주문해버렸다.

 그걸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생각해 보니 왜 저걸 시켰지 하는 후문이.


 암튼, 그래서 맛있을 거라는 기대를 1도 안 하고 먹은 덕분인지 굉장히 괜찮았고, 매장은 꽤 컴퓨터를 하기에도 좋게 세팅된 듯 보였다. 컴퓨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매장이라니, 그런데 맛도 있어! 별점 5점인데, 조금 매장이 더러워서 한 개는 깎으려고 한다..


 차라리 한국처럼 본인이 먹은 것은 치우고 가는 시스템이라면 더 편했을 것 같다.

 리턴하는 곳이 있다면 내가 가져다드리고 싶어 혼났다.


 열심히 주문하고 있는데, 주문받으시는 분이 스몰 톡으로 칭찬을 해주셔서 굉장히 부끄러웠던 기억이...

 근데 부끄러워하면서 그분에게 내가 플러팅을 당했다! 아무리 봐도 동생 같지만... 칭찬 고마워요


 컴퓨터로 뷰잉 메시지도 보내고, 약속도 잡았다.


 전화 영어의 공포는 아직도 건재했지만, 그래도 버벅거릴지언정 무사히 잘 약속을 잡은 나 자신에게 작은 칭찬을.

 그냥 못할 것 같은 것을 작게나마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는 한다.




2. 무료 전시가 많아서 행복해,



The Wallace Collection



 한국에서도 전시 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나는 여기에 와서도 역시 다르지 않다. 나가는 일이 생기면 꼭 한 개씩 보고 오는 전시들.


 물론 여기도 특별전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래도 상설전시는 대부분 무료라 굉장히 만족하며 갤러리를 다니고 있다. 그림이 주는 에너지가 좋고, 내가 느꼈던 어느 감정들을 저 커다랗고도 작은 그림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아래는 수많은 그림들과 조각물 중에서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몇 점들의 사진.








 그렇게 감상을 다 마치고 소품 숍에서 기웃거리는데, 아니 웬걸 내 대학원 시절 리포트 책 중 하나였던 'The way of seeing'이 떡하니 있었다. 가격은 9.99 파운드. 살까 말까 한참을 서성이다가 다시 슬금 머니 내려놓은 오후.


 집에 있는 책도 읽으려면 멀었다.

 나중에 다시 오자, 하며 사진을 남겼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니 분명 파는 곳이 있을 거야.






3. 돈 아끼려면 사 먹지 말자!
- 집밥 만들어 먹고, 뷰잉잡은 저녁, 그리고 EVISA 등록하기!




 파운드다 보니 순간순간 착각을 하여 쓰게 되고, 한 며칠 관광객처럼 열심히 먹고 다녔더니, 영 통장 잔고가 시원찮아진 탓에 오늘 저녁은 찬거리를 사고 와서 만들어 먹었다.


 원래도 계속 아침저녁은 집밥을 먹기는 했지만, 보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요리 거리를 사 왔다는 것이 정확하다.


 아직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요리 자체를 만들어 먹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서 간단하게만 하고 있다.

 슬라이스 햄 2장과 치즈, 딸기잼과 샐러드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나의 저녁.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뷰잉 약속을 두개 더 잡았다. 아무래도 조금은 조급해진 탓이다. 방을 빼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니까.

 그렇게 잡고 보니 내일만 3개를 다니게 생겼구나!


 일정이 잘 맞춰지면 좋을 텐데.


 조금 걱정되면서도, 내 자리는 어딘가 있겠지 싶은 그런 마음.





 그렇게 이 뷰잉 약속을 잡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아까 발견한 메일이 생각났다.

 바로 EVISA 등록!


 첫날에 BRP 카드의 유효 날짜가 올해 말까지인 이유는 EVISA 때문이라고 한 서류를 봤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앱과 연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나는 혼자 하다가 약간 헤매서 블로그를 찾아봤는데, 어찌저찌 잘 찾아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걸어 놓는 EVISA 등록 방법이 적힌 블로그 주소.



 영국워홀 eVISA 발급받는 방법, Repla..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먼저 간 발걸음들을 공유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참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많이 헤매지 않고 가야 하는 길로 갈 수 있는 덕분이다. 감사하다.






 런던이 서울에 비해 너무 많이 추운 탓인지 약간 감기 기운이 올라온다.


 오늘 저녁은 약을 먹고 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 워홀 D+4] 돈도 아끼고 뷰잉도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