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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35] 힘을 내기위해 나갑니다

인턴 2일차/ 예술가 오픈 스튜디오/ 언니랑 동네 맛집 투어/ 요가를

by 소마


조금 의욕이 없다고 해야 할까.


기운이 다운돼서 열심히 내 욕심만큼 달리지는 못해도, 그래도 쳐져 있기보다는 뭔가를 해보려고 한 지난 4일.


어떤 날은 영어가 잘 나오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0개 국어 같은 날도 있는데 이놈의 영어는 도무지 언제 느는지 쉽사리 실력이 늘었다고 느껴지지 않아 막막할 때가 있다. 그냥, 유속이 느릴 때구나 하는 요즘. 늘 느리지만은 않고, 또 늘 빠를 수많은 없으니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겠지 하며 매운 거나 많이 먹고 있는 하루하루다.


오늘은 뭔가 글도 느릿느릿한 기분.

슬라임 같은 모습으로 쓰게 되는 터라 오늘 글은 간단하게 기록용으로 마무리해야겠다 :)





1. 31일차, 런던 중심부 나들이와 예술가들의 오픈 스튜디오 투어








이력서를 써보고 싶은 브랜드가 생겨서 런던 동쪽으로 나들이 나간 31일차의 점심.



FORNO라는 빵집이 크림 크루아상이랑 번이 맛있다고 그래서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줄이 엄청났다. 맛있나 보다 하고 열심히 기다려서 먹었는데,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었던 빵집. 그래도 친절하게 점원분이 대해주셔서 감사했던.


가는 길이라 매장도 보고, 디자인도 봤는데 보고 또 봐도 너무 취향이라서 이력서를 지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가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로는 기성복 브랜드에 어필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주 적은 수량이라도 디자인을 만들어서 포트폴리오에 올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 1주일 정도는 앞으로 빠짝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력서도 자소서도 다시 써야 할 텐데. 마감 기간보다 더 일찍 닫힐지도 모르는 영국의 지원 기간. 욕심만큼 빠르게 보낼 수가 없어 조금은 마음이 답답했다. 그래도 하나하나씩 하다보며는 보내는 날이 반드시 오겠지.


저장만 해놓고 못 가본 도버 스트리트 마켓.

옷 가게를 가면 조금 예민한 나는 기가 쪽쪽 빨려서 마음먹고 여정을 떠나는 게 아니면 잘 안 가는 편인데, 그럼에도 도착하면 또 그렇게 세상 신날 수가 없다. 이렇게도 디자인을 생각했구나, 너무 재밌다 하니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자극 같은 걸 받고 오니 또 그 나름의 힘이 된다고 해야 할까.









호스트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다녀온 셰퍼드 부시 마켓 (감사합니다!)



예술가들은 돈이 없지만 감각이 특이하기에 그걸 즐거워하는 다른 사람들이 허름하지만 매력적인 동네로 모여든다. 여기도 왠지 그런 느낌이.


누군가의 감정 같은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우린 모두 완벽하지 않고, 틈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눈물 같은 작품들을 보면 새삼 깨닫고 한다. 그 감정의 틈바구니에서 그렇게 생각보다는 다르지 않은 우리가, 또 내가, 이렇게 여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무엇인가 나도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한국에 있던, 영국에 있던 어떠한 소속감 같은 것들이 조금은 늘 그립고, 또 동시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새삼 현실이 아닌 듯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일상들이 지나갔다. 퍼즐같이 완벽히 떨어지는, 그런 부족한 점 없이 그 자체로도 충만한 하루들이 분명 오기를.


그러나 그건 단순히 취직이라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일까.






2. 유쾌한 언니와 동네 맛집 투어를! (Feat. 빈티지 마켓)





이전 임시 숙소에 살 때만 해도 엄청 가까운 거리였는데, 조금 거리가 멀어졌다고 버스 시간이 두 배로 늘어서 조금은 아쉬웠던 오늘. 게다가 주말 런던은 왜 이렇게 버스나 지하철이 극악한 걸까. 어제도 경로 변경을 버스가 계속해서 구글맵보다 15분은 늦게 도착했었는데.


오늘은 늦을까 봐 서둘렀는데도 중간에 지하철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10분 정도를 늦게 되었다... (재송합니다) 파업은 조금만 하고 제발 늦게 도착하지 말아라 이 런던 대중교통아!ㅠㅠㅠ 너무 늘 연착되고, 늘 충간에 마감된다.


비가 부슬부슬 왔지만 우산까지는 필요 없을 만큼이라 오히려 상쾌했고, 만날 때마다 언제나 환하게 맞아주시는 언니 덕분에 힘이 났던 주말. 이상하게도 지치고 힘이 들 때마다, 조금은 숨 쉴 구멍들이 있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먹은 브런치도 맛있고, 카페도 너무 좋았던 편안하고 안락한 주말 하루.








3. 어느새 익숙해진 출근 2일차, 무급 인턴의 하루는 오붓하게 사장님과







근 2주 만에 보는 듯한 파란 하늘의 어제!


하루 종일 붙어있는대도 엄청 불편하지 않고, 사장님과 천천히 친해지고 또 서로를 알아갈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앉아서 같이 작업하다가 디자인을 보여 드리고, 컨펌 받고 패턴을 뜨고, 또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그냥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디자인하는 게 참 좋구나, 새삼 느꼈던 퇴근길. (어쩌면 나는 다른 업무보다는 디자인하고, 패턴 뜨고, 바느질하는 게 제일 즐거운 건지도 모르겠다)


출퇴근길이 통합 3시간 정도는 되어서 집에 오니 이미 녹초가 되었다. 중간에 30분씩 걷게 되는 여정이지만, 교통비가 가장 싼 루트라서 우선은 그렇게 고수하고 있는 요즘. 무임금 인턴이니 우선은 놀러 나갈 때는 나가더라도, 기본 상태는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한다. 밥이라도 잘 챙겨 먹으면 그냥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뭐.






4. 의욕이 없어서 가는 요가




오늘은 투 두 리스트에 31일차에 다녀온 브랜드 자소서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기력이 안 나서 우선 내일로 미루고 쉬는 날이라고 적어놨다. 나를 너무 다그친 지기보다는 살살 달래면서 가려고 하는 중. 급하다면 또 급하지만, 급하지 않다면 또 급하지 않는 거다. 너무 나 자신을 몰아붙이거나 스트레스는 주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중인 요즘.


아무것도 안 할까 하다가, 너무 쳐지고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결국 요가 수업을 신청했다. 집에서부터 요가 학원이 좀 멀어서 처음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는데, 혹시 모를 변수가 생겨 늦게 될까 봐 좀 긴장했다. 그래도 크게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어 제시간에 도착했고, 오랜만에 몸을 풀으니 새삼 긴장과 스트레스로 몸이 뻗뻗해진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또 내일은 잔잔히 몸이 쑤시겠구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손을 가슴 앞에 모아 합장하면 심장소리가 들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그러면 내가 이곳에 있다는 생각이 새삼 확실하게 와닿기 시작한다. 낯선 나라에 있다는 것은, 평생 보지 못했던 풍경 속에서 낯선 이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종종 설렘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도망가고 싶은 두려움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마치 하늘에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마치 땅에 발을 딛지 않듯이 그냥 살아가는 데로 살아가지고는 하는데, 그렇지 않고 두발로 확실히 디딜 수 있도록 맑은 정신으로 내가 오로지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요가는 많은 도움을 주곤 했다.


내일은 요가 다녀오고, 맛있는 브런치 먹으면서 힘도 내고, 천천히 자소서도 디자인도 시작해 봐야지.


그게 무엇이든 재밌을 거야.


우리 모두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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