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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 인생의 낙을 찾는 여정

이력서 쓰기가 싫을 때는 우선 행복한 걸 하고 하자

by 소마


혼자 살기 시작하니 조금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되는 구석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잘 추스르며 행복과 불안을 다스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둘러싼 모든 안전공간을 떠난 후 오롯이 혼자가 된 지금 오히려 나는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요즘. 물론 이곳에 혼자 살기를 결심할 만큼 보통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는 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슬그머니 깨달았다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야 돌이켜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내 사랑을 주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늘 보답받지는 못하였지만 그냥, 마음속에 서로의 자리가 생기고 그 필요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것이 충분하다고 여겨지고는 했다. 그래서 늘 어쩌면 너무 많은 마음들을 쏟았고, 논점을 벗어난 일들로 쉽게 상처받았다. 그래놓고는 정작 쉬이 부끄러워 상대방에게 티는 내지 못하였으나, 너무 쉽게 내 마음을 주었고 또 쉽게 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물컵 같은 거라는 것을 나는 서른이 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적당량의 물을 담아주면 감사한 마음이 되지만, 너무 많은 물을 담아 식탁보에 바지단에 쏟아버리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결국은 곤란해진다는 그런 것들.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이 이제 익숙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왜 김치전 맛이 나지



그래서 최근에 노력하고 있는 점은 바로,

"나를 행복하게 해줄 만한 걸 찾자!" 다.


그동안 내가 식욕 조절에 어려움을 느꼈던 까닭은, 어쩌면 나의 낙은 먹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찾아보고, 집중해 보고자 노력해 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가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행복을 찾고, 또 그것이 습관이 되고, 내 삶의 일부가 되어서 먹는 거 말고 좋은 낙이 생기겠지.


몇 가지를 지금 생각해 봤는데, 최근에 시작하려고 하는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 2회 정도는 꾸준히 요가를 다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근데 요가원이 약간 멀어서, 가는 게 귀찮다는 게 조금 함정)


요가가 끝나고 숨을 몰아쉬고 나면 좋은 점이, 내가 여기에 바로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건 약간 공중에 발을 떼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미약한 소속감 같은 것들. 내 나라의 정체성이 확립한 이후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인지, 어딘가에 발붙이기가 참 어렵다. 보다 확실한 소속감을 위해서 친구를 사귀고, 여기서 태어난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또 결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삶 속에 있다 보면 자리 잡는다는 일종의 그런 마음들이 조금 더 굳건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적어도 유령 같지는 않다는 거다.




2. 좋아했던 책 읽기를 원서로 시작해 보기!

(주 1권을 읽어보자!)


평생 숙제인 영어는 여기에 와도 평생 숙제다. 한국말도 잘 못 말할 때가 있는데 영어는 오죽하랴. 의외로 나랑 말할 사람이 없어서 스피킹 실력은 고만고만한 것 같고, 갑자기 찾아오는 질문들을 맞닥뜨릴 때면 당황해서 얼버부릴떄가 훨씬 더 많다. 듣는 게 좀 는 것 같기도 싶으면 여김 없이 찾아오는 안 들리는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조급 해지는 하루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는 순간들이 가장 시작하기 좋은 순간이라는걸. 우리는 완벽한 척해도 괜찮다 (그게 참 나는 늘 어려웠지만, 그래도 잊지 않아야 하니까) 현재는 미숙할지도 모르겠으나, 분명히 점차 완벽해질 것이기 때문에.




3. 좋아하는 단골가게를 찾는 중.


카페에서 작업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동네 맛집을 사부작 찾아보고 있다. 현재 4군데를 저장했고, 2군데를 찾아가 봤는데 둘 다 그냥저냥 한 기분이. 일단 메뉴를 1개씩 밖에 안 먹어본 셈이니 하나씩은 더 먹어보겠노라 생각하고 있다. 근데 막상 시켜보면 너무 부실한 곳도 많아서 그냥 내가 만들어 먹는 게 났겠다는 생각도.


단골가게가 좋은 이유는 숨 쉴만한 공간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익숙한 곳에서 안정을 찾고, 그중 몇몇은 안정 속에서 행복을 주곤 하니까. 좀 더 찾아보고 최고의 장소를 발견해서 점원분들과 친해져보자.




4. 내 세계를 넓히기 위한 새로운 경험들과 사람을 만나보기.


낯가림쟁이인 나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조금 노력해 보려고 하고 있다. 아주 작은 용기가 있으면, 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조금 나가서 돌아다녀 보자.









오늘의 작은 낙이 있다면 언니가 추천해 준 단백질 바에 도전해 봤다!


약간 단백질 파우더 향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나는 비스 코프 맛도 초콜릿 맛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도 단백질 바가 많구나. 다른 맛들도 도전해 봐야지.


벌써 영국은 4시 반인데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게 점점 더 짧아질 거라니, 이상한 느낌. 아직 4시 반인데 하루가 다 지나간 기분이 든다. 내가 행복해 질만한 구석을 찾는 여정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아.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것들도 도전해 보자.



다들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편안한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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