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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Jul 19. 2024

워홀 비자신청, 결핵객담검사를 하게 된 사람이 있다?!

—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어쩌면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예상치 못한 모든 일에 익숙해진다는 뜻이 아닐까.


 당연히 쏘이지(So easy) 하게 늦어도 열흘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결핵검사에서 생각지 못한 똥을 받았다. 나는 2019년도에 대학원비자를 받고 영국으로 출국한 경험이 있는데, 그 사진과 비교대조해 보니 엑스레이 상에서 이상소견이 발생했다는 거다. 룰루랄라 픽업하고 병원 근처에 있는 이삭토스트나 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나는 병원 간이 의자에서 어언이 벙벙한 채로 앉아있다 이름이 호명되어 데스크 컴퓨터 앞에 섰다.



[보이시죠]

[에]


[이 하얀 점이 염증 같은 건데요, 폐렴을 앓았던 자국이 있네요]

[예?]


[우리나라가 결핵 보유국 3위예요. 드물지만 있어요]

[예에에ㅔㅔ]


[과거의 폐렴 자국일 수도 있습니다. 폐는 이전 염증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서요. 혹은 이전에 코로나를 심하게 걸려서 남은 자국일 수도 있어요,

— 그러니 객담검사를 해야 합니다]



 ...

 콰과과광—


 나는 그렇게 할 말이 잃은 채로 데스크로 나가 거금 37만 9500원를 추가결제하며 쓴 물을 들이켜게 된다. 객담검사, 내가 알기로는 열에 한 명꼴로 당첨된다고 했었는데. 그 신묘한 퍼센티지에 도대체 왜 내가 들은 거냐. 나는 너털너털 가벼워진 지갑문을 닫으면서 내가 받을 비자 날짜가 조금 더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얄팍해진 통장 잔고역시도.



 그리하여 잠깐,

 여기서 등장하는 막간을 이용한 설명—




~영국 워홀 비자신청의 과정에 대하여~



1. 비자를 위한 건강검사를 왜 하나요


 '비자하러 간다'라고 해놓고 왜 병원에 오는지를 궁금하실 수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을 추가해 보자면, 비자는 어느 국가에 입국하기 전 자신의 신원을 보증하는 일이기에 내가 지금 그 나라에 들어가도 되는 사람인지를 필연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별로 보는 건 없고 딱 하나 결핵 보유 여부만 보는 걸로 유명한데 그것도 폐사진만 1장 찍으면 되는 매우 간단한 절차이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집에 가면 되는, 쏘 이지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어떻게 신청할 수 있나요


영국 비자 | 세브란스병원 (severance.healthcare)

영국 비자 | 강남세브란스병원 (severance.healthcare)


비용: 11만 3천 원

검사시간: 약 1시간 - 안내에 따라 위층 아래층 여기저기 이동해서 검사하면 끝

준비물: 여권, 종이 증명사진 2장, 영국 거주 예정 주소지 (다행히 절차상 기입하는 거라 없어도 되고, 실제와 달라서 추후에 변경되어도 상관없다고 알 고 있다)

*게다가 병원에 예약만 하면 내가 언제 오기로 되어있는지, 검사 시 뭐가 필요한지에 관련된 메시지가 계속 잊을만하면 오므로 준비물을 두고 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검사지 받기까지의 소요 시간: 약 1주일 이내 (결과지를 픽업할 경우)

(병원 측에서 완성되었다는 문자가 오면, 서류작성 시 원했던 방식에 따라 직접 재방문하여 픽업하거나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위에 적어 놓은 신촌/강남 세브란스 비자센터 홈페이지에서 시간 슬롯을 선택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11만 3천 원 정도 드는데 내가 알기로는'강남 비자센터'가 조금 더 저렴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신촌이 더 가깝고 지리상 더 익숙하여서 신촌으로 갔다.


 단 여기서 유의할 점이 아닌 유의할 점이 있는데, 예약을 마친 후 일정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처음 예약했던 홈페이지에서 할 수는 없고, 직접 전화를 하는 것으로만 변경이 가능하니 날짜가 차후 피치 못할 사정 등으로 변경될 경우에는 조금 번거로울 수 있겠다. (= 그 번거로웠던 사람은 사실 나. 그래도 전화를 하면 바꿔주시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아무튼,


 사실 비자를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전설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객담검사였다. 내가 19년도에 한창 대학원을 준비했을 때도 그런 괴담 아닌 괴담이 있었다. —운이 나쁘면 객담검사에 걸려서 비자가 늦게 나오고, 입학날짜가 1년이 딜레이 될 수 있다는. (물론 당연하게도 이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객담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입학필요서류 제출 데드라인이 있고, 학교 정규교육과정 시작시기가 있는 유학생의 경우에는 비자가 크게 쫄리는 변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일 것 같다.


 사실 그전까지의 나는 이 검사를 무슨 도시괴담의 하나처럼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검사를 할 일이 없지만, 가끔 과거이력 때문에 걸릴 수 있다는. 에이 내가 무슨 객담검사야! 어쩌면 젊은 나이만 믿고 나 자신의 건강에 조금 자신했던 걸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으면서) 참 믿기지는 않았다, 그 놀라운 확률에 내가 포함될 줄은 몰랐으니까.


 다행히 나는 의심할만한 증상도 전혀 없었기에 내가 결핵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예전에 코로나를 앓고 지나간 적이 있었으니 지나간 염증 자국일 거라는 것은 내심 직감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게다가 직업 특성상 자주 노출되는 엄청난 옷먼지까지.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폐렴이 지나갔을지도 모를만한 환경이기는 했다. 게다가 나는 학생이 아니라 출국 전까지 시간이 좀 있어 아주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이 모든 상황에 어언이 벙벙하고 이게 뭔 일이여 하며 내심 쫄렸던 속을 감출 수는 없겠다.


 게다가 검사결과 보다 더 충격적인, 그 37만 9500원이라는 엑스레이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검사비용의 충격과, 2차로 3일 동안 이어지는 객담검사에 대한 충격은... 집으로 돌아오는 그 3일 내내 나를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나와 같이 당첨돼서 이게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 밝히는 소소한 소감...



- 객담 체취를 위한 첫걸음은 기침이다. 기침을 하도 하여서 명창이 되는 수련의 길인 줄 알았다. (목이 아포)

- 나중에는 별로, 모든 것을 구별하고 싶지 않아 진다 (아밀라아제와 객담을)

- 인간의 구조상 진정 가능한 일이냐고, 하도 기침을 하다 창백해진 얼굴로 간호사 분께 문고리를 붙잡고 물어봤다. ( —그분은 웃으시면서 당연하다고 했다)



 혹시 있는지 모를 바이러스 친구들은 무럭무럭 배양을 해서 자라나야 하기에 약 7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핵이라면 최소 3달-6달 이상의 치료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쓸 수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나는 결핵이 아니고 이전에 폐렴자국이었다는, 아주 정상이라는 다행스러운 결과를 받았기 때문! (와아)



 그리하여 써보는 이 글의 결론!



1. 결핵검사는 비자 신청하고 바로 빨리 하자!
(인간은 어떻게 될 줄 모르니까)

 (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검사 결과가 결핵이라면 최소 3달-6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알아본 바로는 비자 시작 신청 날짜는 변경이 어렵지만, 입국 날짜는 미룰 수 있다고 들었다. 즉, 치료시기 동안은 입국할 수 없고 2년의 체류 기간을 깎아서 영국에 입국해야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지연이 불가피하다)



2. 설사 객담검사를 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를 겪었기 때문에 그때 남은 폐렴 자국일 수 있다. 그러나 검사결과를 받기까지 대략 7주 이상 시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과정 내내 초조하고 불안할 수는 있지만, 우선은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저 차분한 마음으로 출국 준비를 차근차근,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하면 된다. 늦은 것이 어디 있고, 빠른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내가 마음이 편안한 속도가 가장 좋은 속도다. 설사 병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몰랐으면 이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았을 거다.



3. 그리고 마지막, 입국 심사 시 전달 주신 CD를 꼭 들고 가자.


 나도 결과지를 받으러 갔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비행기에 내려 이어지는 영국 입국 심사 시 객담검사 이력이 있으면, 결과지에 동봉되었던 CD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정상이라고 적혀있는 당당한 CD는 어디 소포에 붙이지 말고 꼭 개인 가방 안에 넣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자.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온다는 걸 포함한다는 뜻인 것 같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들 앞에서 묵묵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파이팅!








검사비용의 슬픔으로 흔들린 사진... 잠시 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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