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태어나 한 몸 건사하기/ 첫 출근 날/ GP등록
사실 나는 규칙적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인 극 P형의 인간.
가지고 있는 예산에 대한 전략이라고는 최대한 밖에서 안 사 먹고, 되도록 안 사는 방법밖에 없었던 나는 아주 오랜만에 가계부를 꺼내 정산이라는 것을 해봤다. 그렇게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한 사람이 정착하는데 이렇게나 돈이 많이 필요한구나 싶었던 지난 이삿날의 4일.
그동안 내가 산 것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1. 이불, 커버, 베개
2. 주방도구 - 냄비, 프라이팬, 도마, 칼, 국자, 뒤집게, 섞는 거, 수저 1개, 젓가락 1개, 티스푼 세트 1개
3. 한국 조미료들 -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후추, 소금, 식초, 맛술, 등등.
3. 생필품 - 수건들, 실내화들, 쓰레기통, 방음이 안 좋아서 산 의자를 위한 미니 카펫, 인턴하는 스튜디오에서 물이랑 점심은 개인 구비라고 해서 산 텀블러, 방향제, 잠옷 2개 등등.
4. 먹고살아야 하니 구비해 둔 식료품들. (요리하려고 야채 사놨는데 적응하느라 살짝 정신이 없어서 4일째 방치 중이다)
5. 아프는 게 더 무서워서 산 비타민, 철분 약들.
그리고 슬그머니 추가해야 하는 6개월치 렌트비.
아주 많이 산 건 아닌데, 그래도 최대한 방을 편안하고 잘 쉴 수 있도록 아늑하게 꾸몄다. 이불이랑 요리 용품 등을 사느라 꽤 많은 돈을 쓰게 되었던 이번 달. 그래도 필요한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사를 해야 할 날도 오겠지만 이런저런 짐을 조금 불린 까닭은, 지난 대학원 생활에서 나를 돌보는 것이 아주 사소한 공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려면 나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편안하고 안락한 침구로 따뜻하게 푹 잘 자고, 낯선 환경이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세팅해 두는 것이 우선 심신 건강에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아래는 심신의 평화를 위해 하나 장만한 나의 양말 슬리퍼다. 보고 있으면 행복이 차오른다.
사실 최대한 아끼는 것 말고는, 얼마를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영국의 다문화와 문화적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는 있도록 하고는 싶지만, 동시에 아껴야 하는 것도 맞다는 걸 느끼는 요즘. 그래서 그냥 나한테 필요한 시간들을 정해두고 그날은 편안하게 쓰되, 다른 날에는 최대한 집콕으로 돈을 아낄 생각이. 어쩌면 구직도 하고, 무급 인턴도 하고 여유가 된다면 파트타임도 천천히 알아보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이사하는데 내내 힘을 주었던, 애정하는 친동생의 까까비로 사 먹은 나의 점심 저녁들.
두 번째 카페, 조앤 주스의 샌드위치와 최근 사랑에 빠졌다. 너무 맛있다. 바삭하고, 아보카도가 잘 어울린다.
세 번째 ITSU.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나는 괜찮았다. 콩과 카레가 아주 잘 어울린다. 건강한 맛과 일본 카레 좋아하면 백 프로 좋아할 맛.
덕분에 힘을 내서 사러 돌아다녔다. 늘 고마워.
첫 출근은 출근하는 데 도합 3시간이 걸려 빡세다는 거 말고는 익숙했다.
집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15분 내외를 걸어가야 하는데,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회사까지 가는 길도 마찬가지라는 게 함정 (하하)
자동으로 운동이 되니 좋다고 생각하자.
일도 내가 프리랜서 작업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첫날 소감은 무척이나 괜찮았다.
그냥 그 공간이 생각보다 편안하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집에서도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요즘.
오늘은 쉬는 날이라 드디어 GP 등록도 완료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짐을 풀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아직 처음 해보는 게 많으니 정신없는 기분이 들고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차차 또 익숙해지겠지. 다행이야, 어딘가에서 쉴 곳이 생겨서. 슬슬 내일부터는 요가도 가고 그래야겠다.
다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