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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25] 계약서, 잔금 완료, 드디어 이사준비

계약서 주의사항/ 의욕이 없는 날엔 일단 밖으로/ 식욕조절의 어려움

by 소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국은 지금 파티의 한 주다.


10월 마지막 주부터는 1시간 빨랐던 서머타임이 끝나고 시차가 1시간 늦어지게 되는데, 그 말인즉슨 그날 하루만은 새벽시간이 길어져 1시간을 벌게 된다는 뜻. 그래서 그 새벽을 즐기겠다고 그날에 맞춰서 인간들이 미친 듯이 파티를 하는 바람에 내 다크서클이 조금 더 깊어진다. 게다가 곧 이어지는 핼러윈 (10/31) 과 불꽃축제 기간. 새벽 내내 아주, 다정한 이웃들이 난리가 났다. 새벽 세시에 어떤 인간이 불꽃을 바닥에 던지는 거야.


그리하여

24, 25일차의 안 상쾌한 아침.


어제도 밤을 설치고 그제도 밤을 설쳤다.

글을 쓰고 있는 25일 차의 저녁 역시도 저 멀리 어디선가 불꽃 축제를 하는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럽다. 가족과 같이 살거나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한 번쯤은 가봤을까? 예전 대학원 시절에 학교에서 이맘때쯤 불꽃 축제를 했었고,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친구들과 거기에 갔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기억이긴 했다. 하늘에서 흩뿌려지는 오색찬란한 불꽃들이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상상력 좋은 나는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갈까 봐 하늘을 보다가 순간 무서워져서 서 꼭 감았다가 궁금해서 다시 뜨고, 꼭 감았다가 뜨고를 반복했던 그런 기억이 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정한 교회분들이 나눠주신 핫초코와 마시멜로까지.


12시에 가까웠던 밤 길은 무서웠고, 또 무섭지 않았다. 이 낯선 도시에도 어디선가 따뜻한 가족들과 친구들이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을 좀 못 자기는 해도 좋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참 값지고 고마운 일인지.


사실 지난 이틀 동안 짧은 면접과 계약서를 지나오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탓인지 사진도 그다지 남긴 것이 없다. 거처를 옮기고, 자리를 잡는다는 건 이러나저러나 참 스트레스구나.


어딘가 어한 속을 음식을 달래는 습관은 참 고치기가 힘들다.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 먹는 양에 두 배 정도는 거뜬히 먹는 요즘. 스트레스성 과식으로 저녁을 가득히 먹고, 아침까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니 이틀 내내 아주 얼굴이 보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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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약서를 써봅시다 - 절차와 주의사항까지




우선 지난번에 글에서 홀딩 디포짓을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나의 경우는 디포짓을 내고, 중간에 주인아저씨가 휴가를 떠나게 되면서 2주 정도의 텀이 생겼는데, 그게 참 이상하게 너무나 쫄리고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어떤 사소한 오해 같은 사건이 있어서 감사한 친구분께 의견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께서 그러시기를 집주인은 내가 홀딩 디포짓을 내도 세입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에 그것을 철회하고 다른 더 높은 금액을 주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즉, 홀딩 디포짓을 내면 거의 끝이 난 거기는 하지만 - 만에 하나라도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고 드문 일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나의 진짜 뷰잉의 끝은 주인아저씨의 '나밖에 고려하는 사람이 없다'라는 컨펌을 받고 나서였음을 슬그머니 고백한다.. 그리하여 정리해 보는 나의 타임라인.




1. 뷰잉 메시지 시작

2. 뷰잉 9개 완료

3. 뷰잉 9번째 집 선택

4. 홀딩 디포짓 다음날 지불

5. 거의 2주 조금 넘게 뒤가 이삿날이어서 이사 전주까지 기다림

6. 그 중간에 계약서 언제 쓸 수 있냐고 두 번 독촉

7. 결국 이삿날 3일 전에 계약서 완료

8. 계약서 쓰고, 잔금 내고, 키 받는 것이 모두 하루에 일어남.



주인아저씨가 여기저기 연락을 워낙 많이 받으셔서 그렇다는 것은 인간적으로는 십분 이해하지만, 아무래 봐도 영국은 한국에서 당연하다는 속도로 처리가 되겠지 하고 일을 맡기면 절대 그 기간 내에는 안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많이 배웠다. 역시 다정한 재촉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거구나. 한국인인 나는 늘 쫄리고 속이 터지는 게 일상.


여기저기를 찾아봐도 그 과정이나 시간은 당연히 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잊지 않아야 할 게 있다면 계약할 때



1. 추가 금액이 없는 게 맞는지

2. 계약 날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3. 계약 만료 후 이사를 하고자 한다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자동 연장이 될 수도 있다)

4. 그리고 별표 다섯 개, 사기가 많으니 키 받는 날 = 잔금 치르는 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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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중에 먹었던 가장 맛있었던 끼니로 마무리 :)


최근에 나의 나쁜 습관 아닌 습관 중 하나인, 스트레스성 과식이 도짐을 조금씩 느끼는 요즘. 먹을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허한 속을 달래는 것은 몸도 마음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내 행복의 가짓수를 먹을 거로만 한정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는 요즘이다. 그에 대한 방편 삼아 요가를 시작한 것도 없지 않아 있는데, 역시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요가 끝나고 먹는 다정한 브런치가 왜 이렇게 행복할까.


우리는 모두 세상에 태어났기에 행복할 자격이 너무나 충분하다.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잘 다독여주자.



오늘 하루도,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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