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카페가 생겼다/ 요가 수업으로 재충전/ 무급 인턴 인터뷰를 보자
인터뷰 준비하다 뭐 한다 하다 보니 어느새 발행해야 할 글이 쌓였다.
나는 늘 스피디하게 올리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올리는 게 좋으니 그냥 느긋하게 가보려고 한다. 어느덧 오늘로 23일차. 렛추고
1. 마음 둘 곳에 대하여
평생을 독립적이라고 생각한 나조차도 마음 한편이 조금은 외로워지는 타향살이.
거의 30년을 쌓아온 마음으로 서로를 보살폈던 친구도, 가족도 없이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과 사는 것이 (예전에 조금 겪어 알고는 있었지만) 제법 쉽지 많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고, 또 그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제법 멋진 일이 분명하다. 좋은 분들도 알게 되고, 호스트 아주머니와 아저씨랑도 많이 친해져서 왠지 종종 얼굴 뵙고 인사드리고 또 가끔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나누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
동네 친구인 항상 활기찬 언니가 소개해 준 요가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먹었던 21일차의 아점. 나무로 인테리어된 노란빛의 조명 속에 앉아있으니 나는 알 수 있었다,
행복이 멀리 없다는 것을.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릴 수 있을 것 같은 유명한 올드팝들이 나오는 고즈넉하다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는 가게는 어쩐지 요즘 내 마음 둘 곳이 된 것 같다. 힘들고 지친 날이면 거기 앉아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언니분과 만나 수다도 떨고 음악 이야기도 하고 취준도 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갔고, 조언해 주신 대로 집주인 아저씨한테 연락을 드려 약속을 잡았다. 계약 날은 3일 뒤. 인터뷰 바로 다음날. 이번 주, 꽤나 쉽지 않겠구나.
2. 추천해 준 전시를 보러 갑시다! - 인터뷰 바로 전날
다정한 호스트 아주머니가 추천해 주신 한국 관련 전시.
아무래도 내가 요즘 가족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아채신 것 같다.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전시이니 가보고, 작가분과 이야기도 하고 또 친구도 만들고 오라고 감사하게도 강력 추천해 주신 전시. 인터뷰 전날이고, 제법 길도 멀었지만 호다닥 점심에 다녀왔다! 익숙한 풍경을 그린 그림도 많고, 베트남 배경을 가지신 작가분도 친절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머니의 마음도 너무 감사했던 어제. 인터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사실 마음이 조금은 떨렸는데, 막상 다녀오니 오히려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우정을 쌓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그 모든 일들이 그냥 그 시작 자체만으로도 값지다.
3. 너무 떨렸지만 담담한 척 본 인터뷰와 3시간의 과제
이력서를 50개쯤 썼을 무렵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보게 된 무급 인턴.
사실 무급 인턴이라 어쩌면 새로운 아르바이트도 알아봐야 하고, 또 취준은 계속해서 해야 하지만, 그냥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영어로 인터뷰를 오롯이 본 것이 처음이라서 사실 마음이 굉장히 떨렸다. 게다가 임시 숙소에서부터 직장까지 왜 이렇게 먼 건지. 심지어 이사를 가면 더 멀어진다는 게 슬픈 일이다.
코스튬 디자인 공방이었고, 인터뷰 질문은 당장 일할 수 있도록 굉장히 일리가 있었다.
1. 무슨 일관련 경험이 있는지.
2. 선호하거나 잘하거나 싫어하는 작업은 있는지.
3.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4.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
5. 회사 설명 -> 궁금한 점이 있느냐
굉장히 독특한 옷을 취급하는 곳이라 조금 많이 떨렸었는데, 막상 뵌 사장님은 스몰 비즈니스의 고충을 담은 우리네의 기업과 다름이 없었다. 최소 일주일에 2번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나는 취준도 하고 알바도 (혹시)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우선은 2일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급이고 인턴이지만 그냥 일해보는 경험 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스튜디오는 내가 처음으로 다뤄보는 원단들도 많이 취급하니, 하면서도 나름 (잘못될까 봐) 엄청 쫄리고 또 재밌을 지도.
인턴 계약서를 써달라고 하셔서 그걸 써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것까지 쓰면 낙장 불입인 것 같아서 슬그머니 미루고 싶은 저녁. 이상하지 일하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렇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 1시간 반이라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오. 서울에서도 가끔 이렇게는 했었지만 그래도 서울은 교통비가 여기보다는 저렴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 2일이라서 점. 그 정도는 기꺼이 갈 수 있겠다.
길었던 하루가 끝나간다.
이러나저러나 무엇인가를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 느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꽤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계약서를 쓰고, 또 요가를 가고, 스스로를 좀 잘 돌봐야지.
오늘 하루도,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