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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 20] 본격적인 인터뷰 준비를 차근차근히

스트레스는 위장병의 원인/ 인터뷰 준비의 압박감/ 요가 첫 수업

by 소마


무급 인턴이기는 해도 인터뷰가 잡히니 내심 마음이 조금은 초조해지는 요즘.


뭐든지 처음 맞이하는 상황들은 늘 참 어렵고, 이 마음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지 몰라 속이 치받는다.


많이 호전된 줄 알았던 위장병이 도진 오늘 저녁.

모르기는 몰라도, 예민해진 신경이 위를 자꾸만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건 늘 있었던 일이니까 괜찮아. 아마 일하기 시작하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어쩌면 인생이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면서 평화와 행복을 찾아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은 요즘. 낯선 곳에서 산다는 건 어쩌면 불편함을 제거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방이 생기고, 나의 공간이 생기면 조금 더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 들로 내 주변을 채워 줄 수 있겠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1. 역시 등받이 있는 의자와

2. 얼음 트레이 (가능하다면)

3. 한동안은 변하지 않는 주소와

4. 한동안은 변하지 않을 요가학원

5. 벽에서 떨어져 있지 않은 침대와

6. 조금은 덜 추운 창가 (더블 글레이즈드 창문이라서)

7. 한동안은 변하지 않을 자주 가볼 카페들과

8. 한동안은 변하지 않을 좋아하는 산책 코스.

9. 그리고 따끈한 음식들을 해먹을 수 있는 한동안은 변하지 않는 공간 같은 것들.


쉽게 지치고,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나를 둘러싼 공간들이 너무나 새롭고, 내 마음이 불안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불안 같은 설렘이다, 여기에 사는 것은. 동전에 양면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한쪽 면은 즐거우나 한쪽 면은 외로운. 그러나 내가 한국에 있을 때조차 모든 것이 충만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저 지금 다만 바쁘지 않아서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기도.


그래도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제법 지금이 "생각보다는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다. 플러스마이너스, 그리고 리틀 플러스 같은 느낌. 언제나 웃음이 유쾌한 언니의 추천을 받아 처음으로 가본 요가원에서 나는 비로소 조금은 나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숨이 가빠지면서 도저히 못할 것 같이 힘이 드는 순간을 느끼고, 그 사이에서 내가 숨을 쉬는 순간을 느끼고, 내 몸을 움직여 고정하고, 지탱하고, 늘어뜨리고, 늘려나가는 그런 기분들이 어쩌면 어떤 통제감 같은 것들을 통해 안정감을 찾고, 그 너머를 보게 되는 기분을 들게 하는지도 몰랐다.


너무 좋았다.

감사했다.


여기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도 수많은 길 중에 내가 바랬던 곳에 왔고, 또 그것이 어쩌면 그 나름의 좋은 경험이겠구나.








지난 이틀 동안 소소하게 행복했던 증거물들 +요가까지!



[사진 1.]

아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컵라면은 정말이지...

술도 안 먹었는데 해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너무 오랜만! 속이 풀린다 진짜.


숙소에서 아시안 마트가 너무 멀어서 사실 잘 못 가게 되는데, 다음에 가면 컵라면을 한 3개는 사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팥죽이랑 호박죽도 사 올 거야.




[사진 2.]

영국 사과는 가끔 저렇게 작다. 맛은 그냥 사과 맛. 가끔 잘 못 사면 많이 안 달기도 하다.

저 사진을 본 우리 아버지의 귀여웠던 말이 있다면, "그래서 뉴턴이 사과를 얼굴에 맞고도 멀정했구나!"

라고 하셨던 것.


근데 듣고 나서 나도

"그렇네!" 했다.


맞다, 진짜 그렇다.




[사진 3]


요가 다녀와서 주먹밥 2개에 밥을 먹고 후식으로 먹은, 그래놀라와 라즈베리 잼을 조금 넣은 그릭 요구르트. 아주머니의 주먹밥은 언제나 맛있다. 혹시 가고 싶은 분이 있다면 셰퍼드 부시 마켓에 놀러 가세요!


운동 후에 잘 챙겨 먹는 저녁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느낌이 들어 행복을 준다.


우울해지기 전에, 자주 다녀오자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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