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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 마켓에서 처음으로 빠에야를, 과학박물관

아쉬웠던 사치갤러리 한국전시/ 첫 런던 마켓 구경/ 과학박물관 구경하기

by 소마


파리 투나잇으로 시끄러웠던 이웃사람들 덕분에 부스스스 눈을 뜬 오늘 아침.


요즘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탓 +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긴장이 되는 탓 때문인지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예민해져서 정작 잠이 드는 것은 한참 걸리기 일 수 있는데, 어제는 자유분방한 사람들 덕분에 정말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음악...! 꺼줘어

소리는 지르지 말아줘....!


그래도 뭐 이제는 '오늘도 잠을 잘 못 잤군' 하고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고, 방도 좀 치우고, 나갈 준비도 하고, 영어도 쪼끔 공부하고, 가족들한테 전화도 좀 하고 하니까 어느새 나갈 시간이 돼서 밖에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제는 잠을 못 자는 것 자체에 조금 익숙해진 것이 아닌지. 게다가 미술관에 가는 건 늘 너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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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신 호스트 아주머니께서 한국전을 한다고 알려주셔서 방문한 사치 갤러리.


사치 갤러리를 가는 것 자체도 너무 좋고, 추천해 주신 마음도 너무 감사해서 방문한 건 한점의 후회도 없이 너무 만족했지만, 전시 자체가 생각보다 조금은 별로였어서 아쉬웠다. 여기서 전시하는 것이 한국 입장에는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잘 못 살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왜 전시 기획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태어난 나라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려고 돈과 시간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영국까지 찾아온 전시일 텐데, 정작 내용이 너무 요연한 느낌이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조차 잘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랑할 수 있는 것들을 과연 제대로 보여준 것인지조차 의문이 들었던 전시. 지금 영국은 한국 음식이 한창 붐이었는데, 물 들어올 때 노를 못 젓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날 즐거웠던 것이 있다면 그건 사치갤러리 소품 숍과 씩씩한 언니분과 고 앞에서 같이 나눠 먹은 마켓 음식들!


사치 갤러리 소품 숍은 정말 위험한 곳이었다.

내가 여기를 여행으로 왔으면 진짜 두 개는 사서 갔을 것이 분명...

(갤러리는 안 봐도 꼭 소품 숍은 들렸다가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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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빠에야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새삼 이런 맛을 이제 알았다니 싶었다. 새우랑 완두 콩의 조합이라니! 레몬이 느끼함을 잡아줘서 더 잘 어울렸던 기분이. 약간은 칼칼한 카레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해산물도 아주 싱싱했다.


슬쩍 둘러보다보니 사치갤러리 앞 마켓 한편에 한국 분이 운영하시는 닭강정 집도 있다는 걸 알아서 갔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닭강정이 좀 아쉬웠다. 양념은 맛있었는데 바로바로 튀겨지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눅눅했고 만두도 직접 만든 게 아니고 마트에서 사서 그냥 찌시는 느낌이. 한국 음식 이거보다는 더 맛있는데. 이럴 때는 본토의 맛이 새삼 더 그립다.


그리고 언제나 씩씩한 웃음의 언니분이 패이보릿 디저트 메뉴라고 하셨던 까눌레도 먹었는데 이것도 너무 맛있어서 만족도 최상이었던 마켓 방문기.


행복해지고 싶나요

그렇다면 까눌레를.


행복은 멀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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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도 들리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지만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과학 박물관에 들렸다.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옆에 뭔가(?) 있다고는 들었었는데 이번이 드디어 첫 방문. 인류가 일궈놓은 온 세상의 과학 업적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와 이걸 다 인류는 해냈을까. 돌아다녔을 뿐인데 그냥 과학 책 한 권 뚝딱 읽고 온 기분.


은근히 볼 것도 사이사이에 많고, 구성도 좋고, 전시 동선도 불편하지 않게 모든 사람을 배려했다는 게 느껴질 만큼 너무 잘 짜여 있어서 그 옆 자연사보다는 개인적으로 여기가 훨씬 좋은 경험이었다. 아주 고민 끝에 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그 공간에 들어가 걸어다니면서 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느껴지는 전시였다. 이럴때 영국이 지닌 역사의 깊이를 조금 깨닫고는 한다. 일본과 영국은 비슷하다던데. 이 곳도 참 섬세한 나라다.


게다가 언니분의 추천으로 시작된 3층에서부터 1층까지 내려오는 동선은 그야말로 완벽... (짝짝)

아주아주 알찼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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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호스트 아저씨의 최애 디저트라고 하셨던 말차 크레페와 홍차 크래패를 포장하고 집에 가면서 본 하늘. 언제나 다정한 마음으로 두 분이 챙겨주신다는 걸 알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드렸다. 포장하고 집에 올 때까지 너무 흔들거리면서 온 것 같아서 망가졌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잘 드신 것 같아 너무 다행이다.


재밌는 일이 많은 하루였구나.


얼른 씻고 자자.



모두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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