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를 겯들인 - 최근 가장 좋아하는 카페 / 로열티 카드/ 아시안마트
혼자 사는 것에 좋은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나는 아주 강인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들이 많다는 것.
예를 들면 오늘, 처음으로 방문한 아시안 마트에서 욕심을 부려 내 예상 이상의 소비를 했을 경우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살 때는 좋았는데 이게 웬걸, 나는 집까지 근 20분을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둥)
자전거는, 쫄보라서 아직 영국에서 못 타겠고 (사고 날까 봐 무서운데, 심지어 잘 못 탐) 맘 같아서는 우버라도 부르고 싶지만 그건 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나오니 눈물을 꾹 참고 걸어갔다.
윽 너무 무거워.
영국 치안 체크 사이트인 크리스털 루프로 봤을 때 빨간색이 가득한 평화로운 듯 보이는 우리 동네는 그 때문인지 환한 낮인데도 경계를 늦추기는 어렵다. 아직은 내가 쫄보모드인 탓인지도. 조심하는 게 좋지 뭐.
1. 요리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아직은 빵밖에는
16일차에는 그냥 집에만 있었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호스트 아저씨가 왜 햇살을 즐기지 않냐고 물어봐 주셨지만, 그냥 오늘은 집에만 있고 싶은 날이었다. 햇빛을 보려면 1주일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냥 요 앞에 정원이라도 나갈 걸 그랬나.
우리 집 공식 빵순이인 나도 슬그머니 밥이 먹고 싶은 요즘. 그래도 마지막 남은 양심처럼 야채는 항상 곁들여 먹는다. 식이섬유가 중요하지 암.
사실 햇반 사러 아시안 마트까지 가는 건 너무 귀찮아서 미뤄두고 있는데, 이제는 리들에서 파는 밥이라도 그냥 하나 사 올까 싶다. 돌아다니다가 잡곡밥이나 햇반 있으면 사 와야지. 곧 떠날 수도 있다는 기분이 무엇인가를 쟁여놓기가 참 어렵게 한다.
2. 날씨는 흐리지만 비가 안 오면 좋은 날
집에서 취준하다가 결국 답답해서 탈주하고 근처 좋아하는 카페로 갔다. 다행히 날씨에 대한 큰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날씨가 흐려도 흐린 가보다, 비가 와도 비가 오나 보다 싶은 요즘. 그리고 최근에 푹 빠진 카페에서 드디어 로열티 카드를 받았다.
"나 이 장소 좋아해!"
"그럼 처음이니까 많이 찍어줄게! 이제 자주 오겠네?"
낯가림이 많은 나는, 그 말에 생각이 여러 개가 들어 답을 못했다. 일단 여기가 임시 숙소라서 계속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그냥 그럴게! 하자. 그래도 오랜만에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고마웠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3. 할미 입맛이 사 온 것은,
호박죽과 단팥죽과 컵라면 등등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들러본 아시안 마트.
이상하게 단팥죽이 당겨서 먹었다. 비비고(?)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잖아! 오후 세시에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는 게 단점인데, 또 저녁 되면 배가 고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 하루도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