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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D+14,15] 테이트 브리튼과 무급인턴 제안

테이트 브리튼/새 작업 논의/무급인턴 제안, 인터뷰 준비

by 소마




다시 돌아오지 않은 오늘을 기록해두는 습관은 제법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이유들로 인간은 사진을 찍는 것에 의의를 두기도 하고, 그러한 이유들로 무엇이라도 남겨놓을 수 있는 것들을, 어느 시간의 한구석에 남겨 놓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꺼내봐도 어제처럼 생생할 수 있도록. 어쩌면 그게 어떠한 예술이나 그림이 탄생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종종, 그리고 꽤나 자주 그리워하고는하니까. 그것이 사실은 어쩌면, 어쩌면 그것이 나는 늘 힘이 들곤 했다.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그리워 하는 것. 아무튼.


오늘 처음 뵙지만 엄청 편안하게 느껴졌던, 도전하는 모습이 멋진 다정한 언니분과 피자를 먹고 테이트 브리튼을 간 날씨가 좋았던 화요일. 그날은 내가 본 런던의 하늘 중에서 손에 꼽도록 예쁜 하늘이었다.


앞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나면 또 놀라울 만큼 칙칙 하늘을 자주 보게 되겠지.


여기가 날씨로 악명이 높은 영국이구나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낯선 곳에 와서 산다는 건 어쩌면 일정 부분은 외로움을 안고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어느 한켠은 채워지지 않는, 어떤 공허함이 남아있는 듯한 그런 기분.


아직도 조금은 차근차근히 생활에 익숙해지면서도

또 멀리 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 또한 같이 익숙해지는 기분이다.


19년도에 왔을 때는 마냥 웃기고 재밌기만 했는데.

나도 나이가 조금은 들면서, 그동안 많은 추억들을 나누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이가 더 깊어진 덕분이 아닌지도.




1. 빅토리안 시대의 그림부터 현대까지




다정한 언니분과 박물관 옆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테이트 브리튼에 갔다. 돌아다니면서 정말 행복했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여기에 몽땅 있었다는 것.


퀄리티 좋고 유명한 전라파엘파의 그림들이 아주 많고, 또 내가 남몰래 흠모해 왔던 그림들도 세 네 점 발견해서 사실 굉장히 신난상태였다! 그 그림들이 영국 런던 어디 있다고 들었었는데 여기 있었구나.


다 볼 때까지 감사하게도 기다려주셔서 꼼꼼히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행복해! (우와)









예전 대학원을 다닐때 중간고사 과제 주제로 잡고 작업했던 오필리아와 빅토리안 시대의 사진작가분의 사진도 볼 수 있었고, 터너의 배 그림들도 많이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약간 뭐라고 해야 할까, 다음에 내가 다시 온다면 전시를 보고 싶어서 온다기보다는 위로받고 싶은 날이면 여기를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따뜻하고 예쁜 분위기이다.


언젠가 힘이 든 날이면 좀 쉬러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의 날로 정하고, 근처에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그렇게 카페를 찾으러 걷다가 빅벤과 런던아이 쪽으로 걸어가게 됐는데, 드디어 꿈에 그리던 소원성취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두둥)






2. 드디어 뵙습니다, 빅벤 씨
두 번째로 뵙습니다, 런던 아이씨






19년도에 코로나 때문에 귀국을 하게 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를 꼽자면 바로 요 빅벤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참 보수 공사 중이어서 털 끝 하나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실물을 볼 수 있었던 하루.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다정한 언니분께서 감사하게도 사진을 찍어주셨다.


동실동실하고 방실방실하게 나온 사진은 차마 올리지는 못했지만 (하하)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됐던 하루.

(나는 사진 앞에서 굉장히 뚝딱거리는 편이다)


그리고 찾아간 카페에서 새로운 작업에 대해 같이 구상해 볼 수 있어서 새로운 동력을 얻은 기분이었다.


아직은 어떻게 나가야 할지 조금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재산 같다. 보물 찾기를 하듯 또 차근차근 발견해나가 봐야지.



그렇게 집에 와서 발 닦고 자려고 했는데 발견한 무급 인턴 제안 메일 (헐)


물론, 디자인이 파격적인 나라 영국답게 아니 너무 많이 파격적인 데다가 (예상 범위를 넘었다), 돈도 안 주고 (그런 인턴십이 많다는 건 알기는 알았지만), 이건 제안일 뿐 이어지는 인터뷰도 붙어야 하고, 인터뷰 보는 날 인턴이어도 재봉 시험까지 할 생각 같다... (산 넘어 산)



어쨌든,

50개 정도 돌렸던 이력서에서 제안이 온건 처음이라서 내심 기쁘면서도 당황했다.

큰일 났다, 나 인터뷰 준비 진짜 털끝밖에 안 했는데...!






3. 영국 생활 15일 차 일기,
돈을 아끼려면 집에 있자!
집콕의 날



엄청 맛있었는데, 사진은 왜(...)



그래서 오늘 부터는 인터뷰 준비에만 매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타당한 어떤 이유들 때문에 떨어지는 것은 받아드릴 수 있지만, 그 이유가 열심히 않했던 것이라면 두고두고 후회가 되니까


근데 빈 화면을 켜놓고 보니 은근히 참 막막해서 미뤄놨던 영어 공부도 마저 하고 (이럴 때가 세상 집중도 잘 된다), 이력서도 2개인가 인턴 포지션이라도 귀중하니 더 지원하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니 막막한 상태로 끝난 하루가 되어버렸다.

ㅎㅎ....


대충 날짜가 언제라는 답신을 받았는데, 보다 디테일한 사항들이 궁금해서 다시 회신한 상태. 말할 때보다도 훨씬 공손한 이메일 영어 표현들이 아직은 참 착착 안 달라붙는다. 회사도 그만둔지 조금 된 상태라서 더 그런지도.


그래도 알지 않는가, 쓰다 보면 다 늘게 된다.

능숙해지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


그래도 회신도 받았고, 생각해 봐야 할 질문도 추렸고 하니 내일은 하기 싫고 막막하다고 도망가지 말고, 일단은 엉덩이 붙이고 앉아보자.


빵을 너무 많이 먹으니 빵순이도 밥이 먹고 싶은 요즘.


다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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