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서야 보이는 것들
창업을 앞두고 마주한 이 불운은, 예상치 못한 삶의 급정거였다.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던 출발선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망연자실한 나는 그 자리에 아무 준비도 없이 멈춰 서야만 했다. 순간순간 정신이 들 때면 짧은 순간임에도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동네 의료시설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정쩡한 말투에 노파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하기로 선택했다. 검사 결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안을 천천히 녹여 주었다. 요추 1번과 2번의 압박골절, 최소 3개월의 절대 안정, 이제 막 새로운 문을 열 준비에 들떠 있던 나에게 “멈춰야 한다”는 현실은 당혹감과 함께 치유의 시간을 안겨 주었다.
나는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문병 온 가족들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크게 성공하려고, 이런 액땜을 하는 거야? 완전 대박 나겠어!” 진심인지 위안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은 내게 자기 최면이자, 다짐이 되어 주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병상 위 천장을 바라보며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질문을 수백 번 생각해 보았다. 불운에 대한 원망, 무리하게 움직였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 나를 믿고 도와준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불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낙담하고 체념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심을 해야 했다. “이 작은 사고가 나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자유로웠으니까. 그래서 하루 종일 오픈한 가게를 상상했다. 햇살이 드는 창가, 조용히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향기와 함께 손님들이 들어오는 풍경. 나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로 그들을 맞이할까? 그 상상은 내 하루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려는가?” 그 답은 단순히 생계 때문이 아니었다. 누구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에 나 자신을 두고 싶었다. 허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서서히 단단해졌다.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나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책을 읽었고, 정신의 근육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요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너무 조급했다. 아직 내면은 덜 준비된 채, 외면만 채우려 했던 건 아닐까? 그 모든 빠름이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는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그렇게 나는, 다시 피어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