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플라워샵, 전혀 다른 세계

꽃이라는 언어로 마음을 전하다

by jayjay

처음엔 그저 막연한 끌림이었다. 카페를 운영할 때부터 꽃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선물 받은 작은 유리 화병 속에 꽂아진 한송이의 꽃이, 주위의 공기를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작은 생명이 전하는 계절감과 감정의 떨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울림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마음속 한편에 늘 꽃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이런 나에게 아주 우연히 한 매물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망설이다 어렵게 방문한 가게! 작고 감성적인 인테리어, 젊은 고객층, 안정적인 운영 실적.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던 건 인수인계를 위한 5개월의 기술 이전 기간이었다. 꽃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동시에 무지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꽃들, 관심조차 없었던 꽃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풍부한 상상과 누구도 찾지 않는 외로운 섬처럼 막막한 고립감을 동시에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주한 그 공간은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햇빛이 스며든 창가 너머로 꽃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가게를 운영하는 플로리스트의 손끝에서는 생명이 피어나는 듯한 정성이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고백했다. “꽃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괜찮을까요? 정말 해 보고 싶어요.”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해 주었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안의 망설임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며칠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그 순간부터 꽃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재활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온전치 않은 무릎으로 행동은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조금씩 통증이 스쳐갔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행복한 상상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기초 플라워 클래스 수강, 생화의 이름과 계절에 따른 특성, 수분 공급 방법, 포장 기술 등 하나씩 배워 나갔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으며 꽃 이름을 틀리기도 하고, 줄기를 잘못 자르거나 플로라폼을 바구니에 그냥 넣어 물이 배어 나와 망쳤으며 셀 수 없는 실수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낯설고 예민한 작업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깊은 집중과 평온을 느꼈다. 꽃을 다룰 때는 마음이 조용해졌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조심스레 만지듯 시간을 들여야 했다.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 감사와 축하, 이별과 시작이 담긴 매개체였다. 꽃을 다듬고 예쁘게 제작하면서, 사람들이 전하지 못한 말을 대신 전했다. 편지 대신, 눈빛 대신. 그렇게 나는 꽃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장소

꽃은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야. 그 진심이 통하면, 자연스레 손끝이 따라온다던 꽃 매거진 속 어느 플로리스트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나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어느 날부터인가 내 손은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움직이는 동작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카페 때처럼, 다시 나만의 작은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꿈은 단지 가게라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나 자신을 또 한 번 다듬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기를 바랐다.

2023년 5월 1일. 첫 출근! 힘겹지만 새로운 한걸음 내디딘, 두려운 마음을 숨기고 미지의 세계로 향한 새로운 시작!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을 딛고 한 발짝 내디딜 수 있을 때, 그건 이별이 아닌 시작이 된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수많은 이별들 끝에 남은 건 상실이 아니라 성장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피어나고 있다. 꽃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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