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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Jan 26. 2021

까사 데 에니멀

겨울은 비수기입니다.

동물병원은 겨울에 비수기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산책을 자제하고, 크고 작은 상처들이 산책하면서 발생하므로

날이 매우 추워지면 동물병원은 비수기이다.


올해는 12월에 더 춥고 1월에는 그다지 춥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12월에는 심심한 날이 많았다.

나는 할 일 없는 것보다 정신없이 바쁜 게 더 좋다.

정신없이 바쁘면 뿌듯함도 있고 더 빨리 끝나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무도 안 온다면 혼자 필요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원장님 눈치도 보이고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커진다.

불안이 덮쳐오는 것보다 몸이 힘든 것이 두 배, 세 배 더 낫다.


하루는 예약이 하나 없어 아주 평화로운 날이었다.

시간이 남으니 자연스럽게 병원을 둘러보게 되었다.

우리 병원은 복합건물 2층에 있는데, 메인 거리를 향하고 있는 위치가 아니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밖에서 우리 병원을 볼 수 있는 곳이 수술방이다.

수술방은 수술을 하지 않을 때에는 불도 꺼놓고 창문도 닫아 놓는다.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우리 병원이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종종 수술방 문이라도 열어 두는데,

수술할 때는 자신의 가족이 수술을 하는데 수술방 문을 열어 놓을 수는 없고

수술이 없을 때에는 위생에 철저해야 하는 하는 곳이므로 안된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사무실과 수술방을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말은 않았다.

그저 밖에서도 잘 보인다면 더 많은 손님이 올 텐데 싶었다.

안 보여서 손님이 이렇게 없나 생각하던 찰나에 

새끼 고양이를 들고 손님이 달려왔다.

다급한 표정으로 이미 축 늘어져 있는 고양이를 들고 왔다.

아이 상태를 보니 숨을 힘겹게 쉬고 있었다.

너무 어리고 곧 죽을 것만 같아서 우리 병원에 없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바로 택시를 잡고 내가 전에 일하던 병원으로 가면서 CPR을 했다.

상태가 너무 위독해서 보호자분께 가면서 죽을 수도 있다고 알려 드렸다.

병원에 도착하고는 접수도 하지 않고 바로 고양이 과인 2층으로 뛰어서 올라갔다.


빠르게 담당 선생님께 맡기고 내가 아는 만큼 설명했다.

뒤따라오던 보호자분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울먹이셨다.

보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하루 전부터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까지 보신 분들은 어떻게 숨을 잘 못 쉬는데 모르는 거야?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특히나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서 눈 감고 있으면 위험할 정도로 아픈지 

모를 수도 있다. 코롱 코롱 숨을 쉬는 게 다 들리지는 않으니.


비수기라고 생각되는 심심한 날에도 종종 응급한 일이 생긴다.

아기 고양이는 다행히 살았다고 들었다.

오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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