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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Nov 04. 2023

슬기로운 시닙일기

같은 실 동기 

이번 주에 부산으로 1박 출장을 갔다.

출장 중에 가장 좋았던 건, 11-2시까지 같이 수다를 떤 실동기와 드디어!! (무려 11개월 만이다!) 

속마음을 터놓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같은 실 동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엄청 좋아하진 않았다.


1. 너무 열심히 일한다(나도 농떙이 부리면서 하고 싶은데, 비교갈까봐 그럴 수가 없다.)

2. 과하게 밝다(내가 시니컬한 편이라 익숙하지 않았다.)

3. 술자리를 좋아한다(알쓰로써, 술을 마셔야 진심을 터놓는 사람이 쉽지 않다.)

4. 눈치가 없다(사회경험이 없고, 4살이나 어린 동기라 어느정도 이해해야겠지.)

5. 머리를 쓴다(솔직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 자기검열을 한다.)

6. 상사 흉을 볼 때, 같이 해주지 않는다.(직장동료로써 선긋는다는 느낌이 든다.)

7. 개발기술을 익히고 싶어하지 않는다.(주어진 것만 하려는 것 같다.

    궁금증이 딱히 없는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같이 업무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 친구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1. 선하다.(남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잘되면 좋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2. 예의바르다.(어리다고해서 그걸 무기로 쓰려하지 않고, 겸손하다.)

3. 밝다(사람자체가 밝고 긍정적이다.)

4. 우선순위를 안다(무엇이 더 중요하고 먼저 해야하는 지 안다.)

5. 예쁘다.(여자도 예쁘고 귀여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보고 있음 귀엽다.)

6. 남의 장점을 잘본다.(배울점이 있으면 빠르게 배우고, 칭찬도 잘한다.)


싫어하기엔 너무 괜찮은 친구이기 떄문에, 맘 놓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못했다.


저녁에 1차 고등어와 활어회,2차 치킨,3차 맥도날드 후에 10시 반쯤 되어서 각자 방으로 갔다.

물을 사러 1층 편의점을 갔는데, 캔맥 2개를 사는 동기를 만난 것이다. 

난 술을 못하지만, 내 방에 와서 수다떨고 얘기하자고 카톡했더니 몇번 고민하고선 왔다.


동기가 그동안 불편한 사람 얘기, 선배 얘기, 이성 얘기, 팀 얘기 

심지어 나한테 자기랑 친한 동기 소개시켜주겠다는 둥등

(사실 난 둘이 곧 사귈꺼라고 생각햇는데;;;;;전혀 맘이 없어보이더라...) 

비록 내가 알쓰라서 술 잔을 같이 기울이진 못했지만, 잘 얘기하더라. 


그동안 내가 자리를 안 만든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언니니깐 더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가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린데도 배울 것이 많은 친구라 곁에 계속 두고 잘해주고 싶다. 

어쩌면 내 마음은 어리고, 예쁘고, 밝은, 똑똑한 동기한테 질투가 났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동기가 부러웠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인류애가 별로 없다.)


내 생각에 사람은 모든면에서 이기적이고, 본능에 충실하고, 탐욕적이다.

나보다 약하면 공격하고, 강하면 말로는 헐뜯으며 생각은 동경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행동과 말이 예측가능하다. 


근데 동기는 선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신중한 진실된 사람이다.

내 알고리즘에 부합하지 않아서, 속을 읽기가 어렵거나 이해가 안갔던 것이다.

의도가 선하다는 건 알고리즘에 없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인간 알고리즘에 변수가 되어준 동기가 고맙고, 미안하고, 소중하다.

하나 밖에 없는 실 동기인 이 친구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나도 진심으로 대하고 잘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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