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williamsburg
아침부터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로 가 브런치를 먹은 날이 있었어요. 맨해튼에는 안 돌아다닌 곳이 없어서 이색적이고 건물이 아기자기한 윌리엄스버그가 가끔 끌렸거든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마주 보는 건물 사이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있는 귀여운 마을이었어요.
방문한 곳은 햇살이 잘 드는 브런치 집이었는데,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한 밝은 우드톤 가구들에 벽지에는 주황색, 파란색, 분홍색의 형형색색의 조각돌 무늬가 있었어요. 시간이 일러서인지 내부에 손님은 저와 친구밖에 없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베이글 메뉴를 시켰는데, 베이글과 크림치즈도 맛있었지만 같이 나온 예쁜 연주홍색 비트가 놀라울만치 맛있었어요. 자주 생각나는데, 비트보다는 감자 식감이었어서 어떻게 요리한 건지 여전히 궁금합니다.
윌리엄스버그에서 할 거라곤 브런치와 빈티지 쇼핑밖에 없었기 때문에 브런치를 먹은 뒤에는 하루 종일 빈티지 쇼핑을 했어요. 제일 좋아하던 Beacon’s Closet에 가서 운동장 만 한 가게에서 지칠 때까지 쇼핑을 하고, 딥티크 매장에 가서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은 직원의 도움으로 필로시코스를 시향하다가, 테이크아웃 카페를 가 핫초코를 마시고, 길거리 빈티지 옷들까지 구경하고 나니 밤이 됐어요. 친구는 유행하는 큰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눈이 꽤 왔던 것 같습니다. 발길이 닿는대로 가다보니 아주 고풍스러운 빈티지숍을 찾았어요. 돈 많고 취향 좋으신 할머니가 20대 때부터 모아둔 옷과 악세사리들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리고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낡고 고풍스러운 샤넬과 디올, 버버리, 온갖 코트와 브랜드를 알 수 없는 니트, 신발들. 물건 하나하나가 작품 같아 몇 시간 눈을 떼지 못했어요. 연극 소품으로 쓰일 만한 약 70년 전 스타일의 흰 드레스 잠옷들, 깃털, 모자, 레이스들까지. 취향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황홀하게 하나하나 구경하다 친구와 나왔습니다. 저장해 놓으려고 구글맵을 찾아봤지만 구글맵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어요. 다시 가면 아껴서 쓸 소품들을 잘 골라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 또 우연히 발길이 닿지 않는 한 찾기 어렵겠죠.
너무 추워서 손은 이미 다 얼른 상태라 주변에 있는 아무 일본 음식점에 들어갔어요. 친절한듯 친절하지 않은 일본 웨이터에게 텐동 하나와 우동 하나를 주문했어요. 뉴욕에서 오래 산 친구 말로는 많은 일본 음식점이 중국인을 고용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일본어로 이야기하도록 한다는데, 저희가 간 곳의 웨이터는 정말 일본인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몸을 녹이기에는 제격이었어요.
뉴욕의 여름을 훨씬 더 즐겼는데 정작 뉴욕이 많이 생각나는 건 겨울이네요. 우연히 틀어본 윌리엄스버그 플레이리스트가 그날의 기억을 불러일으켜서 일기장처럼 써 봤습니다. 역시 뉴욕은 겨울의 도시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