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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예원 May 03. 2021

샤넬뷰티의 놀이공원으로 초대합니다

Atelier Beauté Chanel


    처음에 소호에 오면 누구든 메인 거리인 브로드웨이를 구경하기 마련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마주하는 길이기도 하고, 사실 Zara와 & Other Stories부터 Bloomingdale’s 백화점, 나이키와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 등 온갖 규모가 큰 매장이 위치해 있어 그곳만 봐도 시간이 빨리 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도 소호를 타임스퀘어나 미드타운만큼은 아니어도 북적북적 사람이 많고 아주 넓은 길로 생각하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호 하면 떠오르는 곳은 파스텔톤의 유럽식 건물들이 뉴욕식으로 가까이 붙어 있고 차도는 울퉁불퉁한 회색 벽돌로 되어 있는 뒷골목들이다. 비교적 한적한 뒷골목에는 손님이 몇 없는 프라이빗한 가게들이 주로 위치해 있는데, 그곳에서 발견한 곳이 뉴욕에 와서 가본 곳들 중 가장 신기한 장소 중 하나인 샤넬 뷰티의 아틀리에 보떼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틀리에 보떼는 샤넬 뷰티의 전 세계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보며 스스로의 뷰티를 찾아가는, 말 그대로 화실 같은 공간이다.


    간판을 걸어 두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소호에서 2층에 있는 곳을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아틀리에 보떼는 2층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문이 잠겨 있어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야 했다. 마치 깜봉가 31번지 코코 샤넬의 방에 초청된 느낌이 들었다. 찰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Create Yourself라는 파란 네온사인이 걸린 거울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샤넬의 메인 컬러인 블랙 앤 화이트 인테리어가 보이고 친절한 직원분이 환영해 주시며 아틀리에에 처음 방문했는지를 물어보셨다. 첫 방문이라 하자 아틀리에를 구경시켜 주시며 아틀리에 홈페이지에 체크인을 하면 모든 상품들의 설명을 볼 수 있고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두면 나갈 때 픽업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특이한 것은 바로 사물함이었는데, 지그재그 모양으로 돌출된 모양에 각각의 이름이 숫자가 아닌 N5, Mademoiselle, Chance 등 샤넬과 관련 있는 단어로 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물함에 짐을 넣어두니 약간 스파를 하는 느낌이 나기도 했다. 화장품을 만지기 전 손을 씻는 곳에는 샤넬 로고가 찍힌 머리끈부터 어플리케이터, 미니 마스카라와 핸드크림 등이 각각의 손님을 위해 개별 포장 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만진 제품은 모두 옆의 흰 대리석에 옮겨두면 직원분이 소독을 하고 원래 자리에 가져다주셨다.


    비교적 숨겨져 있는 데다 홍보를 하지 않아 손님은 나밖에 없었지만 검은 베이스에 흰색 조명이 달린 화장대는 둘씩 붙어 스무 개가량이 있었다. 화장대마다 파운데이션, 파우더, 컨실러 등의 베이스가 종류와 호수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아틀리에를 돌아다니다 보면 샤넬 뷰티 아이 메이크업 전 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마음대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립 구역은 해리 포터의 지팡이 가게를 연상시키는 전제품 색상이 벽면에 걸려 있었고 그 아래 몇백 개의 립 샘플이 있어 시도해보고 싶은 제품을 말하면 직원분께서 바로 립스틱을 뭉개어 작고 투명한 상자 안에 넣어주셨다. 위생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아틀리에라는 컨셉과 맞게 각 화장대는 큰 종이로 덮여 있어 미술 시간에 여러 물감을 사용하듯 화장품을 마음대로 짜고 섞어보기도 하면서 나에게 맞는 뷰티를 찾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손에만 테스트가 가능했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뉴욕을 오면 가고 싶은 곳 일 순위이다.


    샤넬 뷰티 제품들을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도전해볼 수 있다니. 뷰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놀이공원은 없을 게 분명하다. Create Yourself라는 철학과 맞게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고, 직원분들은 질문이 있으면 친절하게 도와주시되 제품을 홍보하거나 대신 화장을 해주시는 일은 전혀 없어 오직 화장품과 나만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직원과의 직접적인 대화 없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 아틀리에 밖 픽업 데스크에서 받는 구조를 보고 또 한 번 이 공간은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보다는 더 장기적인 마케팅 방법인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었다. 뷰티와 패션은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가장 원하는 내 모습이 될 수 있게 해준다. 아틀리에 보떼에서 그 모습을 발견한 사람에게 샤넬 뷰티의 의미는 이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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