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피라이팅 사업을 시작한 건 사실은 자청의 무자본 창업 pdf를 읽고 실험삼아 해본 것이었다.
나는 돈 욕심이 정말 많다. 트레이너를 할 때에도 개인매출이 한 달에 600만원, 800만원 이렇게 쌓일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1,000만원을 찍겠다는 다짐으로 매월 1일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매출은 잘 끊어내도 수업의 본질이 흐려졌고, 회원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했다. 후에는 죄책감과 현타가 느껴졌고, 결국 마지막 달 내 목표 매출은 0이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할 바에는 돈을 벌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수업과 회원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ENTP 특성 상 성취감이 없으니 흥미가 떨어져 얼마 못가 그만두게 되었다.
숫자에 정말 욕심이 많다.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내 힘으로 돈을 이만큼 벌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다만, 월급은 그렇지 못했다. 남이 구축한 시스템 아래에서 내 딴에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번 돈이었기 때문이다.(앞서 말했듯, 일 자체는 매 프로젝트마다 진심을 다해 했다. 다만, 과제를 해내는 정도의 자기 만족 정도만 가져다줬을 뿐, 경제적인 것에 대한 성취감은 0에 수렴했다. 지난 달보다 열심히 일해도 똑같이 2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개인적인 실력 상승 말고는. 당장 살기 위해 한 건이라도 더 따내려고 하는 지금에 비해서는 말이다.)
트레이너를 그만두고 당분간 다시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기로 다짐했고, 뭘로 먹고 살지에 대해 매일 고민했다.
하루는 티셔츠를 팔아 보려고 업체까지 알아보고 직접 디자인도 해보고, 또 하루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 하에 밤새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또 몇 주 간은 로고 디자인을 해보겠다고 몇 주간 일러스트레이터 강의를 들어 어느정도 간단한 디자인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수많은 아이템 중 하나가 카피라이팅이었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시절 나는 일할 때는 매 순간 행복했다.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그리고 내 아이디어가 채택이라도 되는 순간에는 정말 찢어질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이걸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황홀했다.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회사라는 시스템이 맞지 않아 얼마 못가 그만뒀지만.
그 경험을 살려 카피라이팅을 팔아보고자 했다. 나에게는 카피를 쓰기 위해 몇 시간씩 생각을 쥐어짜내는 과정이 힘든 일이 아니었고, 세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카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
처음에는 건당 단 돈 1만원을 받았다. 그래도 첫 주문이 들어오는 데 까지는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아주 긴장된 자세로 첫 프로젝트를 해냈다. 단지 간단한 수정 요청을 받았을 뿐인데도 내 실력을 의심했다. 자신감이 없었고, 한 단어 한 단어를 조심스럽게 썼다. 돈이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리뷰가 쌓이니 어느 날부터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쇄도했다.
가격을 높였다. 처음에는 주문량이 주춤하다가 또다시 주문이 쇄도했다. 가격을 더 높였다. 처음보다 긴장감도 풀리고,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 작업에 자신감이 생겼다. 주문을 더 많이 받고 싶었다.
주문을 많이 받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세웠다. 상세페이지 개선, 포트폴리오 재작업, 홈페이지 구축, 블로그 구축, 상위노출 키워드 추출... 할 게 너무 많았다. 조금씩 매일 하기로 했다. 하나를 끈기있게 하지 못하는 내가 예전에 효과를 본 것이 하루 5분 전략이었다. 하루에 해야할 일 10가지가 있다면 하루 5분씩만 하기로 목표를 잡으면 한달동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일매일 10가지 일을 전부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나는 저 많은 일 중 두 달 동안 그 어떤 것도 수행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업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나열한 것들은 물론 매우 중요한 것들이지만 사업의 본질 외의 것들이다. 카피라이팅 사업의 본질은 카피라이팅 결과물이다.
나는 과연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일까? 의뢰 건수, 매출액에만 눈이 돌아가는 방구석 사업가일까?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무자본 창업에서 실력을 최대치로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케팅과 후킹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좆같은 결과를 주면 반드시 망한다. 그래야 한다. 아무리 사람을 많이 끌어모아도 줄 수 있는 게 없으면 망하는 거지 뭐.
잠시 좀 더 본질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는 중요하지만, 지금 내 작업물 중에서 포트폴리오로 쓸 만큼 성에 차는 것이 없다. 또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플랫폼을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번이나 실패했다. 생각보다 뚝딱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실력 부족과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있는 듯) 때문에 매번 시간은 시간 대로 투자해놓고 다시 갈아 엎기를 반복했다.
사업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본질이 아닌 것들에만 집중하다가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10을 받았을 때, 100 이상의 만족을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실력을 키워야 한다. 레벨 10의 초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레벨 100의 베테랑 카피라이터가 먼저 되어야 한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를 이미 찾아온 고객에게는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지금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하루에 1~3건의 의뢰는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이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문득 나는 큰 돈을 벌기에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킹으로 돈을 벌기는 죽어도 싫었다. 트레이너때 했던 그런 짓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 트레이너 생활이 망했던 이유는 받은 것의 10배를 돌려주지 못해서였다.
실력을 키워서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고객으로 하여금 낸 돈의 한 푼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결과물을 줘야지. 그런 정도의 실력을 쌓고, 차근차근 그 외 해야 할 것들을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상하게 마음이 정말 편한 요즘이다. 카피 쓰는 게 너무 재밌다.
결론 : 돈 많이 버는 사업가이기 전에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 당장의 매출 끌어모으기보다는 실력을 쌓기로 했다. 본질을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는 사업은 반드시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