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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백 Feb 12. 2022

'어느 뜨거운 회의주의자' 코너 소개

모든 인간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모순적이다.

그중 유난히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어느 때고 휙휙 바뀌는 온도 차이다. 세상을 대하는 내 시선에는 불같은 뜨거움과 얼음 같은 차가움이 공존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생을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세팅된 에너지값은 현저히 적은데 하고 싶은 것은 넘쳐난다. 그렇게 나는 언제나 내 안의 두 가지 힘에 의해 휩쓸리듯 살아왔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나를 차가운 사람으로 생각해 다가오기 어려워한다. 잘못된 것은 가차 없이 버리며 이성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무미건조한 경상도 사투리에 늘 무표정한 탓에 한층 더 그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인간이 이성적이기만 할 수 있으랴. 이런 사람이 감정에 휩쓸리면 몇 배로 큰 폭풍이 일어난단 말이다!


좀 더 가까이서 나를 두고 본 사람들은 다른 평가를 내린다. '의외로 세심하고 사려 깊네'(의외로가 꼭 들어간다)라던가 '제일 힘없는데 제일 열심히 살아'라던가.

얼마 전, 한 주변인이 내게 ‘뜨겁고 날카롭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원인도 모르고 앓다가 비로소 병명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조금이라도 달라지거나 나아지진 않았지만 비로소 '유난히 모순적인 사람'으로 카테고라이징 되고 나니 편안해졌다.

비슷한 시기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는데 나의 궤적을 따라가 보는 여정을 통해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냉소적이고 회의적이지만 세상에 호기심이 지대하고, 예민하고, 애정을 갈구하지만 애착관계가 힘들고, 누군가 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싫어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그 탓에 삶의 순간순간 남들보다 힘든 감정들을 자주 마주하는데, 입 밖으로 꺼내면 '그래?...(공감 안 되는 표정)'라던가 '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라던가 '네가 되게 예민하네' 등등의 반응을 겪기 십상이다. 그래서 글로라도 마구 풀어 본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는 공감해줄 거라 믿으며.


 <어느 뜨거운 회의주의자의 고백>은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의 단상들을 공유하는 코너다. 뼛속 깊은 냉소와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대하고 살아가게 만드는 모순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 치열한 고민의 과정 속에서 깨달아가는 적나라한 이야기. 인간관계, 사랑, 일, 실존적 문제 등 부딪히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상당히 냉소적이었던 (?) 나의 아홉   일기로 소개를 마친다. 선생님이 읽어보고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2021년 3월부터 잡지 비평에 연재 중인 코너 <어느 뜨거운 회의주의자의 고백>을 다소 수정하여 업로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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