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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1

by 안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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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아테네는 그리이스의 신화의 본 고장으로 누구나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이다.

지도를 보면 터키 안탈리아에서 지중해만 건너면 아테네에 도착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 섬 중에는 구경거리가 있는 섬이 많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건너가는 배편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 바닷길을 선택했다. 실제로 언제까지 가야 할 일도 없으니까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 배로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표를 구하려고 하니까 가는 배는 있지만, 여러 곳을 들리고 시간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면서 양국이 사이가 좋지 않아 배편으로 가는 것이 발달되지 않았고, 많이 불편하고 고생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항공편을 선택했는데, 비행기도 곧바로 가지 않고 이스탄불을 거쳐서 아테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늘 이동할 때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숙소를 예약할 때 앱으로 공항 택시를 예약했었다. 앱을 통해 공항에서 택시 기사가 “an jongik”를 종이에 써서 들고 있기로 했다. 그러면 숙소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공항에 내리니까 아무리 봐도 내 이름이 없었다.

내가 내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 낯선 공항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은 뛰다시피 여기저기를 찾았지만 없었다.

그래서 처음 내가 내린 곳으로 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다음 항공기도 도착해서 찾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서 가는데 나만 혼자 늦은 밤에 방법도 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때 이상한 숫자의 전화가 왔다. 직감으로 택시 관계자의 전화인 것 같아서 받아서 옆에 있는 착하게 생긴 여자분께 전화를 받아 달라고 본능적으로 주었다. 한참을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더니 여기서 10분만 기다리라고 손가락을 10개 펴 보여 주었다. 그 열 개의 손가락이 30분을 기다렸다. 그래도 늦는다는 생각보다는 안 오면 다른 방법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쯤에 내 이름을 쓴 종이를 든 사람이 나타나서 어렵게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여러 경험을 하고 싶어서 젊은이들이 자유여행을 할 때 주로 이용한다는 게스트 하우스 다인실 방을 예약하고 돈도 모두 완불한 상태였다. 지금 숙소 요금으로는 그리스 게스트 하우스 다인실이 터키의 혼자 쓰는 숙소와 가격이 비슷하다.

숙소에 도착하니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 번역기를 통해서 말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내라는 것이다. 돈을 다 지불되었다고 하니까 진짜로 몰랐는지 몇 번 더 달라고 하더니 나중에서야 방으로 안내했다. 왜 숙소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선의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아직 이런 다인 실을 처음 경험하지만, 어떤 사람과 같이 쓸지 모르지만, 많이 불편할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원한 것이다.

안내된 방은 아무도 입실 되지 않아서 오늘은 혼자서 쓸 것 같았다. 일단은 밤도 늦었고,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피곤해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불편한 것이 상당히 많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도 긍정적으로 보낼 것이다. 요즈음은 새로운 곳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사람은 어떤 능력자나 우수한 인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환경에 눈치 빠르게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의 성격은 “다정”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치는 인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다인실이라서 그런지 작은 화장실과 샤워실도 작은 곳 하나밖에 없는데, 밖에 있기 때문에 몇 명이 공동으로 쓰는지 알 수도 없다. 노트북을 볼 공간도 없으면서 와이파이의 비밀번호를 주는데 연결이 한번 되다가 다시는 안된다. 일단 이런 곳도 경험하고, 환경에 맞추어서 생활해 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려고 아침에 나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역시 구글 지도를 보고 현 위치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가는 길을 지도상에서 익혔다.

지금까지 일단 숙소를 그 도시의 중심에 잡고 거기서 구글 지도로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스탄불과 안탈리아 또 여기 아테네의 숙소 위치는 아직까지 그런 방법으로 잘 선택한 것 같다.

숙소를 출발해서 기억 속의 도로 교차로를 몇 개 지나서 자 쪽으로 돌아서 계속 가니까 큰 광장이 나오고, 곧바로 가니까 아테네 시청이 나왔다. 아테네 시청이란 어떤 표시도 읽을 수는 없지만 감으로 앞에 광장이 있고, 같은 대리석 건물이지만 시청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까지 구글 지도에서 본 것과 일치했고 계속 직진하니까 성당이 나오고 다음에 도서관이었던 곳이 나오면서 위쪽에 보니까 높은 언덕에 오랜 된 건축물이 보였다. 아마 그곳이 아크로폴리스인 것 같았다. 또 그쪽으로 사람들이 가고 있어서 따라가니까 아크로폴리스 매표소 앞이었다.


20유로를 주고서 입장을 하니까 처음 보이는 곳이 원형 경기장이다. 이곳이 히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라고 하고 아직도 이곳에서 공연이나 음악회를 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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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것은 아마도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문에 해당하는 곳인데, 원형이 보존되지 않고 계속 보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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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이 원형 그대로였다면 웅장한 출입문이 될 것 같고 출입문 주위에도 여러 신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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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가니까 그 유명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보였다. 예부터 그림으로 많이 보아서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리 중이지만 그 기둥의 크기만 봐도 규모가 엄청난 석조건물이다. 그런데 그 수리를 10년째 하는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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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있는 신전이 에레크테이온 신전인데 여신들이 기둥에 조각되어 받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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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프로필라이아 문도 수리 중이고 입구에 승리를 상징하는 리케의 신전과 다른 신전 건물들도 복원 중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울러서 아크로폴리스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언덕 위의 도시”라는 뜻으로 여러 나라에 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여기인 것이다. 아테네 시내가 모두 보이는 곳에 위치하면서 전망이 좋아서 세계에서 대표적인 아크로폴리스가 이곳이다. 그런데 높은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사진 찍는 것이 힘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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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올 때 신경을 써서 왔기 때문에 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올 때는 오던 길이라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수산물만 파는 시장도 보고 청과물 시장도 구경하면서 여유 있게 돌아왔다.

아침에 갈 때는 없었는데, 올 때 보니 시내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또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모이고 목 좋은 곳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있다.

구걸하는 사람 중에 어린아이와 같이 구걸하는 모녀가 보여서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다 주고 왔다. 일단 오전에 잘 찾아다닌 것에 대한 감사와 아테네 여행이 잘 되기를 바라고 모녀에게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다.


시청을 지나서 광장에 와서는 다 찾은 것이라 생각하고, 오던 길로 가지 않고 지하 도로 내려가 올라갔다. 물론 내가 생각한 곳으로 나갔는데, 지상으로 올라가니까 전혀 생소해 보이고 처음 보는 곳이다. 이 광장은 차가 다니는 곳만 6거리이고 사람만 다니는 곳을 합하면 8거리 광장이다. 아직도 이 광장의 이름은 모른다. 간판을 봐도 모르고 구글 지도에도 한글이름이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이 들어 광장을 2바퀴나 돌아도 다 비슷해서 알 수가 없었다. 만일에 다른 곳으로 가면 헤매다가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시 돌면서 길마다 유심히 보면서 돌았다. 그런데 멀리 내가 동전을 준 아주머니와 어린 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길로 왔으니까 이제는 지하도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가니까 오던 길이 생각이 났다. 아주 작은 성의가 단번에 더 크게 돌아온 것 같다.

오후에도 오전에 갔던 길로 가서 아크로폴리스가 올려다 보이는 성당 부근에서 길거리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으면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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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주변 식당 안에서도 악사들이 손님들을 상대로 연주하고 있었고, 악사들은 연주하고 손님들은 식사하면서 흥이 나서 춤을 추니까 대낮이지만 흥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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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면서 남자들은 음료 대신에 간단히 맥주 한 컵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큰 잔에 마시는 사람도 있다. 여행은 먹는 재미도 한몫하는 것이다.

그 시장 부근에 유적지가 히드리아누스 도서관이 있었는데 기둥만 남아 있었고, 한참을 들어가니까 또 다른 넓은 유적지가 나왔다. 그곳에 들어가는 데는 10유로를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곳이 아테네의 아고라 유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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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 시장이면 정치를 토론하던 곳으로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지금은 모든 건물들은 잔재만 남아 있고 오직 헤파이스토스 신전 하나만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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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다른 건물도 돌기둥은 그대로 있는 것이 있고, 여기 박물관에는 많은 석조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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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흩어져 있지만 대리석을 정교하게 조각한 것이 아직도 곳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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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이야기하는 듯한 조각상이 있는데 만든지 오래되지 않았을 것 같고, 눈에 들어오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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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고라 광장 위쪽에는 그리스 정교의 교회 건물이 아크로폴리스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데, 거의 모든 건물이 언덕 위의 아크로폴리스를 의식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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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변 대리석은 더 단단한 것이 많이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대리석 조각이 많고 대리석 건축물이 발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대리석에 조각하거나 건축한 것은 본인들을 남기려는 마음과 영원히 기억되면서 보존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단단한 대리석 건축물도 온전히 보전된 것이 있는가?

그렇게 정교한 조각들도 몇 점이나 완전하게 보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아고라 광장의 봄볕이 따가울 정도이다. 이제는 그늘이 더 좋아지고 있는 계절이 왔다. 박물관 앞의 의자에 서로 의지해서 앉아서 졸고 있는 노부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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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여행이 피곤할 수 있는 연세인 것 같다. 늙은 부부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가득한 하루의 석양 무렵이다. 모두가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다.

석조로 영원히 보존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영원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봄볕을 피해서 조는 노부부의 보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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