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예에서 버스를 타고 안탈리아에 들어왔다.
터키에서 버스는 심야버스를 탄 다음 두 번째이다. 예매표에는 출발 시간은 정해져 있고 도착시간도 기록되어 있지만,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승객들의 얼굴에는 불만을 표시하는 얼굴이 아니다. 모두가 평소 늦어도 무관심한지 아니면 마음들이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다.
안탈리아는 터키의 최대 휴양지로 지중해에서 이름난 휴양도시이다. 유럽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날씨가 맑은 날이 많고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 않은 항구도시이다.
처음 보기에는 푸른 바다와 해수욕장과 멀리 보이는 설산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이 왔다.
숙소를 구도심에 정했는데, 왠지 불편한 곳이어서 하룻밤 유숙하고 다음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영어가 단어만 반복하는 수준이니까 의사소통은 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 묻고 내 생각과 같으면 오케이로 마무리하고 있다. 물론 생각과 비슷하지 않으면 “노우” 하면서 다시 내 뜻을 전달하면 상대와 서로 교감이 되면 오케이로 하는 것이다.
다음날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잡았다. 그런데 이 숙소가 안탈리아 구도심에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숙소 이름만 말하면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터넷의 구글 지도에 숙소 이름을 넣으니까 다행히 나왔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서 지도를 보고 여러 번 눈에 익혀서 출발했다. 몇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고 다음은 교차하는 골목을 몇 개 지나고 나서 직진하는 식으로 찾아갔다. 단번에 숙소 간판에 눈에 들어왔다. 아마 신경을 무척 쓴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 앞으로 4일간 머물면서 급하지 않게 구경도 하고 쉴 생각이다. 숙소를 잡고 생각한 것이 바쁠 것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으니까 편안하게 보내자는 생각이 들지만 낯선 곳에서 숙소를 정하기 전까지는 불안한 것이다. 그런 불안한 마음도 없어지는 날이 완전한 자유여행자 마음이 되는 것이다.
안탈리아 구도심의 명소는 마리나 항구이다. 이 항구는 작은 항구이지만 경관이 빼어나고 푸른 바다와 멀리 보이는 산도 아름답고 그 산 너머 설산은 유럽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안탈리아를 찾는 관광객은 모두 이 항구를 거쳐서 카리알리오을루 공원으로 가거나, 여기서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밤에도 이 항구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주점에서 음악 소리와 함께 어울려 춤추는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항구를 중심으로 기념품이나 물건을 파는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리나 항구 유람선 타는 뒤편에는 해수욕장이 만들어져 있다. 모래사장이 하나도 없는 절벽 밑에 파라솔과 긴 비치 의자만 있는데도 사람들이 온종일 수영복을 입고 햇볕을 쬐면서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 4월이지만 이곳 안탈리아의 바다는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다.
마리나 항구 위에는 넓은 광장이 있다. 광장에 핀 아카시아꽃 밑으로 마리나 항구도 내려다보이고 도심과 멀리 보이는 바다는 안탈리아의 중심 광장인 것 같다.
광장에 핀 아카시아꽃을 보니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에는 지금쯤 아카시아꽃이 피려고 할 시기이니까 여기가 더 따뜻한 곳인 것 같다
중간에 동상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조각해 놓았으며, 특히 터키 국기가 높게 걸려 있다. 터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디를 가도 국기를 많이 달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로 보이는 이슬람 사원의 탑이 안탈리아에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구도심에 있는 집들 사이에 주변에 집들과 비슷한 건물에 박물관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까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이곳 사람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박물관이고, 그 밑에 있는 박물관은 대포와 각종 무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된 무기는 아니고, 몇 백 년 전의 무기인 것 같은데 특히 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고구려 벽화에서 본 말을 타고 가면서 뒤를 보고 활을 쏘는 모습이다.
저녁 무렵에는 카리알리오을루 공원에 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으로 놀이 기구가 있고 공원에서 조개 파는 소년이 있었는데, 맛도 궁금하고 티브에서 본 적이 있어 사 먹어 보니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이 공원에서 지중해의 떨어지는 석양을 구경할 수 있었다. 멀리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 밑을 지는 것이 별로 특이하지는 않았다.
다음날에는 지리를 모르니까 택시를 타고 안탈리아 박물관으로 가자고 하니까 잘 데려 주었다. 박물관은 처음에는 작은 토기가 전시되어 있다가 들어가면서 석조 대리석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것은 없었지만, 그 크기와 섬세한 조각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조각들이다. 황제나 황후와 그리스 신들이 조각상들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마도 헤라클레스의 조각으로 보인다.
여신이나 여자의 조각상 많이 보이지만 얼굴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것이 거의 없다.
사람 실물 크기만 한 것도 있지만 엄청나게 큰 조각상도 있었는데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물관 야외에 있는 사자상은 나무 사이에서 자리한 것이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박물관 뒤편 문 앞에 있는 깨어진 조각상은 손가락은 부러졌는데 그 안에 쥐고 있는 알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박물관 밑에 있는 해변이 콘얄트 해변이다. 이 해변은 몽돌해변으로 길이나 위치가 세계적인 해변 해수욕장이다. 벌써 바다에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는데 젊은이들도 많지만, 늙은 부부들이 햇볕을 쬐거나 물에 들어갔다가 몸을 말리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이곳에 왔으니까 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아직은 차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햇볕이 좋아서 물속에서 나오면 금방 따뜻해졌다.
오후에는 마라나 항구 위의 공원에서 온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바쁘지 않게 쉬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기도 한데, 앞으로는 급하게 하나라도 더 구경하려는 보다 여유 갖고 오래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리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 보트들은 각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안탈리아는 신들의 휴양지라 불리고 지중해의 보석 같은 마리나 항구에서 보트 투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바다로 나가서 안탈리아의 해안선과 깎아 만든 듯한 절벽을 구경하는 한가로운 유람선에 한없이 푸른 바다를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보트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타는데 아이들은 한 곳에 앉아 있지 않고 보트 안을 뛰어다니기 때문에 같이 온 부모들은 구경보다는 아이에 신경을 더 쓰는 광경이 보인다.
유람선에서 카리알리오울루 공원이 높이 보이고 멀리는 코얄트 해변이 보이는데 날씨가 흐려서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아쉽다.
마리나 항구 등대 밑에는 중년 아주머니의 동상이 있다. 무슨 동상인지 설명은 해 놓았는데 이해가 안 되고,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것은 주전자 같은 것이니까 안탈리아에 사는 평범한 아주머니 동상처럼 보인다. 어디 가도 삶에 찌든 아주머니의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탈리아에는 특히 마리나 항구 주변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나이 든 악사들이 많다. 그 악사들은 본인들이 연주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서 매일 그곳에 있으니까 자주 지나다니니까 몇 푼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멀리 지중해의 풍경을 담으려고 안경을 벗었다 쓰고를 반복하다가 어디에 놓고 온 것 같았다. 안경이 없으면 인터넷도 볼 수 없고 여행을 계속할 수가 없다. 안경이 주머니에 없어진 것을 알고 곧바로 사진 찍은 곳으로 뜀박질해서 갔지만 안경은 보이지 않는다. 오천 원을 준 돋보기안경이지만, 귀한 안경이나 줄 알고 가져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예비로 가져온 돋보기가 있어서 다행이다.
또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터키 물가가 환율로 싸다고 하니까 안경을 하나 더 구입하려고 시장에 갔다. 시장에는 안경을 파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선글라스 안경만 취급하고 돋보기는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노인들도 거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있다. 터키는 노안이 별로 오지 않는 건지, 시장에 있는 안경점을 다 갔지만 돋보기는 사지 못했다.
그런데 안탈리아 시장에 있는 물건들은 거의 낯익은 고급 브랜드로 진열되어 있다. 그 고급 브랜드 가격을 물어보니까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진짜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오늘은 안탈리아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해보니, 아직 전포 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길거리에는 청소하는 아저씨들만 부지런히 쓸고 있다. 어젯밤에 그렇게 분비던 거리가 사람이 없으니까 취객을 만날까 겁이 나기도 하고, 처마 밑이나 길 가장 가리에 노숙자들이 자고 있는 것을 보니까 더 그렇다. 그래도 계속 가다가 보니까 그토록 찾으려고 했던 하드리아누스의 문이 나타났다.
구도심의 집들이 끝나고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었다. 안탈리아에는 옛 건축물이 하드리아누스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없는데, 이 문을 못 보고 갈 뻔하다가 우연히 본 것이다. 그 문 밑에 바닥돌은 2천 년 이상 밟고 다녀서 달아 홈이 파져 있다.
오늘은 이틀 전에 갔던 지중해에서 가장 이름답다는 콘얄트 해수욕장에서 가서 해수욕을 할 생각이었다. 평소에 해수욕장에 가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여기서 해수욕을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언제 다시 오나”라는 생각이 들자 남들이 하는 것은 다하고 싶은 것이다.
벌써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거나 물가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다.
들어가려고 하다가 내가 지금 감기 기운이 있어서 머리가 아픈데, 해수욕한다고 4월 바다에 들어갔다 가는 아마도 크게 아파서 고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참기로 했다.
한참을 벤치에 앉아서 수영하는 사람들과 바다를 구경하다가 해변에 옷을 입고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변가에 수영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그냥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변으로 내려가 따뜻하게 달궈진 작은 몽돌해변에 앉았다. 몽돌이 햇볕에 데워져서 따뜻한 것이 좋았다
해변가에 앉아 선탠 하는 사람과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나도 해변에 누워 보았다. 몽돌은 따뜻하고 몸이 편안했다. 이렇게 옷을 입고 누워 햇볕을 쬐는 재미도 상당하다. 누워다 다시 하늘을 보고 돌아눕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누워서 보냈다.
바닥은 한창 더울 때는 몽돌이 살짝 더울 정도로 따뜻하지만, 위로는 지중해의 봄바람이 불어오니까 시원했다. 몽돌 바닥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니까 심신이 편안하니까 해변에 누워 있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지중해 이름 있는 해변에 누워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편안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