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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와 페티예

by 안종익


파카도키아에서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표를 괴뢰메 정류장에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만들었다. 그런데 저녁 8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였다.

11시에 체크아웃해서 저녁 시간까지 낮 시간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멀리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지고 온 가장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겨울 날씨처럼 추운 것 같다.

요즈음은 아침에 일어나면 좋았던 기분도 저녁이 되면 피곤해서 집이 생각나고 따뜻한 방구들이 생각이 나는데, 낯선 외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심하지 않은 봄바람도 추운 겨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카파도키아에서 차는 심야버스로 새벽 5시 30분에 파묵칼레 도착할 예정인 버스이다. 버스를 타면 잠이 잘 오지 않는데, 이번에는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전날 몸살 기운이 있어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버스 타고 온밤 동안 이동해서 파묵칼레에 도착하니까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자다가 내리니까 “파묵칼레” 라는 동네가 아니고 큰 도로 옆에 내려놓고 버스는 다른 목적지로 떠나 버리는 것이다. 주변에는 도로 뿐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써틀버스 몇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파묵칼레는 큰 도시이고 버스는 정류장에 내려놓으면 그 주변에 숙소를 잡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도로가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본능적으로 서틀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셔틀을 타고 가서 내린 동네가 파묵칼레의 정류장이었다. 파묵칼레는 작은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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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새벽녘에 숙소를 정하고 나니까, 날이 밝아오고 마을 앞에는 벌룬이 하늘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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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벌룬이 올라가는 곳을 보면서 그쪽을 올라갔다. 처음 보는 파묵칼레는 흰 소금 산이 하나 있었다. 파묵칼레 마을 앞에는 흰 소금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다랭이 논처럼 물이 흘러내리면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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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곳이라 숙소에서 투어를 신청해서 아침 먹고 출발을 했다.

투어는 처음에는 멀리 있는 석회석 작은 다랭이 논으로 안내하더니 그다음은 돌 공예품을 파는 곳으로 안내했다.

다음에 안내한 곳은 히에나 폴리스로 기원전 로마의 고대 도시였던 곳으로 넓은 성터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 급한 언덕이 파묵칼레가 자랑하는 석회석 다랭이 논 모양의 공간에 물이 들어가면 햇볕과 그 밑에 자라는 식물에 따라서 색깔이 변하는 풍광이 나타난다. 그 위로 흐르는 물은 온천수로 사람이 온천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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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나 폴리스는 로마의 고대 도시로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어 현재 대형 원형경기장과 박물관, 목욕장 등이 모습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는 아직 석재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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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원형경기장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올라가서 보니까 장관이다. 그 옛날 검투사의 싸움을 즐기는 로마 시민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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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박물관에 들어가니까 이곳에서 발굴된 각종 조각상과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조각상의 얼굴이 확실히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굴은 아니다.

그 밑에는 노천 목욕탕이 있는데, 온천수로 운용되고 있었다. 그곳에는 유럽인들이 온천욕을 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목욕한 곳이라고 하는 말에 유혹이 되어 100리라를 내고 목욕도 했다. 목욕하기 딱 좋은 온도였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까 다랭이 논으로 안내를 했고, 사람들이 모두가 신발을 벗고 흐르는 온천물에 들어가는데 어린이들이나 젊은 연인들은 아예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가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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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기가 아니어서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하고 따뜻한 온천수를 걸어 보는 재미도 좋았다. 이곳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고, 밑에 보이는 마을이 파묵 칼레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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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의 흰 눈이 쌓인 것 같은 언덕은 36도의 온천물이 석회석과 만나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탄산칼슘이 자라는 듯이 싸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흰 언덕은 1만 년 이상 시간이 만든 자연의 신비인 것이다. 밑에서 올려다본모습이나 위에서 내려다본모습이나 모두가 아름답다.

처음 보았던 곳에서 한참을 더 내려와 좋은 포토존을 안내한다고 해서 그곳에 가보니까 더 많은 다랭이 논이 나오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보는 곳보다 훨씬 풍광이 빼어났다. 만일 우기라서 모두 물이 넘친다면 장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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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 계절은 아직 파묵칼레의 성수기는 아닌 것 같다. 다시 둘러보니까 주변에 이런 언덕이 둘러쳐 있고, 고대의 로마 도시 히에나 폴리스는 흰 언덕 위에 세워진 멋진 도시였던 것이다.


투어를 하는 사람이 안내하는 곳은 포도주 시험장, 옷 가게, 식료품 가게로 안내했는데, 관광지를 안내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곳 시골 관광지 가게에 데려가기 위해서 안내하는 꼴이다.

하나도 사지 않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곳은 하나같이 좋고 옳은 제품이 아니라 폭리 하는 제품들이었다.

실제로 이곳은 투어를 신청하지 말고 그냥 걸어서 입장료를 받는 곳으로 들어가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니면 되는 곳이다. 그곳에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오후에 파묵칼레에는 숙소 매니저의 도움으로 “파티예”가는 버스를 타고 그곳에서 일박을 할 예정이다.

그전에 친절한 호텔 매니저는 체크아웃 시간이 12시인데 버스 시간까지 4시간이나 연장해 주니까 그 시간에 한숨을 자고 일어나니까 몸 상태가 훨씬 좋아지고 기분이 상쾌하다.

여행은 이렇게 몸이 피곤하지 않게 충분히 쉬어 가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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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예는 터키의 작은 항구도시이면서 패러글라이딩이 유명한 곳이다.

아침에 돌아본 페티예 항구는 만으로 되어 있어서 바람을 막아주어 잔잔한 호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잔잔하니까 요트 정박장이 넓게 만들어져 있었고, 정박된 요트의 숫자가 엄청났다. 그런데 정박된 요트 안에는 사람이 있는 상당히 많았다. 그곳을 숙소로 하는지 아니면 일찍이 바다로 나가려고 준비하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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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있으면 페러글라이딩하는 업체가 정해진 시간에 픽업하러 와 차에 타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은 하는 산은 바다와 접해 있고 2000m가 넘는 산이라고 하는데, 올라가는 길이 아직도 임산 도로처럼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밑을 내려다보니까 아찔한 절벽이다.

정상에 올라가니까 많은 사람이 준비해서 날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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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지만, 눈치가 날 때까지 뒤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전문가와 같이 열심히 뛰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라는 데로 하니까 힘들지 않게 날라 오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화창한 날이 아니어서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다가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그 바닷물 위에 해변가 산에서 날아다니는 송홧가루가 거품처럼 노랗게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으니까 색다른 기분을 들었고 환하게 웃으면서 날고 싶었다. 심각한 일도 걱정할 일도 세상에는 없다는 마음으로 웃고 사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잘 웃지 않은 얼굴이지만 마음이라도 웃고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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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 전문가가 열심히 촬영도 하고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이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상에 내려서 촬영비를 달라고 하니까 역시 가능하면 돈을 요구하는 것이 여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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