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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

by 안종익


아침에 일어나서 눈에 익힌 길을 따라서 가다가 수산시장에 들어갔다. 아침 수산시장은 활기차고 살아있었다. 수산물이 싱싱하고 그 종류도 수없이 많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동감이 있는 것이 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이곳에 오니까 마음에 생기가 돌아오고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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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테네에서 사람 사는 구경 하다가 다음갈 로마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갈 곳에 항공권과 숙소를 정해 놓아야 지금의 여행이 더 즐거운 것이다.

일단 카드를 국내 전화번호로 로밍을 했으니까 예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항공권을 앱으로 예매했다. 잘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결제가 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국내 카드사에 전화를 했다. 그 카드사는 문제가 없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했다. 더 진행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다른 방법을 택했다. 현지 여행사에 가서 예매하는 것이다. 어렵게 여행사를 찾아가니까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아서 한참을 기다리니까 결재하자고 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앱에서 예매 가격보다 3배를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 가격이 아니라고 아무리 NO NO 하면서 내가 종이에 가격을 적어 제시하자, 예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나왔다. 그러고는 다른 곳으로 가보니까 그곳도 마찬가지다. 겨우 한곳에 가니까 20유를 더 주고 예매할 수 있었다. 숙소는 앱으로 잘 해결되었다. 다음 행선지가 해결되니까 마음이 편하고 구경도 즐거웠다.

아테네의 중심가를 걸어가니까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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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도 다양해서 나이 든 연주자, 젊은 연주자, 전통악기 연주자, 그룹 연주자도 있어서 볼 만한 거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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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니까 유명한 산타그마 광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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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그리스 의사당 앞인데 근위병의 교대식이 절도보다는 동작이 찬란했다. 한참을 보다가 보니까 바로 앞에서 버스 투어를 시작했다.

버스에 올라서 아테네의 다양한 석조건물과 거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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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알 수 없지만 이름있는 건물들을 많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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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의사당을 돌아서 가는데 그 의사당의 가로수가 뽕나무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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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투어는 설명이 어떤 건물이나 거리를 지날 때 나오는데,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눈으로만 구경하는 청각장애인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설명할 때 나는 사진을 찍거나 딴 곳을 볼 때가 많다. 사실 알면 더 좋지만, 몰라도 눈으로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위안해 본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한 도시를 잘 보려면 먼저 버스로 감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랐을 때 보았던 산이 있었다. 루카베트스이라는 작은 산인데 도시에 어디서나 잘 보였다. 그곳에 올라가려고 무작정 산꼭대기가 보이는 방향으로 갔다. 한참을 가니까 건물에 가려서 산은 보이지 않았지만 감으로 방향을 찾아갔다. 길을 찾아 계속 올라가니까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 있는 교회는 흰색으로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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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루카베트스 산에서는 아테네가 모두 보였다. 아테네의 바다나 동서남북이 모두 보이는 곳을 찾고 싶으면 이곳에 오르면 된다. 햇볕도 따뜻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아크로폴리스가 눈 아래 보이는 곳에서 오래 머물렀다. 눈으로만 보는 여행이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가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려가도 별로 할 일도 갈 때도 없기도 했다.

앉아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보니까 나이 든 부부 관광객이 많이 올라왔다. 이들은 트랩을 타고 올라온다고 했다. 그렇게 나이 든 부부가 같이 여행하는 것이 보기도 좋았고, 서로 배려하면서 바쁘지 않게 다니는 것 같다. 같이 살면서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여행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살아온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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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니까 아크로폴리스가 눈 아래 있다. 어제는 아크로폴리스에서 이 산을 바라볼 때는 작은 산이었다.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와 이 루카베트스 산에만 오르면 모두 관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려오면서 맥주 먹는 사람을 보니까, 나도 산 정상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싶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 한잔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오늘 당겨서 먹는 것이다. 내 마음에 내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이다. 말은 자유롭게 못하는 자유여행이지만 오늘은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즉흥적으로 맥주를 한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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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보니까, 4인 숙소지만 아직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서 혼자서 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서 잠도 오지 않고 인터넷도 되지 않으니까 할 일이 없다.

갑자기 혼자 여행이 외로움을 느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숙소에 혼자 있는 것이 답답해져 다시 숙소를 나와 걸어서 사람이 많던 그 광장에 또 가서 사람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밤에도 노래하는 사람과 흥이 남아도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계속 구경하고 있으려니까 담배 달라는 사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기고 신변에 위협도 느낀다.

다시 돌아온 숙소는 잠이라도 들면 좋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허전함과 외로움으로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아테네 국립역사 박물관은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볼만한 곳이라고 한다. 20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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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토기부터 정교한 세공품과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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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경고 문구가 어디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보지 못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더러 보이기 때문에 촬영이 가능한 줄 알고 하다가 주의를 받았다. 그래도 한두 장은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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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조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리석 조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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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의 조각이 유리속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귀중한 작품처럼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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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나 여자 상도 있지만 남자 조각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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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남자 조각상들이 잘 다듬어져 있고 그중에서 훼손이 덜 되고 눈에 띄는 작품은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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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박물관에 왔으니까 비너스 조각상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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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스상과 가까운 조각인데 악마가 희롱하는 듯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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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크로폴리스 밑으로 갔다. 일전에 그냥 지나쳤지만 의미 있는 언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보러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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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오바고 언덕


아레오바고 언덕으로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언덕이지만 그리스 시대에는 이 언덕에서 중요한 재판이나 회의가 열렸고,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은 곳도 이 언덕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도 바울이 이 언덕에 올라서 당대의 그리스 학자들에게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연설한 언덕이라 해서 순례자들도 많이 오른다.

사람들이 올라가는 곳으로 올라가니까 아래로 보이는 곳이 아고라 광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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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산이 리카베스트 작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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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로 올려다 보이는 곳이 아크로폴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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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아크로폴리스와 리카베스트 산이 동시에 보이기도 한 곳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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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은 단단한 대리석 돌로 되어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서 돌이 달아 미끄럽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곳이다.


다시 신타그마 광장을 찾아서 그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 있었다. 이곳이 거의 쓰러지고 한 건축물만 남은 로만 아고라였다. 우연히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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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타그마 광장을 찾아서 사람이 많이 가는 쪽으로 계속 가니까 엉뚱한 곳이 나왔다. 처음 출발한 반대편이 나오고 이곳에도 이름은 모르지만 아크로폴리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그리스 국기가 보이는 상당히 이름이 있을 유적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아테네는 어디를 가도 유적이 될 만한 돌들이 많은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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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지나서 한참을 나오니까 히드리아우스 개선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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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내가 오후에 쉬고 싶어 하던 곳이 더 가까이 온 것이다.

히드리아우스 문 뒤에 바로 제우스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보수 중이어서 기둥만 남아 있지만 신전중에는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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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신전을 지나서 근대 올림픽이 처음 열린 판아네나이코스 경기장으로 갔다. 원래 기원전 아테네의 축제 경기장이었던 것으로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었던 것을 대리석 계단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근대 올림픽이 처음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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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장 앞이 정원이다. 사람들이 많이 휴식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오니까 아카시아 가로수가 눈에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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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은 벌써 시들어 가지만, 만개했을 때에 향기가 좋았을 것 같다. 정원은 오래된 나무와 화초로 잘 가꾸어져 있다. 오늘은 오후 나머지 시간은 이곳 정원에서 계속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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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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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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