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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by 안종익

여행을 입과 귀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발과 눈으로 하니까 경제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반쪽짜리 여행이라 할 수도 있다.

말을 알아들을 수도, 전할 수도 없으니까 입과 귀는 온종일 열려 있으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반면에 주로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발로 움직여서 원하는 곳으로 가서 보고 느끼는 여행이다. 그래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다리와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다녀야 할 것 같다. 또 있다면 어려움을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무모함을 용기로 믿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입국할 때 영문 백신 접종 서류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dPLF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용은 별것이 아니지만 할 수 없으니까 집으로 연락해 어렵게 확인 코드를 받아서 가지고 이탈리아에 입국을 했다.

입국 게이트에서 검사는 물론 지키는 사람도 없이 그냥 통과했다. 불안해서 어디 입국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는지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예약한 택시 기사가 이번에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전화가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물론 받아야 못 알아들으니까 공항에 기다리는 택시 기사가 없으면 찾아보기도 해야 되지만, 전화를 잘 받을 줄 것 같은 사람을 물색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구글 지도로 지리를 눈으로 익혀서 출발했다. 일단은 움직이는 중심을 한곳으로 잡아야 한다. 로마는 베네치아 광장으로 정하고 그곳을 찾아서 출발했다. 길이 직선 길이라 베네치아 광장은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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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광장은 로만의 배꼽이라 불릴 정도로 중심부에 위치하고 모든 도로가 이곳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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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그 크기에 압도당할 정도이고 광장을 높아서 어느 곳에서도 광장 꼭대기에 있는 청동마차는 잘 보였다. 앞에 있는 성당도 오래된 성당으로 규모가 크지만, 광장 건축물에 비교되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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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구경해도 놀라워 바라보다가 사람들이 이동하는 쪽으로 따라갔다. 가는 곳마다 모두가 유적지이지만 아직 복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기둥과 건물들이 산발적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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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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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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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것이 콜로세움의 일부인 것이 오늘 길은 제대로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로마에 도착한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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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에 도착해서 그 규모와 크기가 베네치아 광장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 2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인 거대한 건축으로서 전쟁 포로인 검투사와 맹수의 전투 경기가 벌어진 원형경기장이다.

입장을 하려고 하니까 현장에서는 티켓을 판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주위에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개선문 위에 조각된 4명의 신들은 승리의 즐기는 듯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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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옆에는 포로 로마노 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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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가는 것 같아서 줄을 섰다. 여기도 들어가려고 하니까 사전에 콜로세움과 같이 인터넷 예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섰던 줄에서 돌아오면서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 구경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런데 말쑥하게 차려입고 단정한 가방을 든 아주머니가 와서는 티켓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순간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10유로라는 말을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두 개 중에 하나는 봐야 한다는 생각에 오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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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노마노는 지금은 문 하나만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지만 이곳 주변이 고대 로마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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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노마노 문을 지나서 있는 것이 팔라티노 언덕이다. 이 언덕 위에는 오래된 건물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고 높은 곳에 위치해서 멀리서도 보이는 유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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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콜로세움으로 와서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도 무슨 유적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였다.

걷는 것에는 아직 잘 걸으니까 주위의 풍광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팔라티노 언덕 건너편으로 걸어가는데 노란 장미꽃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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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또 줄을 서 있는 것이다. 일단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이곳에 진실의 입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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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입은 해신 트리톤의 얼굴을 새긴 원형 석판으로 입에 손을 넣고 거짓을 말하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는 석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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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베네치아 광장으로 와서 이번에는 광장 위에 올라가서 구경을 하고,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에도 여행객들이 많이 올라갔는데 이곳에 올라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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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티노 언덕이 보이고 이 전체가 복원은 되지 않았지만 모두 유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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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건물에는 옥상 난간에 신들의 조각들이 많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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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에 로마 시내를 나가면서 이번에는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 기사 중에 나이 든 할아버지에게 “판테온”이라고 하니까 알아듣고 “카드 노우”했다. 카드는 안되고 현금을 달라는 말이다. 판테온도 그 크기가 엄청났다.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꼭대기를 쳐다보니까 자연적으로 입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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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건물의 중앙에 둥글게 뚫어 있다

판테온은 모든 신들의 신전이란 뜻으로 웅장한 돔으로 만든 건축물이다. 돔 건축의 백미라고 불리고 중앙에 둥근 원은 “커다란 눈”이라고 이름하고 천정을 통해서 자연채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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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나보나 광장이다. 건물이 하도 커서 전체를 사진에 넣으려면 멀리서 찍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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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 앞에 있는 분수 조각에 네 명의 남신의 조각이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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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판테온으로 와서 트레비 분수를 찾아서 갔다. 로마는 여행객이 많아서 사람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거나 특히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을 따라가면 유적지가 나온다.

도착한 트레비 분수는 많은 관광객으로 분수가 안 보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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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는 동전을 “하나를 던지면 이곳에 다시 오게 되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세 개를 던지면 결혼의 꿈이 이루어진다"라고 알려진 분수여서 그런지 젊은 연인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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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던진 동전 중에 한국 돈을 발견했다. 한국에서도 자주 보지 못하는 동전 세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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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트레비 분수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광장으로 사람이 광장을 덮고 있다. 이곳에 꽃은 특이하게 영산홍과 백 철쭉이 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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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도 좋았지만 그 옆에 있는 마리아 상이 하늘 높이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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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면서 오래된 성당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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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규모도 크지만 성당 내부는 분위기가 엄숙하고 안에 있는 조각들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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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길도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숙소로 가는 길은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 새로운 길로 갔다. 한참을 가면 내가 생각하는 길이 나올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없었다.

당황을 되지 않았지만 계속 가도 아는 길이 나오지 않는다. 길의 방향을 잘못 잡아서 다른 방향을 간 것 같다. 로마 길이 직선으로 되어 있어서 쉽다고 생각하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테르미니 터미널을 가자고 했다. 숙소가 터미널 근처이기에 그곳으로 가자고 한 것이다. 택시가 곧바로 가지 않고 돌아서 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리면서 요금 계산을 할 때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못 알아듣는 말로 내리라는 것이다.

길을 잃어서 기분이 그랬고, 택시가 길을 돌아와서 그랬는데, 거스름돈까지 안 주려고 하니까 성질이 폭발한 것이다.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택시 기사가 거스름돈을 신속히 내주는 것이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그동안 말도 통하지 않고, 큰소리 한번 못했는데, 큰소리 한번 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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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부근 분수대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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