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 이어서 마디리드 노숙자도 메테레스를 깔고 누워 있었다.
노숙자들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서 메테레스를 사용하는 것은 노숙도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노숙이 한없이 진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도시 미관상이나 여러 이유로 당국의 규제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규제의 범위 내에서 노숙자도 최대한 편안하게 노숙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마드리드는 너무 넓은 도시이다. 처음 느끼는 것은 마드리드 하늘이 무척 넓어 보이는 것은 주위에 산이 보이지 않고 끝없는 지평선으로 된 넓은 평원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도시에 바쁘게 걷는 사람도 없고 여유 있게 사는 것 같다. 하루를 바쁜 아침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한가한 오후처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이 사는 것이다.
어쩌면 게으르게 보일 정도로 한가하게 길거리에 놓인 카페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반면에 남미에서 온 사람들은 궂은일이나 식당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자기 가게도 내고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남미 사람들이 이곳 마드리드에 와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언어가 같은 스페인어를 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울에서 출발을 할 때에 양력으로 내 생일날이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나 감탄이 나오는 유적지를 보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낼 것을 기대하고 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새로운 것이지만, 새롭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썼고, 많은 시간을 길 찾기를 했다.
지금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여행은 길 찾기”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러나 매일 새로운 것을 보니까 시간은 그렇게 빨리 가지 않는 것 같다. 오랜 시간 길 찾기에 고생을 하다가 보니까 서 너달은 지난 것 같은데, 달력의 시간은 이제 한 달이 지난 것이다.
그 한 달이 지나서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날이 음력으로 진짜 생일날이 되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맞은 생일은 또 한 살을 더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별 느낌이 없다.
낯선 곳에서 미역국을 얻어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카톡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와 미역국 못 먹어서 아쉬워하는 내용이 많이 왔다.
사실 미역국은 내가 먹을 것이 아니라 날 낳아주신 엄마가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제 그 엄마는 미역국을 먹을 수 없다.
스페인에는 예전에 은퇴 전에 직장 다닐 때 인연이 있는 지인이 유학을 와 있던 곳이다. 이번 여행 나와서 터키나 그리스에서 전화해 많은 도움을 받은 지인이다.
다시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곳 마드리드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래서 마드리드에서는 공항에서 어려움 없이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숙소에 가기 전에 마드리드 지인 집에 들러서 잊지 못할 대접을 받았다.
생일날 저녁에 이곳 스페인 소고기를 듬뿍 넣은 육개장을 먹은 것이다. 한 달 만에 먹어보는 먹는 한식이었고, 맛을 제대로 낸 육개장을 생일날 먹은 것이다. 이역만리에서 생일날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현실은 있었다.
여행은 참으로 예측 못한 일이 생기는 변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좋은 쪽의 예측 못한 일이다.
그 육개장은 지인의 모친이 나를 위해서 끊인 것이다. 물론 내 생일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오랜 외국 여행에서 매꼼한것이 그리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준비했다고 했다.
어떤 생일상보다 맛나고 잊지 못할 생일 저녁상이었다.
세상에 작은 인연을 이렇게 좋은 만남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았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 지인과는 오래 잊지 않을 인연을 될 것 같다.
마드리드는 지인의 집에서 보니까 도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시내에는 우뚝 솟은 건물이 4개가 보인다. 높은 건물은 중심에만 있고 다른 지역 건물들은 빨간 기와지붕으로 다른 유럽의 도시와 같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마실 나와 카페에서 맥주 한 잔 시켜 놓고, 한없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지인들과 담소하면서 보낸다. 점심은 늦은 오후에 먹고는 한 잠자거나 한가하게 보내다가 다시 저녁에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이곳은 저녁 8시가 넘어도 해가 떠 있는 도시이다. 그러니 해 질 무렵인 저녁 9시경부터 다시 식사도 하고 여유와 한가롭게 늦은 밤까지 보내는 것이다.
하루는 두 번 사용하는 것 같고 시간을 길게 사용하는 느낌이다.
도심을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곳을 돌아보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무가 우거진 도심을 산책했다. 산책하는 곳에는 햇볕을 즐기는 젊은이들도 많았고, 간간이 길거리 카페가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한가한 노인들이 맥주 한 잔이나 와인 한잔 놓고 한가로이 담소하고 있다. 이곳은 이렇게 아침부터 종일 술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취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운 좋게도 지인이 아는 교민의 집에 초청을 받아 가보니 스페인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정답게 살고 있었다.
스페인의 전통춤인 플라밍고를 보러 갔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새로운 문화와 접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이런 공연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약간의 설렘을 느낀다. 이런 새로운 것을 본다는 생각에 공연이 시작되자 집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집중되는 마음이 내가 여행을 하면서 평소에 느끼고자 했던 것이었다.
여행하면서 어디를 가나 사소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마음이 빼앗기는 그런 단순한 어린 동심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 내 바람이다.
플라밍고는 스페인의 독특한 민속춤으로 15세기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들어온 집시의 춤과 노래가 전통적인 춤과 어울려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플라밍고는 집시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면서 애환이 담은 슬픈 노래가 주를 이루지만 이것을 정열적으로 노래하고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도 화려한 발 놀림과 손뼉 속에서도 어떤 애환을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느꼈고 춤추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 진지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온 거리는 인산인해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낮에 여유와 한가하게 본 도시가 너무 다르게 변해 있었다.
가게에는 사람이 앉을 자리는 보이지 않았고 거리에 앉을 만한 공간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서 있을 공간만 있는 것 같은 그런 거리였다.
도심에 있는 시장에 가도 사람이 앉을 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마드리드의 큰 광장에도 사람이 넘치고 있었다.
여행객도 많았고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것을 보려고 여행하기 위해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옛날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처럼 유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유목민이나 집시처럼 한 곳에 정을 주지 않고 시간이 되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삶의 인자가 우리 몸속에 있을 것이다.
프라도 미술관을 관람하러 중심가로 갔다.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회화의 3대 거장인 엘 그레코, 프란세스 코데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라파엘로, 보티체리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으로 16~17세 스페인 황금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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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여러 장은 찍지 못했고, 잘 찍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이 미술관은 이상할 정도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었다. 느낌이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에 사진을 찍는 사람을 제지하는 미술관 직원을 보았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한 것 것인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니까 오히려 그림들이 진품처럼 보였다. 그런데 조각들은 훼손이 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품이 아닌 느낌이다.
그래도 옷 입은 마하 그림과 옷 벗은 마하 그림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감시하는 직원의 눈이 피하기 어려워서 포기했다.
미술관에서는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의 진품을 보면서 그림마다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까 미술관을 관람하는 또 다른 흥미가 있었다.
교회 음악회에 가서 노래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아직은 노래 공부를 하는 성악가들이지만 진지하게 부르는 모습에 감동이 오고,
무슨 뜻인 줄은 모르지만 느낌이 전달되면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음악이 더 빨리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다.
음악회가 끝나고 마드리드의 왕궁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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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구경나온 것도 처음이다. 그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여행객일 것 같다. 옆에 붙어 있는 아무 데나 대성당은 야간에 조명을 받아서 너무 아름답다.
야간에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다음에는 야경이 좋은 곳은 야간에 나와서 구경해야겠다.
이번 마드리드는 미술관도 가고, 성악하는 것도 듣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도 많이 들러보니까 마드리드 일주일 살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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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마드리드는 산이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지인의 안내로 가까운 산에 등산을 했다.
처음에 나무도 보이지 않고 돌만 있는 민둥산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니까 우리나라의 춘양목에 해당하는 적송의 아름드리 군락지가 있었다.
그 적송은 곧게 자라는 것이 춘양목과 유사했다. 일단은 등산한 곳에 호수가 있고 공기는 미세먼지가 하나도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이런 곳에서 등산하면 건강에는 최고일 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산속에 색다른 아치 다리도 보았다.
몇 나라 여행을 하지 않았지만, 돌로 만든 성이나 건축물과 성당을 많이 보다 보니까, 비슷한 느낌이고 색다른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이 났다.
1월에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어서 유럽에 나올 때 트레킹은 할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와 보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이고, 스페인에 온 김에 가고 싶은 생각이 확 들었다.
마드리드에서는 시내 관광이나 구경도 하지만, 산티아고 길을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필요한 침낭을 구하러 가보니 여기서 스페인이라서 그런지 순례길에 필요한 용품이 다 있는 것 같다. 침낭은 가장 가벼운 것으로 구하고 나머지 물건은 가급적 버릴 생각이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라고 하니까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입고 있는 옷과 노트북과 그에 딸린 충전기 외에는 모두가 버릴 생각이다.
그렇게 간소하게 몸만 갈 수도 있지만, 순례길을 걸으면서 조금은 무거운 배낭이 분위기나 순례의 의미에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기에 어느 정도 무게는 감내하면서 갈 생각이다.
지인이 우산 대신에 가벼운 비옷을 준비해 주어서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 비가 오면 지인을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다.
마드리드에서 동네에 나갔다가 벤치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클로바가 있는 것을 보고 평소에 늘 하듯이 네잎클로버를 찾아보았다.
네잎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여행이 잘 끝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이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고 싶은 것이다.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우연히 클로버를 보고 의미를 만들고 싶어서이지만, 지금의 마음은 마드리드처럼 평범한 것에 만족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