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때도 부지런을 떨어야 열심히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여행 중에는 더 심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디를 갈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자유여행을 하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이다.
한 곳이라도, 하나라도 더 봐야 될 것 같고, 이번에 보지 못하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마음도 드는 것이 여행 중 아침에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 쫓기는 듯한 생각과 시간을 잘 쓰려고 애쓰는 것이 피곤한 일이다.
여행을 가면 많이 보는 것이 좋은 것이고, 적게 보면 손해 보는 기분까지 들 때는 그것이 여행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힘들게 할 수 있다.
어느 도시에 가 보니까 슬로우시티로 지정되었다고 선전하는 문구를 보았다. 이 문구를 보고 느낀 것이 여행이나 우리의 삶도 느리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슬로우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라는 뜻으로 자연과 자연 상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을 미학으로 하면서도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것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인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우푸드에 확대된 개념으로 발전된 것으로 전 세계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는 도시가 가입되어 있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어떻게 보면 발전에서 소외된 도시가 발전 안 한 현재의 모습을 위안하면서 나름의 개념 있는 도시로 보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슬로우시티는 그 도시의 목표는 아니고 그런 것을 추구하는 도시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슬로우시티란 슬로건이 개발이 늦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보다는 우리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보고 있는 도시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것보다 자연을 보전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사실 우리의 삶도 서두르지 않고 느릿하게 살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명의 이 기를 사용하여 편하게 빨리빨리 사는 것보다 그런 것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살면서 자연을 이용하여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는 목가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사는 자세이다. 여기에는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한 근심도 하지 말아야 하고 과도하게 무엇을 달성하려는 쫓기는 듯한 마음도 지양해야 하는 것이다. 일과 휴식의 조화도 서두르지 않는 삶의 일종이다. 일만큼 휴식과 노는 것을 중하게 여기면서 사는 것이다. 실제로 휴식이 우리 삶에 여유와 윤활유 역할을 한다.
성격이 급하고 어떤 성과나 성공에 매몰된 사람이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시에 가서 무작정 생활해 보기로 하고서 그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단 일 년 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하면서 누구나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살기로 한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막상 지난 일은 잊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니까 마음도 새로운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할 일은 여행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행도 두어 달하다가 보니까 그곳에서 볼 만한 것은 모두 보았다. 그때부터 할 일 없이 온종일 보내는 것이 정말 힘이 든다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하도 심심해서 시작한 일이 택배 알바를 한 것이다. 그렇게 할 일이 생기니까 생활에 생기가 돌고 또 그 일을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하지 않고, 그날 택배 배달 일을 끝내고 나니까 성취감도 있으면서 마음이 여유와 만족도 느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배달하려는 생각이 없으니까 부담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니까 사는 맛이 나고 급하게 살 이유도 없다는 것도 느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런 삶이 만족하고 행복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본인이 살던 도시로 와 보니까 친구들이나 본인이 살던 곳이 그렇게 치열하고 바쁘게 열심히 살면서 여유가 없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빨리빨리”와 각박함을 피부로 느낀다는 것이다.
일 년을 떨어져서 살아보니까 지난날 자기가 살아온 삶이 그렇게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분은 천천히 사는 것이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실제로 느끼고 깨달은 경우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일 년 살던 곳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곳으로 가서 또 다른 여유를 가질까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천천히 사는 것이 마음에 여유를 주고 몸에도 이롭고 덜 피곤하게 하는 삶의 방법이다. 바쁘게 살아야 나중에 보면 그렇게 서두른 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고, 오히려 천천히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경우도 많다.
바쁘게 살아야 이유가 없었는데 공연히 마음만 급하게 산 경우도 있다. 그런 바쁜 마음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여유를 우리는 살아보고 난 후에 알거나 깨닫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 많은 일이 생각나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들면 조급하게 인생을 산다는 증거이다. 물론 어떤 일을 해야 할 때는 속도가 필요로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보통 우리의 삶은 조급한 마음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느리게 사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여유 있게 사는 것이라 말할 수가 있다.
여유 있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세월없이 답답하게 굼벵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결과만 생각하고 달리듯이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옆도 바라보면서 마음을 포근하게 가지고 배려하면서 베풀면 천천히 사는 삶이다. 세상이 내일 끝나더라도 오늘의 마음은 또 다른 내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까지 살아온 것이나 경험한 것을 만족해하는 삶이나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세도 느리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사실 여행이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세밀하게 많이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중요한 것만 여유 있게 집중해서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은 것이냐는 개인적인 관점이다.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은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여유를 갖고 보면서 마음이 가는 것만 보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하나를 더 구경한들, 하나를 덜 구경한들 차이는 별로 없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만족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쫓기듯이 많이 보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행 중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날은 “오늘도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것에 대해 신기해 야 한다"라는 욕심이 난 것이 아니라, 그냥 하루가 또 주어졌으니 여유 있게 구경하는 것이 좋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급하게 서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있었다. 그러니 바쁘게 서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왔다. 단지 오늘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느리고 여유 있게 살아가자는 느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서 여유와 서두르지 말자는 마음이 올라와서 머리가 깨달은 것 같은 기분이다. 마음도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이제부터는 여유 있고 천천히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 그런 마음이 들지는 모르지만 늘 그렇게 살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