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버스 정류장에는 장날이라서 내리는 손님이 더러 있다. 보통날은 이 시간에 손님들이 거의 없는데 오늘 장날이라서 노인분들이 오일장에 온 것이다.
수십 전 정류장에는 장날 사람이 많았다. 시골에서 장에 내다 팔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도 버스에 가득했고, 사람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온 고추나 곡식 보따리와 같이 내리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기에 버스 내리는 입구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려고 몰려 들어서 내리는 물건을 먼저 잡으려고 하니까 더 복잡했다. 내린 물건은 그 자리에서 흥정을 해 가격이 맞으면 팔고, 아니면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시장 안에서 더 나은 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버스정류장에서 장날은 사람이 붐볐기 때문에 영양 오일장은 이 정류장부터 시작되었다.
정류장을 돌아서 올라가면 양쪽에 상설 점포도 많았고, 시골에서 재배한 호박이나 채소를 난전처럼 펴 놓고 파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정류장 부근에 그 옛날엔 사람이 많았고 장 보러 온 할머니들은 이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팔고 나면 시장 안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었다.
그러던 정류장 부근은 이제 물건 팔러 온 할머니도 점포도 보이지 않고 양쪽에 차만 빼곡히 주차해 있다.
오일장이 서는 날 읍내에서 가장 복잡한 곳은 주차장이다. 주차장이 넘쳐서 부근 골목에도 차가 만원이다. 차가 너무 많아서 이중주차도 비일비재하고 사람은 줄어 가는데 대신 차는 늘어만 가고 있다. 노인만 사는 집 외에는 한집에 차가 두 세대 이상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장날에 주로 버스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개인 차를 많이 이용한다. 그때는 그렇게 많이 운행되지 않아서 복잡했지만 요즈음은 버스가 많이 배차되면서 타는 사람도 없으니까 복잡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평상시는 빈 버스도 많이 다니고 있다. 관에서 절반 이상을 지원해 주니까 가능한 것이다.
동서 상가 사거리에서 정비된 재래시장 건물까지 영양 전통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오일장이 한창인 정오 무렵에는 사람들이 부딪쳐서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이곳이 예전에 시골에서 물건을 가지고 팔러 나온 할머니들이 가장 많던 곳이다. 지금은 양쪽에 늘어선 점포와 장마다 찾아다니는 장사꾼들이 좌판을 벌여 놓고 있다.
이제 재래시장 건물이 보이는 작은 삼거리에서 오른쪽 목욕탕 길은 예전에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주차장이 되었고, 왼쪽은 아직도 시장이 서고 있다. 이곳도 시골 할머니들이 많이 오던 곳이지만 지금은 한두 분 정도 있는 것 같다.
왼쪽 좁은 길 어물전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50년을 고등어를 팔았다고 하신다. 젊은 새댁 때 나와서 이제는 허리가 굽고 다리가 아파 늘 다리를 펴고 앉아 장사하신다.
몇 발 더 가서 건물 코너에 지금은 채소 파는 아주머니가 있지만, 그 옛날 이곳은 영해에서 온 꽁치 젓갈을 파는 얼굴에 주름이 유달리 많은 할머니가 있었다. 웃지 않은 마른 얼굴에 눈이 크고 콧날도 외국인처럼 생긴 할머니였다. 그 꽁치 젓갈이 그렇게 맛이 있었고 단골 고객도 많았다. 그 꽁치 젓갈은 동해안에서 나는 특산품으로 할머니가 직접 담근 것이라고 했다. 그 맛에 길 드려진 단골들은 객지에 이사를 가도 영양 오일장에 올 일이 있으면 그 젓갈을 사러 왔다. 이 주변의 살던 사람은 그 젓갈의 맛이 고향의 맛이었던 것이다.
그 주름진 할머니도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았지만, 여기에 오면 늘 그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좁은 골목 양쪽에 늘어선 난전을 돌아서면 전통시장 건물이 보인다. 잘 정비되어 있다.
이곳에 옛날 영양장에서 유명한 산나물이 날 때면 산나물 쟁이 열리던 곳이다. 처음에는 두릅나물이 나오다가 나물취를 비롯해서 참나물과 금죽이 나오면 산나물 철이 절정인 곳이었다.
그런 산나물을 채취해서 올 사람도 이젠 거의 없다. 그때는 영양장에는 산에서 뜯어온 산나물을 구경하거나 사면서 흥정하는 맛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연산 산나물을 보지 못한다. 자연산 산나물이 나기는 하지만 재래시장 점포에서 미리 사 두었다가 산나물 찾는 단골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그래서 영양 오일장에서 자연산 산나물은 보기가 힘들다. 전문적으로 산에서 산나물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점포와 직거래하고 시골에서 산나물 하는 할머니가 거의 없고, 산나물을 한다 해도 귀한 것이라 생각해 본인이 먹거나 자식들에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산 산나물은 시장에서 볼 수가 없다. 지금 영양 오일장에 나오는 산나물을 재배한 것이 대부분이다.
영양 오일장에서 가장 넓은 곳에 왔지만, 지금은 사람이 좁은 골목길 점포보다 더 없다. 시골에서 농사해서 가지고 온 할머니는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있는 서너 명의 할머니는 매 오일장마다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장사하는 할머니이다. 이 물건들은 본인이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구입해 온 것이다. 그래도 이 할머니들이 이른 봄에 가지고 오는 부추는 인기가 많아서 금방 팔려 나간다.
재래식이었던 상가들을 현대식으로 점포를 만들고, 위생도 개선하고 우천 시에도 비를 막아 주도록 시장이 개선했지만, 전통시장 안보다 앞쪽이나 주변에 시장이 형성되었다. 현대식 상가 건물에는 시장 온 사람들이 별로 들어오지를 않아서 한가하다. 상인들도 바쁘지 않고 손님이 이렇게 없는데 장사가 되는지 의심스럽다. 이 시장 안 점포는 장날이나 평일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문어나 가오리 찜 같은 것은 특성화되어서 사람들이 찾기는 하는 것 같다.
상가의 점포 사이를 넓게 해서 그 공간에 할머니들이 가지고 온 농산물을 팔게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자기 점포 앞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없는 것이 좋았지만, 지금 봐서는 시골 할머니들이 들어와서 같이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이 점포들도 더 좋았을 것 같다.
장날이면 사람들이 몰리는 음식점이 있어야 정상인데, 그런 음식점이 거의 없는 것이 영양 장터 풍경이다. 맛있게 잘하는 집이 없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영양 읍내에 맛집이나 이름난 집이 없고 음식도 독특한 것이 없다. 시장 입구에 있는 마포 식당은 오래된 식당으로 영양을 대표하는 곳이지만 옛날보다 그 맛이나 소문은 사라졌다. 어른들이 하던 음식점을 자식들이 이어받으면서 그 맛을 유지 못했는지 지역민의 입맛에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는지 이제는 별로인 식당으로 변했다. 이 식당이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 영양에는 먹을 만한 음식점이 없다고 보면 된다. 영양 장날이지만 맘포 식당에는 출입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크게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시장에 올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위축되어 가는 오일장을 받아들이고,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옛날 장날에 북적이던 사람이나 그런 시장을 구경하는 일은 추억의 일이고, 시장은 이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떠나면 그 점포나 장소는 없어질 것 같고, 여기 있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그 자리는 빈자리가 될 것이다. 아마도 젊은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올 이득이 없는 것이다. 영양 오일장에 가면 뻥튀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뻥튀기할 때 하얀 연기와 주변에서 귀 막고 순서를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보이던 때가 오일장이 한창이었고, 지금은 뻥튀기를 보지 못한 것이 상당히 오래되었다.
언젠가 영양 오일장은 없어질 것이다. 지금 오일장에 오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셔도 장은 서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장날이라고 가면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가봐야 별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제는 장날이 되어도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계절마다 물건이 다르고 마트에 없는 물건이 있어야 사람을 불러 모우는 것이다. 매번 같은 물건이고 마트보다 비싸다면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재래시장 건물은 상설시장의 점포로 될 것이다. 상설시장은 마트와 경쟁하는 것이다. 마트보다 조건이 불리하다. 차별화된 개인 점포가 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영양 오일장의 미래는 영양군의 미래와 같이 할 같다. 주민의 수는 줄어 가면서 문향의 고향이라고 말하지만 특색이 없는 고장이다. 영양 오일장은 화개 장터처럼 관광지로 될 소재가 전혀 없고, 김주영 작가와 연관시킨 진보 객주 시장처럼 연관시킬 예술가도 없다. 조지훈이나 이문열 작가를 영양 재래시장에 끌어들이면 어색할 것 같다.
산이 많아서 좋을 것 같지만 이렇다 할 경치나 계곡도 기암괴석이 있는 곳이 별로 없는 아주 평편한 산촌마을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오일장을 좋아하는 노인분들이 돌아가시면 영양 오일장은 추억 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