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흐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다. 지난밤에는 그렇게 무더운 것이 내일은 무척 더울 것이라고 예고하는 듯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까 선선하다. 지난 며칠이 그랬듯이 이러다가 한낮이 되면 다시 무더울 것이다. 더운 날은 물에 들어가 보내면 좋은데, 그냥 물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물놀이나 무슨 일을 하면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간다. 물속에서 다슬기 줍기가 그런 일이다. 오늘도 한낮에 무더우면 다슬기를 주우러 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아침에 이렇게 선선하면 다슬기가 생각나지 않지만 더워서 땀이 나면 다슬기 생각이 난다. 그렇게 들어가서 다슬기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한창 더운 점심 후에 두서너 시간이다.
더운 한낮에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다슬기를 줍는 것도 피서인 것이다. 몸을 물에 담그지 않고 물에 서서 허리를 숙여서 다슬기를 주우면 허리도 아프고 장시간 주우면 무척 힘이 든다. 그렇게 하지 않고 몸을 물속에 담그고 모든 관절에 무리가 없는 상태에서 주우면 몸에 무리도 없고 더위도 피하는 것이다.
다슬기는 여자분들이 많이 줍는 민물 고등이다. 야행성이라서 밤에 가면 많이 나온다고 한다. 낮이나 맑은 날에는 보통 돌 속이나 물 바닥의 틈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다. 밤에는 자정 전후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새벽이 오면 숨을 곳을 찾아서 들어간다. 간혹 햇볕이 없는 흐린 날이나 비가 오기 전에 또 다슬기는 많이 나온다. 다슬기는 움직임이 느려서 누구나 쉽게 주울 수 있고 눈에도 잘 보인다. 다슬기를 잡아서 보통 삶아서 그 알을 먹기도 하고 시골에서는 주로 다슬기 국을 많이 끓여서 먹는다. 그 국 맛이 어떤 국물이 있는 탕보다 맛이 좋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보통 시골에 사는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주워서 그 알과 삶은 물을 냉동 보관했다가 자식들이 오면 끓여 주거나 아니면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그대로 부쳐 주기도 한다. 그것을 받은 자식들은 다슬기가 고향의 맛이고 어머니의 정성으로 생각하면서 흔하지만 귀한 것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어머니들은 다슬기를 줍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열심인 것이다. 시골과 인연이 있는 자식들은 어머니가 끓여 준 다슬기 국에 익숙해서 언제 먹어도 향수의 맛이고 어머니의 맛이라는 생각에 누구나가 좋아하는 한다. 실제로 다슬기 국은 무난하고 시원한 맛으로 싫증 나지 않는 맛이다.
다슬기는 어느 곳이나 흔하므로 시골에서 여름이면 개울에 그 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기가 농사일이 바쁠 때는 못하지만 농사일이 한가할 때나 한여름 더워서 농사 못하는 한낮에 많이 줍는다. 보통 다슬기를 줍는 사람이 보이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많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이 다 주어 가기 전에 같이 주우려고 나오는 것이다. 시골에 사는 어머니들은 보통 다슬기 많은 곳을 알고 있다. 그런 곳은 다른 사람이 가기 전에 먼저 가야 되기 때문에, 다슬기 줍는 사람이 보이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주우러 가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경쟁적으로 줍다가 보니까 물속에 한번 들어가면 하나라도 더 주우려는 마음에 두서 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물속 작업이니까 쉽지 않고 허리도 아프고 허기도 빨리 온다. 그래도 물속에 있은 때는 다슬기 줍는 것에 몰두하기 때문에 모르다가 밖으로 나오면 그것들을 느낀다.
어제는 교회 밑에 있는 개울가에 들어갔다.
물이 청석을 지나서 좁은 개울은 급하게 내려오다가 다시 교회 밑에서는 넓고 깊은 개울이 되었다가 다시 좁은 물길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그러니 얕은 곳도 있지만 물이 오래 머무는 곳은 깊고 넓은 곳이 있다. 다슬기를 보통 정강이 밑에 오는 곳에 들어가 허리를 굽혀서 줍는다. 그러니 옷은 젖지 않고 주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때는 오래 허리를 굽혀서 줍기 때문에 간간이 허리를 펴 주어야 할 정도로 허리가 많이 아프다. 이런 경우도 옆에 같이 줍는 사람이 있으면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줍기도 하지만 일어나면 허리에 무리가 간다. 깊은 곳에는 어머니들이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면 씨알이 굵은 것이 많다. 깊은 곳에 들어갈 때는 옷이 물에 젖을 각오로 온몸을 물에 담그면서 다슬기를 주우면 허리를 굽힐 일도 없고 몸에 무리 가는 곳이 없다. 한낮에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더위도 피할 수 있고 허리도 아프지 않으면서 다슬기도 더 많이 주울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줍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서 줍는다. 손에 많이 잡히는 곳은 한 손 가득하게 주울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한참을 줍다가 보면 다슬기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이 보인다. 바닥에 틈이 있는 곳이나 물이 급하게 내려오는 곳에 있는 돌이 그런 곳이다. 물이 급하게 내려오다가 넓고 깊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에 있는 돌을 뒤집어 보니까 그 속에 다슬기가 숨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수백 개였다. 마치 누가 다슬기를 주어서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아마 급한 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이 돌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종종 있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나니까 엄청 더워지고 있었다. 가끔 가는 개울로 갔는데 예전에 탑이 있었어 탑 밭이라고 하는 곳이다. 이곳은 풀숲이 우거져서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뱀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가도 뱀을 만난다. 뱀의 본거지이다. 그러니 이곳에 사람들은 잘 오지 않는다. 다슬기는 많지만 개울가에 허리만큼 자란 풀숲 속을 지나기가 왠지 싫어서, 윗 탑 밭에서 물길 따라 아랫 탑 밭으로 내려갔다. 뱀은 물에도 들어오기도 하지만 물속에는 없다. 물뱀도 물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물가에 있다. 아랫 탑 밭도 다슬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랫 탑 밭 밑에는 보가 있다. 원래 그곳을 생각하고 왔는데 벌써 윗동네 사람들이 와서 정신없이 다슬기를 줍고 있었다. 역시 허리를 숙이고 줍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서 보니까 두 사람이 물에서 허리 숙여 다슬기를 줍고 있는데도 물가에 붉은 뱀이 나타났다. 그중 한 사람이 발견하고 돌로 위협을 주어서 다른 곳으로 쫓았다. 그 뱀이 어떤 뱀인지는 몰랐는데 먼저 온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알고 있었다. 부독사라고 하는 뱀으로 한낮에 햇볕이 따뜻한 곳으로 나오는 뱀으로 자기 영역이 있어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 자기 영역에서만 산다고 한다. 이 보 밑이 그 뱀의 영역인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마을 사람이 아니라 여기서 십 리 정도 위 동네에 살면서 농사일을 어느 정도 하고 다슬기를 잡으러 왔을 것이다. 그곳은 다슬기가 많지 않은 곳이라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곳이라 다슬기가 많았다. 먼저 온 두 사람은 다슬기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줍지만 나는 몸을 물에 담그고 손으로 더듬어서 주우니까 더 많이 주울 수가 있었다. 다슬기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알기 때문에 손만 넣으면 가득 잡혔다. 이제까지 다슬기를 주었지만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다. 다슬기도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다. 물이 내려오는 곳 밑에 다슬기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서로 경쟁하듯이 주우니까 두어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이곳은 큰 바위 언덕 밑이라 그늘진 곳이므로 더위는 생각나지 않고 물속에 있으니까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집에 가는 시간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다슬기 잡으면서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올여름은 폭염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은 열대야는 없지만 도시는 벌써 열대야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폭염 날씨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좋지만 그래도 자연적으로 시원한 곳이 최상이다. 물속에 있으면 위는 아무리 폭염이라도 시원한 곳이 물속이다. 물론 물속도 한낮에 온도가 올라가면 따뜻하게 되지만 내가 가는 개울가는 시원한 물이 나오는 개울이다. 지하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올라오고 주변이 나무와 암벽이 있는 곳이라 폭염을 막아주는 천혜의 장소이다.
거기에 간혹 뱀들이 나타나서 오싹해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조금만 으슥한 곳이나 풀숲이 무성한 곳으로 가면 어김없이 뱀들이 있다. 보통 여기 뱀들은 독사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물속에 있으면서 주변을 살펴야 한다. 뱀들이 가끔 물을 가로질러서 반대편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늘 오싹한 분위기에서 다슬기를 줍기 때문에 여름 피서로서는 느낌으로는 최고이다. 그러니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잘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뱀이 많다는 것을 잘 모르는 윗동네 사람들이 가끔 오는 정도이다.